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아진 기온 때문에…계속 고지대로 이동
- 저지대에선 병충해 들끓고, ‘추뇨’ 생산도 무용지물
- 감자 재배 면적 사라지는 안데스
[리얼푸드=페루(피삭)고승희 기자] 안데스의 젊은 농부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ㆍ30) 씨는 감자 농사를 위해 어느덧 해발 4000m까지 올라왔다.
“해마다 감자 재배지역이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있어요.”
그는 보호구역으로 설정된 페루 감자공원 내에 거주하는 감자 재배 농민이자, ‘감자 보존’에 참여하고 있는 사까까(SACACA) 마을의 전통 연구원이다. 해발 4000m 이상까지 오르면 주민들의 자취도 드물다. 꼬요꼬요 씨의 감자 저장 창고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아있다.
“10년을 주기로 감자 농사를 짓는 고도가 높아졌어요. 해마다 10~15m씩 꾸준히 올라가고, 그 이상 재배 지역을 높여야 하는 종도 있죠.”
▶ 감자는 왜 고지대로 올라갈까?=감자의 재배지역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페루의 산맥’ 안데스도 피하지 못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나친 일조량”, “강우 패턴의 변화”,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농민들은 해마다 “고도를 바꿔가며”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Benjamin Quijandria) 페루 농업부 차관은 “과거 감자 농사는 해발 2500~3000m에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3500m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간 2500~3000m 지역에선 감자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감자는 특히나 고온에 취약하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온도와 습도 증가로 인해 감자의 전분 형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며 “추뇨(chuño) 생산도 어려워졌다”(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고 한다. ‘추뇨’는 인류 최초의 건조식품으로, 수확한 감자를 말려 새로운 감자로 만들어낸 ‘잉카의 유산’이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International Potato Center)에 따르면 추뇨는 주로 ‘빠빠 아말가(Papa amarga)’로 불리는 ‘쓴 감자’로 만든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야생종 감자는 0℃ 이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성 성분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나 판타(Ana L. Panta Lalopu) 국제감자센터 연구원은 “빠빠 아말가에는 쓴 맛을 내는 글리코알칼로이드(glycoalkaloids)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이 바로 먹을 수 없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3~4일간 강물에 세척한 뒤 햇빛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밤 시간 동안 추운 곳에서 완전히 얼려 건조시킨다”고 말했다. 이 방식이 바로 ‘추뇨’다. 잉카인들은 추뇨를 통해 “독성 성분을 제거해 새로운 종류의 감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는 ‘추뇨 블랑코’(chuño blanco) 혹은 ‘모라야’(moraya)라고 불린다.
‘추뇨’는 안데스 주민들에겐 “무려 10~15년까지 보존 가능한 식량 자원이자, 식량 안보”(아니세또 꼬요꼬요)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니 자연 동결건조가 힘들어”(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 추뇨 생산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추뇨’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감자(빠빠 아말가)가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는 점은 안데스 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지대에서 자라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강한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 어느 지역에서나 생산이 가능한데 ‘추뇨’로 만들지 못 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 지대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도 적지 않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전염병의 한 종류인 잎마름병이 확산되고 있다. 해안지역과 안데스 계곡에 분포하고 있는 감자뿔나방도 고지대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국제감자센터는 “감자뿔나방은 현재 해발 3500m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나방 종류는 토종 감자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배가 어려운 품종도 나오고 있다. 아니세또 꼬요꼬요는 “칠까스(Chilkas), 뻬루아니따(Peruanita), 뿌나 마끼(Puna maki), 빠꼬차 센까(Pacocha Zenka) 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재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점점 더 영양가 없는 땅으로…‘감자의 위기’=감자를 살리기 위한 이동은 한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감자센터에 따르면 안데스에서의 감자는 계단식으로 재배된다. 야생종을 포함해 4000여 종에 달하는 감자들은 종류에 따라 자라는 지역과 높이가 다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그러나 “계단식으로 재배되던 감자들이 이젠 평면으로 심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자 종류에 따라 재배 고도가 달랐던 것이 이젠 큰 차이가 없는 높이에서 자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년 주기로 고도가 높아졌던 과거와 달리 이젠 1년 주기로 훌쩍 뛰어오른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예전에는 3500m ~ 3700m에서 재배가 가능했던 감자 종은 4500m 이상 높이로 올라가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감자 종류는 한 해 사이에 “100m나 재배 높이를 올려야 하는”(센트럴 레스토랑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 셰프) 상황이 됐다.
