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고승희 기자] “와아. 매운데 정말 맛있어요. 자꾸 먹고 싶은 중독성 강한 맛이에요.”
아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시알 차이나’(SIAL CHINA)의 한국관 입구로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사람들이 오가는 입구에서 불닭볶음면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매운맛’ 라면을 시식하기 위해 방문객은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 이령(27) 씨는 “불닭볶음면은 작년부터 중국 젊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다”며 “중국인에게는 많이 매운 데도 일부러 찾아서 먹고 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올해 시알 차이나 한국관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해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알 차이나 한국관은 지난 2년여간 사드(THAADㆍ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시알 차이나에 수년 째 참가 중인 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문객은 물론 바이어도 찾지 않고, 참가를 취소하는 업체도 많아 썰렁했는데 올해는 활기차고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 ‘불닭볶음면’ 인기에 떡볶이도 수혜=‘시알 차이나 2018’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총 119개사. 그 가운데 사드 해빙 모드와 더불어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국의 ‘매운맛’을 선보인 업체들이었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적인 시식 행사는 물론 한국인의 ‘국민 간식’인 떡볶이도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선 ‘추억의 국민학교 떡볶이’라는 제품을 판매 중이 에스제이코레(SJ CORE)는 ‘한국 떡볶이’라는 제품을 들고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에스제이코레에선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를 메인 마켓으로 삼아 냉동 떡볶이를 수출해왔다. 이후 상온 제품 4종을 개발해 접근성을 높였다. 업체의 ‘베스트셀러’는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떠먹을 수 있게 한 ‘국물 떡볶이’다. 달달하게 매운맛이 일품이다. 이 제품은 한국과 해외에서 연간 100만개 이상이 팔리는 인기 제품이다.
김현주 에스제이코레 글로벌팀 팀장은 “불닭볶음면 이후 한식과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한류 붐의 영향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떡볶이는 더이상 생소한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 세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고 있는 ‘스파이시 챌린지’(Spicy challenge)는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데에도 일조했다. 김 팀장은 “경쟁적으로 SNS에 도전 영상을 올리는 것이 인기 확산의 요인이었다”며 “미국 시장에선 매콤 달콤한 오리지널 맛이 특히 인기인데, 더 매운맛도 보여달라는 요구도 있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시알 차이나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이미 하루 만에 러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쪽 바이어와 심도 있는 미팅을 가질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중국에선 특히나 ‘불닭볶음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 팀장은 “떡볶이는 불닭볶음면과 같은 매운맛인 데다, 간편식이기도 해서 젊은 세대들이 저항 없이 다가설 수 있었다”며 “자극적인 매콤한 맛에 메인 요리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어필 요소가 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산 김치=프리미엄’, 식품 안전성 신뢰도 상승=김치 회사들 역시 고무적이었다. 시알 차이나에는 총 4개의 김치 회사(이킴, 하늘내린 김치, 평창후레쉬푸드, 모아)가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중국에선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한국산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식품업계는 자국산보다 수입 식품들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킴의 유하니 씨는 “중국에서도 김치는 물론 배추 절임이 있다. 음식이 기름지다 보니 샐러드처럼 즐겨 먹고 있다”며 “아직 중국 시장은 진출하지 않았지만 이미 진출해있는 일본, 홍콩의 경우 점점 매운맛과 한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추세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김치 종류는 배추 김치다. 참가한 업체들은 맛의 현지화에도 노력을 기울렸다. 모아김치는 중국 심천 지역으로 김치를 수출 중이다. 모아김치 관계자는 “한국 김치는 맵다는 인식이 있는데 중국의 남방 지역은 매운맛을 선호하지 않아 덜 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에선 유자맛 김치도 내놓고 있다.
