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 몇 해 사이 한국의 식품업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보다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 감성이 부각되는 것은 물론 신제품의 출시도 늘었다. 급변하는 한국의 식품 시장에 대해 유럽의 수출국은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선 트렌드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EU 농식품 및 식물 위생 검역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EU 측 분야별 대표와 한국 측 수입인 대표 13명이 참석한 원탁토론이 진행, 한국 식품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에 대한 분석이 오갔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식품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수입식품 규모는 250억 8772만 달러(한화 28조 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나 증가했다.
마리아 하지예로(Maria Hajiyerou)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국은 짧은 시간 내에 GDP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인구의 5%만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70%에 달하는 농업 상품이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식품은 농수산물, 축산물, 가공식품을 망라해 상당하지만 수입국 별로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가 두드러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수입금액은 무려 54억 3332만 달러(한화 약 5조794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2위 수입국으로, 41억9887만 달러(한화 약 4조4776억원) 규모에 해당하고 있다. 그 뒤로 호주(25억 7248만 달러), 베트남(11억 8569억 달러), 러시아(9억 4170만 달러)가 있다.
스페인산 오렌지를 수입하고 있는 부켓코리아의 노건 부회장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오렌지의 90% 이상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이고, 나머지 10%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다”며 “유럽 국가인 스페인 오렌지는 3% 내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입장에서 한국은 농산물은 물론 각종 식품의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날 토론에 참석한 어완 뷜프(Erwan Vilfeu)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식품위원회 회장은 성공적인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지는 변화를 ‘1인가구의 증가’와 ‘빠른 고령화 진행’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 압박이 많으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온라인 이용 시간이 길다”는 점을 눈에 띄는 특성으로 꼽았다.
국내 식품 시장은 그 어떤 나라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 시장은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라면 제조 회사인 농심의 경우 굉장히 빠른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농심의 경우 1980년~90년대에 이르는 20년 동안 신제품 출시는 연 평균 0.8개, 2000년~2015년까지 16년 동안 연평균 1.3개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2년간(2016~2017) 연 평균 7.5개의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어완 뵐프 회장은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혁신은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제 때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늦을 경우 이미 장악한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쇼핑을 할 때에도 모든 상품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향으로 인해 원탁 토론에 참석한 EU 측 관계자들은 “한국의 소비자는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자”라는 데에 의견을 함께 했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은 불과 2년 전보다 도전이 더 어려운 시장이 됐다”며 “한국의 소비자는 깐깐하고 수준이 높아 시장 진입을 위해선 항상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한국 소비자의 21%는 유럽 제품에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아 하지예로 변호사 역시 “한국의 소비자는 세련됐으며, 수입제품에 대한 구체적 내역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생산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유럽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차차 높아진 데에는 해외 여행의 영향도 적지 않다. 노건 부회장은 “유럽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에 와서도 그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나 아직까지 유럽 식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느 정도 수요가 커질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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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EU 농식품 및 식물 위생 검역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EU 측 분야별 대표와 한국 측 수입인 대표 13명이 참석한 원탁토론이 진행, 한국 식품 시장과 소비자의 성향에 대한 분석이 오갔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식품은 해마다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017년 수입식품 규모는 250억 8772만 달러(한화 28조 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나 증가했다.
마리아 하지예로(Maria Hajiyerou)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국은 짧은 시간 내에 GDP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인구의 5%만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70%에 달하는 농업 상품이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식품은 농수산물, 축산물, 가공식품을 망라해 상당하지만 수입국 별로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가 두드러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수입금액은 무려 54억 3332만 달러(한화 약 5조794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2위 수입국으로, 41억9887만 달러(한화 약 4조4776억원) 규모에 해당하고 있다. 그 뒤로 호주(25억 7248만 달러), 베트남(11억 8569억 달러), 러시아(9억 4170만 달러)가 있다.
스페인산 오렌지를 수입하고 있는 부켓코리아의 노건 부회장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오렌지의 90% 이상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이고, 나머지 10%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다”며 “유럽 국가인 스페인 오렌지는 3% 내외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입장에서 한국은 농산물은 물론 각종 식품의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날 토론에 참석한 어완 뷜프(Erwan Vilfeu)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식품위원회 회장은 성공적인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소비자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지는 변화를 ‘1인가구의 증가’와 ‘빠른 고령화 진행’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적 압박이 많으며,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과 온라인 이용 시간이 길다”는 점을 눈에 띄는 특성으로 꼽았다.
국내 식품 시장은 그 어떤 나라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 시장은 변화와 혁신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라면 제조 회사인 농심의 경우 굉장히 빠른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농심의 경우 1980년~90년대에 이르는 20년 동안 신제품 출시는 연 평균 0.8개, 2000년~2015년까지 16년 동안 연평균 1.3개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2년간(2016~2017) 연 평균 7.5개의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어완 뵐프 회장은 이 같은 사례를 언급하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혁신은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제 때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늦을 경우 이미 장악한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쇼핑을 할 때에도 모든 상품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향으로 인해 원탁 토론에 참석한 EU 측 관계자들은 “한국의 소비자는 까다롭고 세련된 소비자”라는 데에 의견을 함께 했다.
어완 뵐프 회장은 “한국은 불과 2년 전보다 도전이 더 어려운 시장이 됐다”며 “한국의 소비자는 깐깐하고 수준이 높아 시장 진입을 위해선 항상 트렌드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한국 소비자의 21%는 유럽 제품에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아 하지예로 변호사 역시 “한국의 소비자는 세련됐으며, 수입제품에 대한 구체적 내역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생산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라고 강조했다.
유럽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차차 높아진 데에는 해외 여행의 영향도 적지 않다. 노건 부회장은 “유럽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에 와서도 그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나 아직까지 유럽 식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어느 정도 수요가 커질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사진=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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