감자는 본래 고지대 작물이기 때문에 “고산지대에서도 적응이 빠른”(아니세또 꼬요꼬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배 과정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5~8월엔 냉해가 껴서 감자 성장에 영향을 받고”(아니세또 꼬요꼬요), “생산량도 타격을 받게”(아나 판타 연구원) 된다. “고지대는 토양의 질이 좋지 않은 ‘가난한 땅’”(아나 판타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영양분이 부족한 땅이라 감자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1만 년 전, 이 땅에 뿌리내린 ‘잉카의 생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잉카의 후예’들이 거주하고 있는 최고 고도는 4500m. 감자 재배 지역이 올라가는 만큼 “감자가 재배될 수 있는 땅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500m부터 감자를 재배하던 과거에 비한다면 재배 면적은 벌써 1000m 높이만큼 사라졌다.
감자는 페루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식량자원으로, 페루 국민 “1인당 연간 100kg”(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을 소비하고 있다. 쌀(60kg)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안에 안데스에서 감자를 키울 수 있는 곳은 사라질 수도 있다”(국제감자센터 농학자 레네 고메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저지대에선 병충해 들끓고, ‘추뇨’ 생산도 무용지물
- 감자 재배 면적 사라지는 안데스
[리얼푸드=페루(피삭)고승희 기자] 안데스의 젊은 농부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ㆍ30) 씨는 감자 농사를 위해 어느덧 해발 4000m까지 올라왔다.
“해마다 감자 재배지역이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있어요.”
해발 4000m 피삭 지역 사까까 마을에서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아니세또 꼬요꼬요(Aniceto Ccoyo Ccoyo)는 “기온이 올라가 감자 재배 지역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10년을 주기로 감자 농사를 짓는 고도가 높아졌어요. 해마다 10~15m씩 꾸준히 올라가고, 그 이상 재배 지역을 높여야 하는 종도 있죠.”
아니세또 꼬요꾜요 씨가 수확한 다양한 종류의 안데스 감자들 |
▶ 감자는 왜 고지대로 올라갈까?=감자의 재배지역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페루의 산맥’ 안데스도 피하지 못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나친 일조량”, “강우 패턴의 변화”,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농민들은 해마다 “고도를 바꿔가며”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벤자민 키한드리아(Benjamin Quijandria) 페루 농업부 차관은 “과거 감자 농사는 해발 2500~3000m에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3500m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간 2500~3000m 지역에선 감자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감자는 특히나 고온에 취약하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온도와 습도 증가로 인해 감자의 전분 형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며 “추뇨(chuño) 생산도 어려워졌다”(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고 한다. ‘추뇨’는 인류 최초의 건조식품으로, 수확한 감자를 말려 새로운 감자로 만들어낸 ‘잉카의 유산’이다.
아니세또 꼬요꾜요 씨가 가족들과 함께 감자를 보고 있다. |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International Potato Center)에 따르면 추뇨는 주로 ‘빠빠 아말가(Papa amarga)’로 불리는 ‘쓴 감자’로 만든다.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야생종 감자는 0℃ 이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성 성분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나 판타(Ana L. Panta Lalopu) 국제감자센터 연구원은 “빠빠 아말가에는 쓴 맛을 내는 글리코알칼로이드(glycoalkaloids)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이 바로 먹을 수 없다”며 “이를 없애기 위해 3~4일간 강물에 세척한 뒤 햇빛에서 수분을 제거하고, 밤 시간 동안 추운 곳에서 완전히 얼려 건조시킨다”고 말했다. 이 방식이 바로 ‘추뇨’다. 잉카인들은 추뇨를 통해 “독성 성분을 제거해 새로운 종류의 감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자는 ‘추뇨 블랑코’(chuño blanco) 혹은 ‘모라야’(moraya)라고 불린다.
