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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레오파트라와 나폴레옹의 ‘소울푸드’ 굴…‘레몬’은 되고 감’은 안 되고?
  • 2016.12.05.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7세기 영국 작가 토마스 풀러는 굴을 두고 “사람이 날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육류”라고 말했다. 수산물을 생으로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유일하게 날것으로 즐긴 식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동의보감에 굴에 대한 기록이 올라있다. 부르는 이름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돌에 핀 꽃’(석화)으로 까지 불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사진 출처=123RF
동서고금을 초월해 사랑받는 ‘굴의 계절’이 시작됐다. 서양에선 알파벳 ‘R’자가 들어간 달(9월부터 4월, SeptembeR, OctobeR, NovembeR, DecembeR, JanuaRy, FebRuaRy, MaRch, ApRil)에만 굴을 먹으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굴은 알을 낳기 전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이다. 수온이 올라가는 봄부터 여름까진 맛이 무르익지 않고, 이 시기는 굴이 독성을 가지는 산란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기간 바닷물에는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대장균이 득실거리는 때이기도 하다. 굴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는 11월 말부터 1월 하순.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 출처=123RF
▶ 역사 속 소울푸드=굴의 역사는 기원전 9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속 수많은 주인공들이 시시각각 굴을 즐겼다. 로마 황제들은 영국 해협에서 굴을 공수해 즐겼고, 줄리어스 시저는 굴을 얻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원정을 떠났을 정도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끼니마다 굴을 찾았다. 풍부한 영양을 담은 굴은 천연 자양강장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루이 14세의 소울푸드 역시 굴. 루이 14세 시절 파리 시내에선 굴을 판매하는 곳이 무려 2000곳이 넘었다고 한다. 

이들이 먹어치운 굴의 양은 상당하다. 카산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나 먹고 그 날의 연인을 찾아 나섰고,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한 번에 175개의 굴을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단연 최고는 프랑스 작가 발자크다. 그는 한 번에 1444개의 굴을 먹었다고 한다. 

굴을 사랑한 또 다른 사람은 클레오파트라였다. 굴에 함유된 풍부한 영양소가 피부미용에 도움을 줘 절세미녀들이 즐겨 찾았다. 실제로 동의보감에는 “굴은 바다 어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미가 있고 보익하여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이 좋게 한다”고 기록돼있다.

▶ 뭐가 좋길래?=굴은 ‘바다의 우유’로 불린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필수 영양소를 비롯해 비타민, 무기질,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효능도 대단하고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식재료다. 

굴은 단백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은 적고 열량이 낮다. 굴 100g에는 수분 80.4g, 단백질 10.5g, 지방 2.4g이 들어있다. 수분을 제외하면 전체 영양소의 절반 이상이 단백질이다. 열량은 고작 97kcal. 그러면서도 비타민 A, B, C는 물론 철분, 요오드, 칼슘 등 미네랄이 많이 함유돼있어 남녀노소에게 유익한 식품이다. 

특히 굴에 함유된 글리코센은 각종 성인병과 간염, 시력 회복에 탁월하다. 굴은 섭취 이후 포도당으로 변해 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소화를 촉진한다. 또한 셀레늄이 풍부해 중금속 해독과 세포 기능을 활성화하고, 타우린이 풍부해 심장과 간을 보호해준다.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풍부한 단백질이 음주에 지친 간에 아미노산을 보충해줘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뇌 기능 발달에도 굴이 안성맞춤이다. 

굴에는 특히 아연이 풍부하다. 굴이 천연강장제로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아연 때문이다. 무기질의 일종인 아연은 성 기능 유지와 정자 형성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굴에 함유된 아연은 달걀의 20배, 돼지고기의 10배나 된다. 아연은 심지어 식욕부진이나 거식증 완화에도 도움을 주고, 몸에 축적된 납을 배출해 중금속을 해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빼놓을 수 없다. 굴에 풍부한 아연이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 조직 재생을 돕고 피부 면역력을 강화하니 트러블 개선에 탁월하다. 특히나 기미 주근깨가 걱정이라면 굴이 필요하다. 굴에는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굴을 먹으면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C는 탄력 유지와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고,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요오드는 머릿결을 윤기있게 해준다.

▶ 어떻게 먹나?=굴을 선택할 때는 빛깔이 밝고 선명하고 광택이 나는 우유색을 띄는 것이 좋다. 가장자리에 붙은 검은 테는 짙고 선명한 것,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하다.
굴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식품은 우유와 레몬이다. 우유는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아연은 100g당 340ug밖에 없다. 따라서 우유보다 아연이 100배 이상 많은 생굴과 우유를 함께 먹으면 아연 섭취율은 놀랍도록 높아진다. 

굴을 먹을 때 레몬즙을 뿌려 먹으면 맛은 상큼해지면서 세균 번식 억제는 물론 살균 효과도 볼 수 있다. 또한 레몬의 비타민C가 철분의 흡수를 돕고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한다.
궁합이 좋지 않은 식품은 감이다. 굴과 감을 함께 먹거나 후식으로 감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감의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굴의 철분과 결합해 배출을 유도, 철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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