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밥’과 된장 넣어 만든 ‘빡빡장’ 선보여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음식문화체험관에서는 정효스님의 사찰음식 쿠킹클래스가 열렸다. 사진은 표고버섯밥(왼쪽)과 빡빡장. 육성연 기자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사찰음식이 비건(vegan, 완전채식)과 웰빙 트렌드로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사찰음식을 직접 배워보는 쿠킹클래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음식문화체험관에서는 정효스님의 사찰음식 쿠킹클래스가 열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카자흐스탄 재외동포(고려인) 청년 20명을 초청해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체험 팸투어를 진행했다. 행사는 한국전통문화를 알리고,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고자 기획됐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전시와 쿠킹클래스를 통해 사찰음식을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정효스님은 사찰음식에 대해 “비건의 정점에 오른 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일반 비건푸드와 구분되는 차이점을 설명했다. 바로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효스님은 “스님이 먹는 사찰음식에는 양파, 파, 마늘이 제외된다”고 했다. 오신채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興蕖)의 다섯가지 매운 맛 향신채를 말한다. 몸에 열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불교가 발생한 초기부터 출가수행자들은 공동 수행에 방해가 되는 오신채를 먹지 않았다. 강한 향을 가지고 있거나 사람을 흥분시켜 수행에 어려움을 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날 정효스님이 선보인 사찰음식은 ‘표고버섯밥’과 ‘빡빡장(강된장)’으로, 식재료 주인공은 표고버섯이었다. 표고버섯밥에는 물에 불린 건표고버섯이, 빡빡장에는 생표고버섯이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쿠킹클래스 공간에는 표고버섯의 향긋한 향이 가득 퍼졌다.
정효스님은 표고버섯이 “스님의 기력회복이나 단백질 보충에 사용된다”고 했다. 표고버섯은 비건푸드나 사찰음식의 대표적인 고기 대체제다. 단백질을 공급하면서 쫄깃한 식감과 진한 색감을 가져 고기 대신 자주 쓰인다.
정효스님은 표고버섯밥을 만들면서 “현미찹쌀은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에 하룻밤 담가둬야 맛이 좋다”며 “말린 표고버섯 역시 찬물에 담가둔다”고 했다. 밥물은 평소보다 적게 넣는다. 중간에 한 번 밥을 뒤집을 때 밥물이 적다고 느껴지면 보충한다.
정효스님이 표고버섯으로 사찰음식을 만들고 있다. 육성연 기자 |
완성된 표고버섯밥은 빡빡장을 곁들여 먹는다. 정효스님은 “강된장을 절에선 빡빡장으로 부른다”며 “건더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된장을 다소 ‘빡빡하게’ 조리한다는 뜻으로 빡빡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빡빡장 조리법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먼저 냄비에 말랑한 생표고버섯과 들기름을 넣고 볶는다. 딱딱한 식재료부터 넣는 일반 조리순서와는 달랐다. 정효스님은 “표고버섯을 가장 먼저 넣는 것은 표고버섯의 감칠맛이 요리의 기본적인 맛을 이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감자와 애호박, 채수를 넣는다. 어느정도 재료가 익으면 된장을 풀고 강판에 갈은 감자를 넣는다. 여기에 두부와 풋고추를 넣고 더 끓이면 완성이다. 정효스님은 “감자를 사용할 때 믹서기 대신 강판에 갈면 질감이 다르게 나온다”며 빡빡장엔 강판 사용이 어울린다고 했다.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카자흐스탄 재외동포 김 크리스티나(23세)는 “표고버섯은 평소 먹는 비건 식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라며 “빡빡장과 같은 한국사찰음식에 활용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발효장인 빡빡장은 사찰음식의 별미로 통한다. 2015년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사찰음식을 소개하면서 “마늘도 고기도 쓰지 않는 사찰음식 맛의 비밀은 ‘시간’”이라고 전한 바 있다. 발효장과 같은 발효식품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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