‘추뇨’는 안데스 주민들에겐 “무려 10~15년까지 보존 가능한 식량 자원이자, 식량 안보”(아니세또 꼬요꼬요)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높아지니 자연 동결건조가 힘들어”(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 추뇨 생산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추뇨’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감자(빠빠 아말가)가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아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는 점은 안데스 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지대에서 자라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강한 종”(아나 판타 연구원)이라 어느 지역에서나 생산이 가능한데 ‘추뇨’로 만들지 못 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아니세또 꼬요꼬요 씨의 감자 저장 창고 |
이 지대에선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도 적지 않다. 페루 농업부에 따르면 전염병의 한 종류인 잎마름병이 확산되고 있다. 해안지역과 안데스 계곡에 분포하고 있는 감자뿔나방도 고지대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국제감자센터는 “감자뿔나방은 현재 해발 3500m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 나방 종류는 토종 감자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배가 어려운 품종도 나오고 있다. 아니세또 꼬요꼬요는 “칠까스(Chilkas), 뻬루아니따(Peruanita), 뿌나 마끼(Puna maki), 빠꼬차 센까(Pacocha Zenka) 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재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점점 더 영양가 없는 땅으로…‘감자의 위기’=감자를 살리기 위한 이동은 한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감자센터에 따르면 안데스에서의 감자는 계단식으로 재배된다. 야생종을 포함해 4000여 종에 달하는 감자들은 종류에 따라 자라는 지역과 높이가 다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그러나 “계단식으로 재배되던 감자들이 이젠 평면으로 심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자 종류에 따라 재배 고도가 달랐던 것이 이젠 큰 차이가 없는 높이에서 자라고 있다.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제감자센터 내부에 전시된 감자들 |
뿐만 아니라 10년 주기로 고도가 높아졌던 과거와 달리 이젠 1년 주기로 훌쩍 뛰어오른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예전에는 3500m ~ 3700m에서 재배가 가능했던 감자 종은 4500m 이상 높이로 올라가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감자 종류는 한 해 사이에 “100m나 재배 높이를 올려야 하는”(센트럴 레스토랑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 셰프) 상황이 됐다.
감자는 본래 고지대 작물이기 때문에 “고산지대에서도 적응이 빠른”(아니세또 꼬요꼬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배 과정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5~8월엔 냉해가 껴서 감자 성장에 영향을 받고”(아니세또 꼬요꼬요), “생산량도 타격을 받게”(아나 판타 연구원) 된다. “고지대는 토양의 질이 좋지 않은 ‘가난한 땅’”(아나 판타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아나 판타 연구원은 “영양분이 부족한 땅이라 감자 생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1만 년 전, 이 땅에 뿌리내린 ‘잉카의 생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잉카의 후예’들이 거주하고 있는 최고 고도는 4500m. 감자 재배 지역이 올라가는 만큼 “감자가 재배될 수 있는 땅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2500m부터 감자를 재배하던 과거에 비한다면 재배 면적은 벌써 1000m 높이만큼 사라졌다.
감자는 페루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식량자원으로, 페루 국민 “1인당 연간 100kg”(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을 소비하고 있다. 쌀(60kg)보다 많은 수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40년 안에 안데스에서 감자를 키울 수 있는 곳은 사라질 수도 있다”(국제감자센터 농학자 레네 고메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감자센터 아나 판타 연구원이 잉카 시대 때부너 만들어온 인류 최초의 저장식품인 추뇨 블랑코(혹은 모라야, 왼쪽)를 손에 들고 있다. |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하는 감자 양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 이번 기획보도는 지난 2월, 삼성언론재단이 공모한 기획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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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