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유기농'이 유럽 농식품 시장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떠올랐다. 유럽의 유기농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유럽 농식품 및 식물 위생에 관한(SPS) 세미나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었다. 이날 엘레나 파니치(Elena Panichi)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농업 및 지방개발 총국의 오가닉 연합 사무차장은 유럽 유기농 시장의 성장과 한국 시장 진입 현황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유럽에서 유기농 식품은 틈새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엘레나 파니치 사무차장은 "전 세계 유기농 경지의 6.7%는 유럽에 위치하고 있다"며 "15년 전만 해도 유기농 식품의 소매 판매는 50억 유로(한화 6조 6927억 원)에 그쳤으나 현재 크게 성장해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유기농 소매 판매는 전 세계 2위(207억 유로, 한화 약 27조 7077억) 규모다. 1위는 380억 유로(한화 약 50조 8645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다.
유럽의 유기농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95억 유로(한화 약 12조 7161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독일에서 출시되는 모든 식음료의 25%는 유기농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사이 무려 4배(271%)나 성장했다. 독일인의 72%는 유기농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권을 원하고 있으며, 독일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4%는 식음료 구매의 주요 요인으로 '유기농' 여부를 꼽았다. 특히 유기농 식음료의 선호 비중이 높은 세대는 35~44세의 젊은 소비자였다. 이들 세대의 63%가 유기농이 식음료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유기농'이라고 답했으며, 79%는 그들의 구매 목록에서 유기농 식음료의 더 많이 선택하고 싶다고 밝혔다.
독일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뒤따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유기농 식품 시장의 성장이 빠르다. 프랑스 유기농 농업진흥회(Agence BIO)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12개월간 프랑스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한 달에 한 번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소비자들이 유기농 식품에 지출한 금액은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무려 278%나 늘었다. 스위스 역시 유럽 유기농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1인당 유기농 식품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다.
엘레나 파니치 사무처장은 "한국의 유기농은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라며 "소비량 역시 구매력이 높아지며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현지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은 상당히 적어 75% 정도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깐깐하고 까다롭다는 점은 좋은 신호"라며 "유럽의 유기농 식품은 인증서 기반의 통제 시스템을 일일이 거쳐야 한다. 오류로 인한 라벨 착오가 현저히 적다는 점에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