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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터로 돌아왔지만 ‘몸은 돌아오지 못했다’
  • 2022.04.07.
끝나지 않은 코로나 ‘롱코비드’
가래·후각상실·두통·어지럼증 등
증상이 12주 경과해도 지속되는 상태
확진자 20~79% 1개이상 후유증 호소
감염후 30일…심장혈관 유병률 높아져
상당기간 예후 살피며 컨디션 관리해야

# “활동하고 나면 확실히 이전보다 피곤해요. 음식 맛이 여전히 잘 느껴지지 않아요.” (격리해제 4주차인 김 모씨,남,36세) “직장으로 복귀했는데 일을 하다 보면 금세 피곤하고 숨이 차요.” (격리해제 8주차인 곽 모씨, 남, 48세)

지난 3월초 코로나19(오미크론 변이)에 확진됐던 김 모씨(53)는 확진후 한달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잔기침과 잦은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롱코비드(코로나19 장기후유증)’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확진 이후 확진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전에없던 가벼운 후각·미각상실도 발생해 입맛까지 돌아오고있지 않다. 평소 지병 없이 건강한 편이었지만 오미크론 후유증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자 무기력함과 우울감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 국민의 25% 가까이 코로나에 확진이 되면서 치료이후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롱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에 많은 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롱 코비드’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겪는 후유증을 일컫는 말로, 사람마다 겼는 후유증은 천차만별이다. 주요증상들은 ▶기침 ▶만성피로 ▶흉통 ▶후각 상실 ▶어지럼증 ▶생리 불순 ▶성 기능 저하 ▶탈모 ▶요통 및 경추통 등이 있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보통 WHO나 외국의 경우 후유증이라고 하면 12주, 약 석 달 정도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고 석 달 이후 1~2개월 정도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분류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증상이 12주를 경과하기 전에 사라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이 계속될 경우 전형적인 롱 코비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2만1615명 중 19.1%(4139명)가 완치 후 1개 이상의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양성 판정 이후 3개월·6개월의 추적 기간 동안 지난 3년간 의무기록에 없었던 증상이 새롭게 발생한 경우다. 또한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시했던 선행조사를 보면 확진자의 20~79%가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을 호소했다.

일부지만 완치후 1년이 지났음에도 후유증으로 판단되는 증상을 겪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완치자 47명을 관찰·조사했는데, 완치 1년 뒤 한 번이라도 후유증을 경험한 사람은 87%로 나타났다. 증상은 피로감(57.4%·중복 응답), 운동 시 호흡곤란(40.4%), 탈모(38.3%), 가래(21.3%) 등이었다. 실제 대학병원뿐 아니라 개원가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개설한 병원들에는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고있고 대부분이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지만 전신 쇠약,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롱코비드’를 겪는 환자들이 급증하자 최근 질병청은 코로나19 회복 이후 지속되는 후유증에 대한 국내 연구현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질병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14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서울, 경기, 충청, 경상, 부산, 제주권)를 통해 60세 미만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 포함 약 1000명 대상을 목표로, 확진 후 3개월 및 6개월째에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방법(WHO 조사법) 으로 후유증 조사를 수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간결과를 분석, 발표할 예정이다. 국립보건연구원측은 “그간 연구에서는 기저질환자, 중증 환자, 입원환자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어, 정상 성인의 후유증 빈도를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보다 정상 성인의 정확한 후유증 빈도와 양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인류가 겼어본적이 없는 새로운 질병이다보니 아직까지 ‘롱코비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롱코비드’를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의 증상’의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WHO는 ‘롱코비드’증상이 코로나19 감염 중에 시작되거나 환자가 급성기에서 회복된 후 처음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속되는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피로, 호흡곤란, 그리고 인지장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가슴 통증, 후각 또는 미각의 이상, 근육 약화, 심장 두근거림등 장기후유증 증상은 2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롱코비드’ 증상이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질환자나 면역력 취약군에게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은 “코로나19 후유증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심정지, 뇌졸중, 심부전, 폐색전증, 심근염, 만성 신장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롱코비드’가 확산되자 세계 각국에서도 속속 관련 연구결과들과 대응책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네이처지의 자매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총 15만3760명의 롱 코비드 증후군 환자를 1년간 연구한 결과 감염 후 30일이 지나면 심장 혈관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립보건연구원 조사에서는 코로나19 입원치료를 받았던 성인 2320명 중 70% 이상이 완치 후 1년 뒤에도 피로, 기억력 저하 등 증세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건부는 ‘롱코비드’ 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 및 행동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비영리 연구 단체인 ‘솔브 롱 코로나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가운데 약 7%는 롱코비드를 겪고 있으며 전체 인구 가운데는 2.3%가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경험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롱코비드’에 대한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연구가 진행중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꼽은 롱코비드의 원인으로 ▶혈전 및 미세혈관 손상 ▶면역체계 교란 ▶감염의 지속 ▶신진대사의 저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롱코비드’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표준화된 지침은 없다보니 증상에 따라 약 처방 등 대증요법을 사용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코로나에 확진되고 격리해제이후 치료가 다 끝났다고 안심하지말고 상당기간 예후를 살피면서 컨디션을 관리해야한다”라며 “특히, 호흡곤란이나 발열 등이 지속되면 2차 감염 가능성이 있기에 병원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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