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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 후 한달가량 지났지만 ‘학교 싫다’며 두통 등 호소
-“밤 10시前 취침ㆍ아침 식사ㆍ규칙적 운동 등 유도해야”
-“꾀병 취급하면 증상 악화…이야기 들으며 공감해 줘야”
#“엄마, 나 오늘 학교에 데려다 주면 안 돼요?” 회사원 류모(44ㆍ여) 씨는 거의 날마다 ‘학교에 가는 게 싫다’고 조르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때문에 걱정이 컸다. 아들은 “엄마가 학교 정문 앞까지 배웅해 줘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지난달 내내 보채는 아들 걱정 탓에 류 씨는 직장에서도 업무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아들과 함께 간 병원에서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 학교는 물론 새 친구, 새 선생님과 만나는 것은 어린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낯선 환경 탓에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 같은 마음을 넘어 까닭 없이 머리와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낀다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류 씨의 아들처럼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꾀병으로 치부하지 말고, 자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오후 10시 이전 잠자리에 들게 하면 도움”=새 학기 증후군은 한마디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몸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말한다. 대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아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는 한 달 넘게 지속돼 일 년 내내 자녀가 고생할 수 있다. 진짜로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위축돼 친구를 사귀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면 우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면 학교 가기 싫어하는 마음 역시 커진다”며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는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마음도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즐거운 등하굣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와 등하교를 함께하게 하는 것이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네는 친구에게 상냥하게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낯선 상황에 보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선 건강도 필수다. 김 교수는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이고, 평소 빠르게 걷기, 줄넘기,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규칙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이렇게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먼 이 같은 노력에도 친구 관계나 학습 등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부모는 평소 자녀와 대화를 통해 고민을 들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 풀기 위해 자녀가 속으로 끙끙 앓다 보면 두통 같은 증상이 더 심해지고 스트레스만 더 쌓일 수 있다.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너는 할 수 있어.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잘 해결했잖아’라는 말로 용기를 심어 주면 자녀의 학교 생활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자녀 호소, 꾀병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새 학기는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겹치는 시기이므로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아직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표현력이 미비한 어린이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두통, 복통, 수면장애, 가슴 답답함 등의 신체 증상으로 호소할 때가 많다. 이 같은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새 학기 스트레스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일단 병원을 찾아 증상의 신체적 원인을 찾는 진단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병원의 각종 검사에서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만한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환경이 일으키는 심리적 불안 자체만으로도 두통, 복통 등의 신체 증상이 충분히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개학 후 2주 이상 학교나 학원을 가려고 하면 두통, 복통 등을 호소하고 수면장애나 식욕 변화 등이 생기거나, 이 같은 증상이 호전 없이 오히려 악화된다면 학교나 학원과 관련된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신체 증상의 가능성이 높다. 이때에는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두통, 복통 등 학교 가기 싫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부모는 이 같은 증상을 꾀병으로 치부하고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거나, ‘의지가 약하다’며 자녀의 호소를 무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때 아이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게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지속된다”며 “아이의 자율신경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주게 돼 더욱 불안이 커지고 신체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신의 호소를 무시한다고 느낄 때 자녀는 자신의 두려운 감정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다른 신체 증상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부모는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며 증상을 표현할 때 자신도 어릴 때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표시하고,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차분히 원인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좋다”며 “부모의 이해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불안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새 학기 건강을 위한 ‘START’
▶S(Share)-자녀의 감정을 공유하자
▶T(Taste)-세 끼 식사를 통해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자
▶A(Adapt)-일상을 학교 생활에 맞추자
▶R(Ready)-예방접종으로 집단 생활을 준비하자
▶T(Training)-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
자료: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사진>학교에 가기 싫은 것은 물론 까닭 없이 머리와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낀다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 같은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꾀병으로 치부하지 말고, 자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헤럴드경제DB]