강원도 인제군의 브랜드인 ‘하늘내린 김치’는 호주, 유럽 시장과 중국 길림성에 발을 들였다.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업체에선 수개월 동안 김치맛을 연구했다. 김정학 대표는 “한국의 맛과 유럽의 맛을 섞었다”며 “새우젓을 줄이거나 단맛을 조금 늘리는 등 무수한 샘플링과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하늘내린 김치’에선 유럽 바이어의 요청으로 ‘비건 김치’를 개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김정학 대표는 “해외에선 채식 시장이 워낙에 큰 데다 호주 등지에서 김치의 인기가 좋다. 4~5개월에 걸쳐 비건 김치를 개발했다”며 “사찰 김치에서 착안해 어류는 물론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제외하고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맛을 고수하는 업체도 있었다. 농업회사법인 평창후레쉬푸드의 김치는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와 똑같은 맛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호주 두바이, 쿠웨이트,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대성 이사는 “매운맛이 워낙 인기여서 김치도 중국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먹는다”며 “김치는 한국의 전통음식이기 때문에 전통의 맛 그대로 해외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시알 차이나에서도 ‘평창애 김치’를 맛본 각국의 방문객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특히 평창애 김치의 경우 채널A ‘먹거리X파일’에 ‘착한 절임배추’로 소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이사는 “당시 촬영한 지도 몰랐는데 TV에 나온 이후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며 “고춧가루, 젓갈 등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속재료는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사람이 먹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깨끗하게 관리하고 믿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라는 포인트는 현지 바이어들에게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륙에 불고 있는 매운맛은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중소 업체에게 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정대성 이사는 “깨끗한 원재료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한국 김치 업체에 있어 중국 시장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김치의 경우 10kg당 6000~7000원 대로 납품되나 한국 김치는 최대 4배까지도 뛴다.
중국 시장은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다. 하늘내린 김치의 김정학 대표는 “중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한국 업체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차분히 접근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김치나 한국 음식 체험관, 관광코스를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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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시알 차이나’(SIAL CHINA)의 한국관 입구로 방문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사람들이 오가는 입구에서 불닭볶음면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매운맛’ 라면을 시식하기 위해 방문객은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진행한 불닭볶음면 시식 행사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진행한 불닭볶음면 시식 행사 |
올해 시알 차이나 한국관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해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알 차이나 한국관은 지난 2년여간 사드(THAADㆍ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시알 차이나에 수년 째 참가 중인 한 한국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방문객은 물론 바이어도 찾지 않고, 참가를 취소하는 업체도 많아 썰렁했는데 올해는 활기차고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인형은 시알 차이나에서도 많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
▶ ‘불닭볶음면’ 인기에 떡볶이도 수혜=‘시알 차이나 2018’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총 119개사. 그 가운데 사드 해빙 모드와 더불어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국의 ‘매운맛’을 선보인 업체들이었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적인 시식 행사는 물론 한국인의 ‘국민 간식’인 떡볶이도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매운맛 인기에 힘 입어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국민간식 떡볶이 |
국내에선 ‘추억의 국민학교 떡볶이’라는 제품을 판매 중이 에스제이코레(SJ CORE)는 ‘한국 떡볶이’라는 제품을 들고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에스제이코레에선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를 메인 마켓으로 삼아 냉동 떡볶이를 수출해왔다. 이후 상온 제품 4종을 개발해 접근성을 높였다. 업체의 ‘베스트셀러’는 국물을 자작하게 만들어 떠먹을 수 있게 한 ‘국물 떡볶이’다. 달달하게 매운맛이 일품이다. 이 제품은 한국과 해외에서 연간 100만개 이상이 팔리는 인기 제품이다.
