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식품이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려면…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열풍이 일었다.
세계적인 식품 박람회인 시알 네트워크의 니콜라스 트랭트소(Nicolas Trentesaux) 대표는 “10~15년 전만 해도 한국 음식과 식품은 해외 시장에 소개되지 않았다”며 “최근 한국 셰프들이 많이 활동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열풍은 그 일환이다. 트랭트소 대표는 “현재 한국 음식과 식품은 특별한 음식, 호기심이 가는 음식이자 ‘챌린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국의 매운맛 열풍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열린 ‘2018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SIAL CHINA 2018)에는 전 세계 72개국에서 3400여 업체가 참가해 거대한 중국 시장에 씨앗을 뿌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19개 업체가 참가해 다양한 식품을 선보였다. 불닭볶음면의 시식 행사는 시알 차이나를 찾은 방문객을 끌어모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정 식품의 인기는 단연 돋보였지만, 한국 업체들에게 중국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다. 시알 차이나에 참가한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미주나 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식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 시장 진입이 가장 어렵고, 매출도 저조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드(THAADㆍ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수출길이 막혀 버린 지난 몇 년은 한국 식품업계엔 힘겨운 시간이었다. 사드 해빙 무드로 접어든 현재, 중국 시장은 다시 ‘노다지’로 떠올랐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 시장을 전 세계가 눈독들이고 있다.
■ 중국 시장 진입에 성공하려면?
중국 시장으로 발을 들이기 위해선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트랭트소 대표는 “한국 식품과 음식은 몇 년 전 일본 음식이 특이하고 이국적인 음식으로 인식됐던 것과 같은 단계를 밟고 있다”며 “한국 식품이 더 알려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재료를 사서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알 차이나에서도 김, 김치, 장, 라면, 음료, 간편식 등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한국 식품이 소개됐다. 사실 한국 식품은 중국 시장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알 파리와 시알 차이나의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중국 업체 가운데 한국에서 OEM(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자) 생산이 꽤 많은데, 이들의 요구사항은 제품에 한글을 표기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만큼 한국 제품은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트랭트소 대표 역시 “한국 업체는 식품 박람회에서도 돋보인다. 부스를 잘 차리고, 인상적인 패키징이 특히 강점”이라며 “한국 식음료가 갖는 하이 퀄리티와 파인푸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난관이 있다면 ‘친숙함’이다. 문 교수는 다만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반응한다는 부분이다”라고 짚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문화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몇 해전 아시아를 강타한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중국 내 한류는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김수현은 가장 영향력 있는 신(新) 한류스타로 자리잡게 됐고,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즐겨 먹던 ‘치맥’(치킨+맥주)은 ‘식품 한류’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 교수는 “‘별그대’의 치맥이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처럼 한류 콘텐츠를 먼저 접한 사람들은 한국 음식이나 식품을 시도하는 데에 있어 두려움이 없다”며 “떡볶이는 낯선 식품이지만 TV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본 한류팬엔 좀 더 적극적으로 식품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의 좋은 품질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문화적 콘텐츠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시알 차이나에서 유달리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TEA) 종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서 동상(3위)을 차지한 제품 역시 콜드부루 차에 알코올을 넣은 제품인 노블티(NOVELTEA)가 받았다. 영국 티벤처(TEA VENTURE) 제품으로, 도수는 11도 정도다. 문정훈 교수는 “곡물 증류로 진을 만든 뒤 얼그레이, 탠저린, 민트 등 각각의 티를 추가해 만든 제품이다”라며 “얼음에 섞어 시원하게 마시거나, 따뜻한 물에 타서 차처럼 마실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혁신상 톱10에 선정된 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만든 ‘트러플 티’(송로버섯차)도 눈길을 끌었다. 문 교수는 “유럽에서 트러플은 식재료로 사용되나 차를 마시진 않는다”며 “중국인들이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차 제품을 선보였다. 일면 ‘녹텔라’(녹차 누텔라)로 불리는 녹차 스프레드 제품을 선보인 업체가 적지 않았다. 그 중 주식회사 힐링의 제품은 혁신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이번 시알 차이나에 출품한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어떻게 하면 덜 고생하면서 진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며 “형태는 다르지만 차에 기반한 제품들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식문화에서 답을 찾은 제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차 문화 만큼이나 특색 있는 중국인들의 식문화로는 아침 식사를 꼽을 수 있다. 문 교수는 “중국에선 아침에 죽을 먹는 문화가 있어 죽 제품의 경우에도 중국인들이 보다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식품”이라며 “죽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가니쉬(Garnish)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면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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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불닭볶음면’ 열풍이 일었다.