- 개학 후 한달가량 지났지만 ‘학교 싫다’며 두통 등 호소
-“밤 10시前 취침ㆍ아침 식사ㆍ규칙적 운동 등 유도해야”
-“꾀병 취급하면 증상 악화…이야기 들으며 공감해 줘야”
#“엄마, 나 오늘 학교에 데려다 주면 안 돼요?” 회사원 류모(44ㆍ여) 씨는 거의 날마다 ‘학교에 가는 게 싫다’고 조르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때문에 걱정이 컸다. 아들은 “엄마가 학교 정문 앞까지 배웅해 줘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지난달 내내 보채는 아들 걱정 탓에 류 씨는 직장에서도 업무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아들과 함께 간 병원에서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새 학교는 물론 새 친구, 새 선생님과 만나는 것은 어린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낯선 환경 탓에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 같은 마음을 넘어 까닭 없이 머리와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낀다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류 씨의 아들처럼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꾀병으로 치부하지 말고, 자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오후 10시 이전 잠자리에 들게 하면 도움”=새 학기 증후군은 한마디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몸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말한다. 대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아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는 한 달 넘게 지속돼 일 년 내내 자녀가 고생할 수 있다. 진짜로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위축돼 친구를 사귀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면 우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거나 피곤하다고 느끼면 학교 가기 싫어하는 마음 역시 커진다”며 “성장호르몬이 나오기 시작하는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마음도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즐거운 등하굣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와 등하교를 함께하게 하는 것이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부담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건네는 친구에게 상냥하게 대답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낯선 상황에 보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선 건강도 필수다. 김 교수는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이고, 평소 빠르게 걷기, 줄넘기,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 규칙적으로 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이렇게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먼 이 같은 노력에도 친구 관계나 학습 등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부모는 평소 자녀와 대화를 통해 고민을 들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 풀기 위해 자녀가 속으로 끙끙 앓다 보면 두통 같은 증상이 더 심해지고 스트레스만 더 쌓일 수 있다.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너는 할 수 있어. 지난해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지만 잘 해결했잖아’라는 말로 용기를 심어 주면 자녀의 학교 생활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자녀 호소, 꾀병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새 학기는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겹치는 시기이므로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아직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표현력이 미비한 어린이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두통, 복통, 수면장애, 가슴 답답함 등의 신체 증상으로 호소할 때가 많다. 이 같은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새 학기 스트레스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일단 병원을 찾아 증상의 신체적 원인을 찾는 진단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병원의 각종 검사에서 이러한 증상을 일으킬 만한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환경이 일으키는 심리적 불안 자체만으로도 두통, 복통 등의 신체 증상이 충분히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개학 후 2주 이상 학교나 학원을 가려고 하면 두통, 복통 등을 호소하고 수면장애나 식욕 변화 등이 생기거나, 이 같은 증상이 호전 없이 오히려 악화된다면 학교나 학원과 관련된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신체 증상의 가능성이 높다. 이때에는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두통, 복통 등 학교 가기 싫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부모는 이 같은 증상을 꾀병으로 치부하고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거나, ‘의지가 약하다’며 자녀의 호소를 무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이때 아이의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게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지속된다”며 “아이의 자율신경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주게 돼 더욱 불안이 커지고 신체 증상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신의 호소를 무시한다고 느낄 때 자녀는 자신의 두려운 감정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다른 신체 증상으로 자신의 불안을 표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부모는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며 증상을 표현할 때 자신도 어릴 때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표시하고,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차분히 원인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좋다”며 “부모의 이해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불안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새 학기 건강을 위한 ‘START’
▶S(Share)-자녀의 감정을 공유하자
▶T(Taste)-세 끼 식사를 통해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자
▶A(Adapt)-일상을 학교 생활에 맞추자
▶R(Ready)-예방접종으로 집단 생활을 준비하자
▶T(Training)-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
자료:한국건강증진개발원
<사진>학교에 가기 싫은 것은 물론 까닭 없이 머리와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낀다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이 같은 새 학기 증후군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꾀병으로 치부하지 말고, 자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이 좋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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