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매주 금요일, 이스라엘엔 빵 굽는 냄새가 가득 찬다. 이 날은 이스라엘 여성들이 유대인의 전통 빵인 ‘할라 브레드’(Challa bread)를 만드는 날이다.
“이 빵을 만들면 집에 평화를 불러와요. 이스라엘에서 할라 브레드를 내놓는 건 먹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것과 같아요.”
담백하게 구워진 할라 브레드는 팔라펠(Falafelㆍ병아리콩을 미트볼 모양으로 빚은 음식)을 곁들인 후무스(Hummus)와 함께 먹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어도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이 음식을 안다.
“후무스는 이스라엘에선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에요. 영양 성분이 뛰어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반드시 해주죠.”
생소한 이스라엘 음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스라엘 출신 요시 하노카(Yosi Hanokaㆍ46) 셰프의 손 끝에서 태어난 이 음식들엔 먼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담겼다.
이스라엘 음식은 ‘다양성의 보고’다. 중동의 교통 요지이자, 3000년 이상 무수히 많은 정복자와 교역자들이 이 땅을 거쳐가며 음식 문화에 자취를 남겼다.
“이스라엘은 이민자의 나라여서 다양한 음식이 많아요. 주변국에서 들어온 음식들은 이스라엘의 음식으로 재탄생되기도 하죠.” 이 날도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이란의 음식은 이스라엘의 음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스라엘식 파스타인 쁘띠팅(Ptitim), 토마토 샥슈카(Tomato Shakshuka), 고기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Dates stuffed), 사비크(Sabich), 팔라펠(Falafel)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최근 서울 북촌에서 진행된 ‘테이스트 오브 이스라엘’ 행사에서 요시 하노카 셰프를 만났다. 그는 지난 12~13일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 경연대회’ 참가차 한국을 찾았다. 16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세 종목에 출전한 요시 하노카 셰프는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다.
실력파 셰프의 음식을 맛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만족감이 번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내 특급 호텔 관계자는 “중동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아 놀랐다”며 극찬했다.
지난 몇 해 사이 후무스와 같은 중동 음식이 한국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생소했던 이스라엘 음식은 병아리콩, 대추야자와 같은 식재료로 먼저 알려지고, 깐깐하고 건강한 ‘코셔’ 식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시 하노카 셰프의 음식은 조금 더 특별했다. 먼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위해 셰프의 비법의 담긴 덕분이다.
“이 음식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는 것들이에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음식을 맛봤어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이스라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실 이스라엘 음식은 향신료가 더 많이 들어가요. 오늘도 향신료를 더 넣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죠. 한국인들도 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넣었어요.”
불과 사나흘 만에 한국인의 입맛을 간파했다. 향신료의 양을 조절하는 정도의 현지화로 이스라엘 음식은 금세 친숙해졌다.
사실 이스라엘 음식은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코셔’ 식단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셔(Kosher)는 유대인들의 식품 인증 제도다. 코셔 식품은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인증을 받은 것으로 원재료부터 식품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한다.
‘웰빙’ 트렌드와 안전성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코셔는 깨끗한 음식이자 ‘건강 식단’의 대명사가 됐다. 실제로 그 규율은 상당히 깐깐하다.
요시 하노카 셰프에 따르면 코셔에선 육류와 유제품, 육류와 우유, 육류와 생선을 같이 요리하지 않고, 함께 먹지도 않는다. 당연히 한 접시에 담지도 않는다. 어류도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없는 것은 금지한다.
“코셔 식단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깐깐한 규율을 지킨 건강한 음식이기 때문일 거예요. 규율상 육류, 유제품, 우유, 생선을 함께 먹지 않고 최소 6시간 이후에 먹어요. 코셔의 룰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이 더 건강하게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선 육류나 유제품, 어류를 먹을 때 이 정도의 시간을 두는 것이 좋아요.”
다만 셰프로선 엄격한 규율을 따르다 보니 다채로운 음식을 선보이지 못 한다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요시 하노카 셰프는 “코셔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요리를 만들기 전부터 요리 방법을 고민한다”며 “코셔를 따르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상당이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코셔의 규율은 까다롭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 피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 하노카 셰프가 요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그는 스스로 ‘뼛속부터 셰프’였다고 자부한다. 요시 하노카 셰프는 할머니의 영향으로 걸어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쿠스쿠스’(Couscousㆍ세몰리나에 수분을 가하며 둥글려 만든 좁쌀 모양의 파스타) 볼을 굴리며 요리와 익숙해졌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음식을 만들기 전엔 식재료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요리를 하죠. 제가 얼마나 음식을 사랑하는지,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한국에서 이스라엘 음식을 선보이며 현지의 입맛을 반영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엔 다양한 아시아 식당이 들어 왔어요. 스시나 김치도 먹어봤어요. 스시는 이스라엘에서 아주 인기 있는 음식이 됐어요. 어떤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면 그 나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만든 이스라엘 음식을 먹어보고, 한국 사람들도 이스라엘에 오고 싶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스라엘이 아닌 한국에서 만난 ‘한국 음식’도 셰프에겐 강렬했다. 그 중 최고는 한국 라면이었다. 한국 라면의 맛을 떠올리는 요시 하노카 셰프의 얼굴엔 감당할 수 없는 표정들로 채워졌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봉지로 나오는 육개장 칼국수라는 라면을 처음으로 먹어봤어요. 여태껏 먹어본 적 없는 라면이었어요. 이스라엘에서도 라면을 먹어봤지만 이런 맛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맛있었어요. 인생 라면이에요.”
shee@heraldcp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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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빵을 만들면 집에 평화를 불러와요. 이스라엘에서 할라 브레드를 내놓는 건 먹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것과 같아요.”