김현주 에스제이코레 글로벌팀 팀장은 “불닭볶음면 이후 한식과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한류 붐의 영향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떡볶이는 더이상 생소한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주 에스제이코레 글로벌팀 팀장은 “불닭볶음면 이후 한식과 한국의 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한류 붐의 영향으로 전 세계 각국에서 떡볶이는 더이상 생소한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특히 전 세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고 있는 ‘스파이시 챌린지’(Spicy challenge)는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데에도 일조했다. 김 팀장은 “경쟁적으로 SNS에 도전 영상을 올리는 것이 인기 확산의 요인이었다”며 “미국 시장에선 매콤 달콤한 오리지널 맛이 특히 인기인데, 더 매운맛도 보여달라는 요구도 있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시알 차이나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김 팀장에 따르면 이미 하루 만에 러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쪽 바이어와 심도 있는 미팅을 가질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중국에선 특히나 ‘불닭볶음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 팀장은 “떡볶이는 불닭볶음면과 같은 매운맛인 데다, 간편식이기도 해서 젊은 세대들이 저항 없이 다가설 수 있었다”며 “자극적인 매콤한 맛에 메인 요리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어필 요소가 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산 김치=프리미엄’, 식품 안전성 신뢰도 상승=김치 회사들 역시 고무적이었다. 시알 차이나에는 총 4개의 김치 회사(이킴, 하늘내린 김치, 평창후레쉬푸드, 모아)가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중국에선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한국산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식품업계는 자국산보다 수입 식품들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킴 김치 |
이킴의 유하니 씨는 “중국에서도 김치는 물론 배추 절임이 있다. 음식이 기름지다 보니 샐러드처럼 즐겨 먹고 있다”며 “아직 중국 시장은 진출하지 않았지만 이미 진출해있는 일본, 홍콩의 경우 점점 매운맛과 한국산 김치를 선호하는 추세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모아김치 |
현지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김치 종류는 배추 김치다. 참가한 업체들은 맛의 현지화에도 노력을 기울렸다. 모아김치는 중국 심천 지역으로 김치를 수출 중이다. 모아김치 관계자는 “한국 김치는 맵다는 인식이 있는데 중국의 남방 지역은 매운맛을 선호하지 않아 덜 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에선 유자맛 김치도 내놓고 있다.
하늘내린김치 |
강원도 인제군의 브랜드인 ‘하늘내린 김치’는 호주, 유럽 시장과 중국 길림성에 발을 들였다.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업체에선 수개월 동안 김치맛을 연구했다. 김정학 대표는 “한국의 맛과 유럽의 맛을 섞었다”며 “새우젓을 줄이거나 단맛을 조금 늘리는 등 무수한 샘플링과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늘내린김치 |
특히 ‘하늘내린 김치’에선 유럽 바이어의 요청으로 ‘비건 김치’를 개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김정학 대표는 “해외에선 채식 시장이 워낙에 큰 데다 호주 등지에서 김치의 인기가 좋다. 4~5개월에 걸쳐 비건 김치를 개발했다”며 “사찰 김치에서 착안해 어류는 물론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제외하고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평창애김치 |
전통의 맛을 고수하는 업체도 있었다. 농업회사법인 평창후레쉬푸드의 김치는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치와 똑같은 맛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호주 두바이, 쿠웨이트,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대성 이사는 “매운맛이 워낙 인기여서 김치도 중국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먹는다”며 “김치는 한국의 전통음식이기 때문에 전통의 맛 그대로 해외 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시알 차이나에서도 ‘평창애 김치’를 맛본 각국의 방문객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특히 평창애 김치의 경우 채널A ‘먹거리X파일’에 ‘착한 절임배추’로 소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이사는 “당시 촬영한 지도 몰랐는데 TV에 나온 이후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며 “고춧가루, 젓갈 등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속재료는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사람이 먹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깨끗하게 관리하고 믿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라는 포인트는 현지 바이어들에게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륙에 불고 있는 매운맛은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중소 업체에게 만리장성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정대성 이사는 “깨끗한 원재료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한국 김치 업체에 있어 중국 시장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김치의 경우 10kg당 6000~7000원 대로 납품되나 한국 김치는 최대 4배까지도 뛴다.
중국 시장은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다. 하늘내린 김치의 김정학 대표는 “중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한국 업체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차분히 접근해야 한다”며 “정책적으로 김치나 한국 음식 체험관, 관광코스를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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