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 기본은 ‘영양 관리’, 생리해부학적 구조 고려”
“생애주기별 영양 차이 알아야”
“비만ㆍ처방식 사료의 자가 판단도 주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영양학적 관리가 반려동물의 수명 연장·건강 증진의 핵심 요소입니다.”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장은 최근 리얼푸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영양학’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케어하는 것과 인간처럼 생각하고 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게 그가 강조하는 말이다. 즉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을 제공해야한다는 뜻이다.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장. 그는 “반려동물 건강의 기본은 ‘영양 관리’며, 사람과 다른 생애주기별 영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수의영양학회 제공] |
그는 30여 년 가까이 반려동물 임상 현장에 몸담아온 수의사다. 2021년부터는 한국수의영양학회(KSVN)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학회는 2014년 창립된 국내 유일의 수의영양 학술 단체로, 수의영양학의 발전과 수의사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평소 반려동물 보호자의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 양철호 회장은 학회 첫 보호자 세미나를 열고 직접 소통에 나섰다. 6월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서는 당일 200여 명이 넘는 참석자가 강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룬 양 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장이 6월 2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려동물 보호자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한국수의영양학회 제공] |
Q. 세미나에서 진행된 교육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세미나는 한국수의영양학회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보호자에게 균형있는 영양 관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기 위해 개최됐다. 기본 영양학부터, 사료에 대한 지식, 체중 관리, 영양제 고르기, 올바른 사료 선택법 등 기본적이지만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하는 주제로 구성됐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보호자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보호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Q. 세미나를 통해 보호자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반려동물의 영양을 사람의 시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 개, 고양이는 서로 다른 생리해부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보다 장의 길이가 짧고 용량이 작아 소화흡수 능력이 사람보다 떨어진다. ‘내 몸에 좋으니까 개, 고양이에게도 좋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Q.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하는 보호자 지식이 있다면?
반려동물 케어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양’이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사료를 단순히 선택하는 보호자들도 많다.
보호자는 기본적으로 생애주기별 영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도 신생아와 어른이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가 다르듯,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성장기·성년기·노년기 단계에 맞춰 적절히 설계된 사료 급여가 중요하다.
글로벌 펫푸드 브랜드 로얄캐닌이 미국 등 4개국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자의 80%는 성견·성묘 사료를 적정 시기보다 빠르게 교체했다. 개의 경우 평균 11개월, 고양이의 경우 12개월부터 성년기 사료 전환이 필요한데, 이보다 이른 9개월 째에 교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우리집 반려동물이 언제 성년이 됐고, 어떤 영양이 필요한 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소형 견종의 경우 이유기를 지난 2개월부터 퍼피, 10개월부터 성견, 8살부터는 노령견으로 본다. 각 시기에 따라 필요로 하는 영양 균형이 달라진다.
퍼피 시기에는 뼈가 단단하게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칼슘·인이 충분히 함유된 사료 급여가 필요하다. 반려견은 사람과 달리 모든 성장이 단 1년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영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평생에 걸쳐 질병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 노년기에는 노화관리를 위한 항산화물질과 소화흡수율이 높은 고품질 단백질 등이 함유된 전용 사료를 급여하는 것이 좋다.
Q. 보호자 분들이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전 세계 반려동물의 약 40% 이상이 과체중 및 비만 문제를 겪고 있다고 추정된다. 비만은 당뇨와 같은 내분비질환이나 관절질환 등 다양한 질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기대수명을 2.5년까지 단축 시킬 수 있다.
보호자는 정확한 사료량을 계량해 급여하고, 간식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의 10%를 넘지 않게 제공한다. 하루 사료 급여량의 일부를 덜어 두었다가 간식으로 급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은 반려동물에게 영양학적 균형이 맞지 않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높을 수 있어 급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처럼 ‘보양’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소화기능이 약하고 체구도 작기 때문에 사람의 기준으로 급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이나 황태국, 삼겹살 등을 먹은 반려동물이 급격한 칼로리·지방 섭취로 급성 췌장염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내 반려동물에게 ‘딱 맞는’ 영양을 꾸준하고 ‘알맞은’ 양으로 급여하는 것이다.
Q. 반려동물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 사회적으로 마련돼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국내에는 처방식 사료에 관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 처방식 사료란 반려동물의 질환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특수 목적의 사료다. 즉 질환 치료나 관리를 위해 영양이 조절됐으므로 반드시 수의사의 임상 소견과 수의학적 판단 하에 급여해야 한다.
따라서 처방식은 일반 사료와 별도로 구분되어 관리돼야 한다. 보호자들은 자가 판단을 통한 무분별한 처방식 사료 급여를 주의한다. 이와 동시에 수의사의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급여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의 기반도 필요하다.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경우 ‘특수목적영양사료(PARNUTs)’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수의사의 관리에서만 처방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국(FDA)에서 처방식을 규제하고 있다.
Q. 영양제·기능성 사료 등 최근 반려동물의 건강기능성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공시 주의할 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질병 관리에 효과가 있거나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제품 홍보가 많아지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 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눈, 관절, 면역, 장 등에 좋다고 홍보된 영양제, 기능성 사료에서도 관련 성분이 없을 때가 있다.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건강기능성 제품이나 영양보조제는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후 추천받기를 권장하며, 제공시에는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
Q. 한국수의영양학회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수의사·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학술 세미나 및 컨퍼런스 뿐 아니라 보호자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반려동물 영양교실 반려견편’에 이어 ‘반려묘편’도 올해 11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가 검증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반려동물 복지 향상과 수의영양학 학술 기반이 확립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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