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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아토피피부염 신약 교체투여 보험급여 하루빨리 허용돼야
  • 2024.06.18.

소아때부터 심한 가려움증과 만성 아토피피부염으로 장기간 진료받고 있는 환자가 있다. 아이의 피부증상 및 가려움증이 심해질 때 마다 온 가족이 함께 잠 못 이루고,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여행지에서도 일정을 중단하고 돌아와야 할 만큼 아이의 질환을 온 가족의 함께 나누고 있지만, 치료를 잘 따라와줘서 항상 고마워하는 환자다. 최근 증상이 많이 악화되었는데 다행히도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환자도 큰 기대를 갖고 시작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몸의 아토피피부염 증상은 좋아진 반면 얼굴이나 목의 발진은 심해지고 아토피성 손 습진도 점점 악화되는 양상이어서 생물학적제제로 계속 치료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아토피피부염은 나이별 또 부위별로 증상이 다양하고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도 서로 다를 수 있어 개인적 특성 및 증상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야 한다. 이미 다양한 기전의 신약이 허가되어 처방할 수 있지만 다른 약제로 바꾸면 보험급여를 더 이상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지속해야 할지 환자는 물론 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을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발병 원인을 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병하는 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이는 다시 보자면 피부로 드러나는 병변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와 연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오랜 기간 치료하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질환의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 혹은 원인 물질이 전달되는 신호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등의 표적 치료제들이 도입되면서 좀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표적 치료제들은 고가인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중증 아토피피부염이 산정특례 질환이고, 대부분의 치료제들에 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은 약제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현재 보험급여 기준 아래에서는 처음에 선택한 치료제가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해 다른 치료제로 바꿀 경우 보험급여 적용이 중단돼, 두번째 약제는 비용을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약제를 바꾸기가 어렵고, 사례의 환자와 같이 만족스럽지 않은 치료를 이어가야 할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보험이사 장용현(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질환은 아직 완치제가 없고, 하나의 치료제로 모든 환자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없다.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나 경과가 천차만별인데다,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와 같이 기전이 다른 약제는 물론이고, 동일한 기전의 약제라고 해도 약제 간 특성 및 임상연구에서 나타난 데이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치료제로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기존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교체 투여를 허용하지 않는 현재의 보험급여 제도는 다양한 치료 옵션 사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더불어, 이러한 제약 조건은 건보 재정의 건전화에도 크게 도움될 것이 없다. 처음 선택한 치료제에만 보험급여가 적용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가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건보 재정의 불필요한 누수를 부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아토피피부염 신약 간 교체 투여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국내에서도 다른 질환들은 신약을 교체한다고 해서 보험급여에 특별한 제약을 두지는 않는다.

환자가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로 치료를 잘 받고 가능한 빠르게 일상과 사회로 복귀할 수수 있도록, 교체 투여 허용에 대한 관계 당국의 긍정적인 검토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한피부과학회 보험이사 장용현(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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