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추CEO’로 통하는 류근모 농부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서울 사람들이 딱해요. (품질이) 시원치 않은 상추를 먹거든요. 서울 근교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땅을 놀리지 않고 작물을 키웁니다. 땅이 쉬지 못하는 곳에서 자란 농산물은 건강할 수가 없어요.”
소위 ‘상추 CEO’로 통하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는 서울 시민들을 두고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지만 썩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물론 이는 서울 사람들에 대한 무지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몸에 이로운 먹거리를 제대로 가려서 먹기 어려운 도시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류근모 대표는 지난 1997년 충북 충주에서 유기농 상추를 키우기 시작했다. 상추를 선택한 건, 빈약한 밑천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자금 회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선 “상추 키워봤자 돈 안 된다”고 그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야기 했지만 꿋꿋하게 농장을 꾸렸다. 끝내 장안농장을 연매출 100억원을 헤아리는 농업법인으로 키워냈다. 지난 2006년엔 교보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대산농촌문화상’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상추 CEO’가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대산농촌재단과 슬로푸드문화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지의 밥상’이란 행사를 통해서다. 이 행사는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들이 식사를 마련하고 작은 강연을 여는 자리다.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은 류 대표를 “주류 먹거리가 아니던 쌈채소를 식탁의 주인공으로 격상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류 대표는 이날 농장에서 수확한 33가지 쌈채소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갖은 반찬과 순두부 등을 선보였다. 콩불고기로 만든 야채볶음과 양념볶음도 눈길을 끌었다. 유기농 식물성 재료만으로 꾸민 건강밥상이었다. 상추, 배추, 케일은 무르지 않아 신선했고 씹으면 진한 향과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쌈채소는 ‘생태순환농법’이라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됐다.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지극히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키운 것이다. 이런 식이다. 밭에서 난 유기농 채소 중 일부를 닭, 돼지에게 먹인다. 가축의 배설물과 볏짚을 섞어 만들어진 퇴비를 다시 땅에 거름으로 준다. 거기서 자란 유기농 채소를 다시 가축에게 먹인다. 이런 순환고리에서는 비료나 농약이 필요없다.
류 대표는 “우리 농장에선 완벽한 유기농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며 “생태순환농법을 하려면 가축을 길러서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농장에선 닭에게 유기농 채소를 매일 먹인다. 농부들 가운데 퇴비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1%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주 장안농장에는 뷔페식 식당도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모토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쌈채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농장에서 매일 수확한 100여가지 쌈채소와 유기농 작물로 만든 각종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류근모 대표는 “요즘은 ‘로컬푸드’ 얘길 많이 하는데 꼭 농부가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해야만이 진정한 로컬푸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건강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걸 서울이든 어디든 보내서 거기 사람들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들의 적극적 소비도 강조했다.
“유기농 먹거리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고생을 많이 하지만 소비자들은 잘 알아주질 않아요. 대규모 생산 농가는 값싼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을 합니다. 모두 제살깎기에요. 소비자들이 나서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야 농가도 바뀔 수 있습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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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박준규 기자] “서울 사람들이 딱해요. (품질이) 시원치 않은 상추를 먹거든요. 서울 근교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땅을 놀리지 않고 작물을 키웁니다. 땅이 쉬지 못하는 곳에서 자란 농산물은 건강할 수가 없어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 그의 농장에서는 온갖 쌈채소가 생태순환농법으로 재배된다. 류 대표는 “완벽한 유기농 시스템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소위 ‘상추 CEO’로 통하는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는 서울 시민들을 두고 “겉으로는 똑똑해 보이지만 썩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물론 이는 서울 사람들에 대한 무지를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몸에 이로운 먹거리를 제대로 가려서 먹기 어려운 도시 사람들을 향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류근모 대표는 지난 1997년 충북 충주에서 유기농 상추를 키우기 시작했다. 상추를 선택한 건, 빈약한 밑천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자금 회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선 “상추 키워봤자 돈 안 된다”고 그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야기 했지만 꿋꿋하게 농장을 꾸렸다. 끝내 장안농장을 연매출 100억원을 헤아리는 농업법인으로 키워냈다. 지난 2006년엔 교보 대산농촌재단으로부터 ‘대산농촌문화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맛본 식사. 유기농 브로콜리, 양배추, 두부 등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
지난달 28일, ‘상추 CEO’가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대산농촌재단과 슬로푸드문화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지의 밥상’이란 행사를 통해서다. 이 행사는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들이 식사를 마련하고 작은 강연을 여는 자리다.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은 류 대표를 “주류 먹거리가 아니던 쌈채소를 식탁의 주인공으로 격상시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류 대표는 이날 농장에서 수확한 33가지 쌈채소와, 유기농 재료로 만든 갖은 반찬과 순두부 등을 선보였다. 콩불고기로 만든 야채볶음과 양념볶음도 눈길을 끌었다. 유기농 식물성 재료만으로 꾸민 건강밥상이었다. 상추, 배추, 케일은 무르지 않아 신선했고 씹으면 진한 향과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이 맛본 식사. 유기농 브로콜리, 양배추, 두부 등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
쌈채소는 ‘생태순환농법’이라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됐다.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지극히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키운 것이다. 이런 식이다. 밭에서 난 유기농 채소 중 일부를 닭, 돼지에게 먹인다. 가축의 배설물과 볏짚을 섞어 만들어진 퇴비를 다시 땅에 거름으로 준다. 거기서 자란 유기농 채소를 다시 가축에게 먹인다. 이런 순환고리에서는 비료나 농약이 필요없다.
류 대표는 “우리 농장에선 완벽한 유기농 시스템을 실현하고 있다”며 “생태순환농법을 하려면 가축을 길러서 퇴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농장에선 닭에게 유기농 채소를 매일 먹인다. 농부들 가운데 퇴비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1%도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브로콜리를 비롯한 각종 반찬들. |
류근모 대표는 “요즘은 ‘로컬푸드’ 얘길 많이 하는데 꼭 농부가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소비해야만이 진정한 로컬푸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건강한 먹거리가 있다면 그걸 서울이든 어디든 보내서 거기 사람들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농 먹거리를 향한 소비자들의 적극적 소비도 강조했다.
“유기농 먹거리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고생을 많이 하지만 소비자들은 잘 알아주질 않아요. 대규모 생산 농가는 값싼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을 합니다. 모두 제살깎기에요. 소비자들이 나서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야 농가도 바뀔 수 있습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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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