담백하게 구워진 할라 브레드는 팔라펠(Falafelㆍ병아리콩을 미트볼 모양으로 빚은 음식)을 곁들인 후무스(Hummus)와 함께 먹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어도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이 음식을 안다.
'테이스트 오브 이스라엘' 행사에서 요시 하노카 셰프가 선보인 할라 브레드와 후무스 |
“후무스는 이스라엘에선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음식이에요. 영양 성분이 뛰어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반드시 해주죠.”
생소한 이스라엘 음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스라엘 출신 요시 하노카(Yosi Hanokaㆍ46) 셰프의 손 끝에서 태어난 이 음식들엔 먼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담겼다.
이스라엘 음식은 ‘다양성의 보고’다. 중동의 교통 요지이자, 3000년 이상 무수히 많은 정복자와 교역자들이 이 땅을 거쳐가며 음식 문화에 자취를 남겼다.
“이스라엘은 이민자의 나라여서 다양한 음식이 많아요. 주변국에서 들어온 음식들은 이스라엘의 음식으로 재탄생되기도 하죠.” 이 날도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이란의 음식은 이스라엘의 음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스라엘식 파스타인 쁘띠팅(Ptitim), 토마토 샥슈카(Tomato Shakshuka), 고기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Dates stuffed), 사비크(Sabich), 팔라펠(Falafel)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요시 하노카 이스라엘 셰프는 “내가 만든 음식으로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오고 싶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최근 서울 북촌에서 진행된 ‘테이스트 오브 이스라엘’ 행사에서 요시 하노카 셰프를 만났다. 그는 지난 12~13일 대전에서 열린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 경연대회’ 참가차 한국을 찾았다. 1600여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세 종목에 출전한 요시 하노카 셰프는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했다.
실력파 셰프의 음식을 맛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만족감이 번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내 특급 호텔 관계자는 “중동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잘 맞아 놀랐다”며 극찬했다.
지난 몇 해 사이 후무스와 같은 중동 음식이 한국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생소했던 이스라엘 음식은 병아리콩, 대추야자와 같은 식재료로 먼저 알려지고, 깐깐하고 건강한 ‘코셔’ 식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요시 하노카 셰프의 음식은 조금 더 특별했다. 먼 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 위해 셰프의 비법의 담긴 덕분이다.
“이 음식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먹는 것들이에요.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음식을 맛봤어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이스라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사실 이스라엘 음식은 향신료가 더 많이 들어가요. 오늘도 향신료를 더 넣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죠. 한국인들도 딱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넣었어요.”
불과 사나흘 만에 한국인의 입맛을 간파했다. 향신료의 양을 조절하는 정도의 현지화로 이스라엘 음식은 금세 친숙해졌다.
사실 이스라엘 음식은 까다롭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코셔’ 식단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셔(Kosher)는 유대인들의 식품 인증 제도다. 코셔 식품은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인증을 받은 것으로 원재료부터 식품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한다.
‘웰빙’ 트렌드와 안전성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코셔는 깨끗한 음식이자 ‘건강 식단’의 대명사가 됐다. 실제로 그 규율은 상당히 깐깐하다.
요시 하노카 셰프에 따르면 코셔에선 육류와 유제품, 육류와 우유, 육류와 생선을 같이 요리하지 않고, 함께 먹지도 않는다. 당연히 한 접시에 담지도 않는다. 어류도 비늘이나 지느러미가 없는 것은 금지한다.
“코셔 식단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깐깐한 규율을 지킨 건강한 음식이기 때문일 거예요. 규율상 육류, 유제품, 우유, 생선을 함께 먹지 않고 최소 6시간 이후에 먹어요. 코셔의 룰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이 더 건강하게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선 육류나 유제품, 어류를 먹을 때 이 정도의 시간을 두는 것이 좋아요.”
다만 셰프로선 엄격한 규율을 따르다 보니 다채로운 음식을 선보이지 못 한다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요시 하노카 셰프는 “코셔의 규칙을 지키기 위해 요리를 만들기 전부터 요리 방법을 고민한다”며 “코셔를 따르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상당이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코셔의 규율은 까다롭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 피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 하노카 셰프가 요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그는 스스로 ‘뼛속부터 셰프’였다고 자부한다. 요시 하노카 셰프는 할머니의 영향으로 걸어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쿠스쿠스’(Couscousㆍ세몰리나에 수분을 가하며 둥글려 만든 좁쌀 모양의 파스타) 볼을 굴리며 요리와 익숙해졌다.
요시 하노카 셰프는 한국에서 맛 본 ‘육개장 칼국수’는 “인생 최고의 라면”이라고 말했다. |
“어릴 때부터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음식을 만들기 전엔 식재료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요리를 하죠. 제가 얼마나 음식을 사랑하는지,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한국에서 이스라엘 음식을 선보이며 현지의 입맛을 반영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엔 다양한 아시아 식당이 들어 왔어요. 스시나 김치도 먹어봤어요. 스시는 이스라엘에서 아주 인기 있는 음식이 됐어요. 어떤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면 그 나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만든 이스라엘 음식을 먹어보고, 한국 사람들도 이스라엘에 오고 싶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스라엘이 아닌 한국에서 만난 ‘한국 음식’도 셰프에겐 강렬했다. 그 중 최고는 한국 라면이었다. 한국 라면의 맛을 떠올리는 요시 하노카 셰프의 얼굴엔 감당할 수 없는 표정들로 채워졌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봉지로 나오는 육개장 칼국수라는 라면을 처음으로 먹어봤어요. 여태껏 먹어본 적 없는 라면이었어요. 이스라엘에서도 라면을 먹어봤지만 이런 맛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맛있었어요. 인생 라면이에요.”
shee@heraldcp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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