세계적인 식품 박람회인 시알 네트워크의 니콜라스 트랭트소(Nicolas Trentesaux) 대표는 “10~15년 전만 해도 한국 음식과 식품은 해외 시장에 소개되지 않았다”며 “최근 한국 셰프들이 많이 활동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열풍은 그 일환이다. 트랭트소 대표는 “현재 한국 음식과 식품은 특별한 음식, 호기심이 가는 음식이자 ‘챌린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은 한국의 매운맛 열풍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열린 ‘2018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SIAL CHINA 2018)에는 전 세계 72개국에서 3400여 업체가 참가해 거대한 중국 시장에 씨앗을 뿌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시알차이나 한국관 |
특정 식품의 인기는 단연 돋보였지만, 한국 업체들에게 중국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다. 시알 차이나에 참가한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미주나 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식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 시장 진입이 가장 어렵고, 매출도 저조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드(THAADㆍ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수출길이 막혀 버린 지난 몇 년은 한국 식품업계엔 힘겨운 시간이었다. 사드 해빙 무드로 접어든 현재, 중국 시장은 다시 ‘노다지’로 떠올랐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중산층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 시장을 전 세계가 눈독들이고 있다.
■ 중국 시장 진입에 성공하려면?
중국 시장으로 발을 들이기 위해선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트랭트소 대표는 “한국 식품과 음식은 몇 년 전 일본 음식이 특이하고 이국적인 음식으로 인식됐던 것과 같은 단계를 밟고 있다”며 “한국 식품이 더 알려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재료를 사서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알 차이나에서도 김, 김치, 장, 라면, 음료, 간편식 등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한국 식품이 소개됐다. 사실 한국 식품은 중국 시장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알차이나 혁신상 시상식에서 니콜라스 트랭트소 시알 네트워크 대표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트랭트소 대표 역시 “한국 업체는 식품 박람회에서도 돋보인다. 부스를 잘 차리고, 인상적인 패키징이 특히 강점”이라며 “한국 식음료가 갖는 하이 퀄리티와 파인푸드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난관이 있다면 ‘친숙함’이다. 문 교수는 다만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반응한다는 부분이다”라고 짚었다.
이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문화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몇 해전 아시아를 강타한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인해 중국 내 한류는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김수현은 가장 영향력 있는 신(新) 한류스타로 자리잡게 됐고,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즐겨 먹던 ‘치맥’(치킨+맥주)은 ‘식품 한류’의 중심에 서게 됐다.
몇 해 전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로 중국에서 ‘치맥’의 인기가 치솟았다. |
문 교수는 “‘별그대’의 치맥이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처럼 한류 콘텐츠를 먼저 접한 사람들은 한국 음식이나 식품을 시도하는 데에 있어 두려움이 없다”며 “떡볶이는 낯선 식품이지만 TV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본 한류팬엔 좀 더 적극적으로 식품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의 좋은 품질은 당연한 것이고 이를 문화적 콘텐츠와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인들의 식문화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시알 차이나에서 유달리 눈길을 끌었던 것은 차(TEA) 종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시알 차이나 혁신상에서 3위에 오른 영국의 노블티 |
중국인들의 차 문화를 공략한 노블티 제품의 부스는 시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혁신상 톱10에 선정된 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만든 ‘트러플 티’(송로버섯차)도 눈길을 끌었다. 문 교수는 “유럽에서 트러플은 식재료로 사용되나 차를 마시진 않는다”며 “중국인들이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녹텔라’로 불리는 한국의 녹차 스프레드 제품 |
한국에서도 다양한 차 제품을 선보였다. 일면 ‘녹텔라’(녹차 누텔라)로 불리는 녹차 스프레드 제품을 선보인 업체가 적지 않았다. 그 중 주식회사 힐링의 제품은 혁신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 교수는 “이번 시알 차이나에 출품한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어떻게 하면 덜 고생하면서 진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며 “형태는 다르지만 차에 기반한 제품들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식문화에서 답을 찾은 제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차 문화 만큼이나 특색 있는 중국인들의 식문화로는 아침 식사를 꼽을 수 있다. 문 교수는 “중국에선 아침에 죽을 먹는 문화가 있어 죽 제품의 경우에도 중국인들이 보다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식품”이라며 “죽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가니쉬(Garnish)로 한국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면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지금 뜨는 리얼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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