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키마(미국)=고승희 기자] 미국 시애틀에서 2시간 30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상징하는 대도시를 빠져나와 광활한 초원과 평야를 지나다 보면 어느덧 그림 같은 풍경과 가까워진다. 한여름에도 은빛의 만년설로 뒤덮인 레이니어 산. 이 곳은 ‘미국의 알프스’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을 따라 우뚝 선 레이니어 산은 워싱턴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위용’을 자랑한다.
“바로 이 곳, 레이니어 산에서 워싱턴 체리가 시작되고 있어요.” (키이스 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국제 이사)
레이니어 산에서 흘러 내린 차가운 빙하수는 미국 북서부 지역의 농업을 떠받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체리’ 역시 마찬가지다. ‘워싱턴 체리’로 대표되는 미국 북서부 체리는 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 유타, 몬태나 등 5개 주에서 생산된다.
키이스 휴(Keith Hu) 이사는 “레이니어 산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빙하수는 콜롬비아 강으로 흘러 체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한여름에도 충분한 물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야키마’로 미국 북서부 체리의 최대 산지다. 1년 생산량은 평균 230만 톤. 전체 생산량의 9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야키마를 비롯한 북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체리를 만날 수 있는 기간은 석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르면 6월 중순 수확을 시작해 8월 중순이면 체리 시즌은 끝이 난다. 이 짧은 기간 생산되는 미국 북서부 체리엔 특별한 것이 있다.
▶ 사람의 손으로 조심스럽게…야키마 체리 농장 가보니=미국 워싱턴주 야키마에 위치한 체리 농장 ‘윈디 포인트’(Windy Point). 미국 톱5에 꼽히는 과일 생산ㆍ수출업체인 ‘도멕스 슈퍼프레시 그로어스’(DOMEX Superfresh Growers),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이 농장을 찾았다.
야키마 시내를 벗어나 십여분을 달리면 ‘과실수의 천국’다운 지역의 풍경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윈디 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이른 시간에도 농장은 분주했다. 흥겨운 음악이 과수원을 가득 채웠고, 농장 직원 20여명은 빠른 손놀림으로 체리 수확에 몰두했다.
“보통 6월부터 체리를 따기 시작해요.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오전 11시면 수확을 마쳐요.” (윈디 포인트 농장주 제임스 포먼)
멕시코에서 넘어온 일꾼들은 5kg 짜리 바구니를 메고 하루 6~7시간 동안 작업한다. 한낮으로 접어들면 기온은 35℃ 이상으로 치솟는 탓에 오전 중 체리 수확 작업을 마친다.
체리 나무의 열매가 익어가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본격적인 수확 시즌인 7월이 되면 윈디 포인트는 더욱 바빠진다. 농장의 일손은 100여명으로 늘어난다. 윈디 포인트의 젊은 농장주인 제임스 포먼(James Foreman) 씨는 “하루 하루 지날수록 수확할 수 있는 체리의 양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수확량이 많을 때는 하루에 30만 파운드를 수확한다”고 말했다.
이 곳 야키마는 체리 재배의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키이스 휴 이사는 “과거 화산재로 뒤덮였던 땅이기 때문에 영양분이 풍부하고, 체리가 잘 자라는 데 기온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여름 낮 기온은 35℃지만 밤이 되면 17℃로 뚝 떨어진다. 18℃까지 벌어지는 일교차는 체리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엔 5분만 서있어도 얼굴이 붉게 그을릴 정도로 강렬한 햇빛은 체리의 당도를 높이는 강력한 힘이다.
사실 체리는 귀한 과일이다. 수확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체리 수확 3~4일 전에는 체리나무 아래에 반사판과 같은 은박지를 깔아 체리를 잘 익게 하고, 기온이 32℃ 이상으로 올라가면 나무 위를 하얀 천으로 덮어둔다. 기온이 높아지면 과육이 세포 성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리의 피부가 연약해 화상을 입기 쉬워 소중히 관리해야 한다.
농장 직원들의 손이 빨라 무작정 체리를 따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령은 있다. 제임스 포먼은 “체리를 딸 때는 줄기를 아래로 당기면 안 된다”며 “꼭지를 위로 휙 비틀어서 따야 체리의 모양이 예쁘고, 내년에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작업은 100% 사람이 한다. 체리가 값비싼 과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미국 북서부 지역의 체리 농장에선 노동력 보호와 절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비제이 썰바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회장은 “옛날 나무는 키가 커서 수확을 하던 중 낙상하는 사고가 많았다”며 “신기술로 나무를 작게 개량해 사고를 줄였고, 그러면서도 같은 생산량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력 절감을 위해 체리 수확 기계도 개발 중이다.
▶깨끗한 지하수로 세척한 체리…12시간 이내 운송 작전=수확을 마친 체리는 ‘패킹 하우스’(Packing Houseㆍ포장 공장)로 실려간다. 윈디 포인트의 거래처인 도멕스 슈퍼프레시 그로어스는 이 지역 최대 패킹 하우스로 꼽힌다. 패킹 하우스 안에서 체리를 다루는 모든 과정엔 ‘기술’이 더해졌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트럭에 실린 야키마 전역의 체리는 정오까지 패킹 하우스에 도착한다. 공장 내부는 최첨단 설비로 기계화가 완성됐다. 과거엔 사람이 하던 일들이 이젠 기계가 대신한다. 작업속도는 빨라졌고, 과정은 정교해졌다.
패킹하우스에선 단지 체리를 포장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곳에선 섭씨 1~2℃의 깨끗한 물로 체리를 세척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제프 웹(Jeff Webb) 도멕스 슈퍼프레쉬 그로어스 디렉터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깊은 땅에서 나오는 지하수로 막 수확한 체리를 수차례 씻어낸다”며 “수온을 1~2℃로 맞추는 이유는 운송할 때와 똑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세척부터 운송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몇 차례 세척을 반복한 체리는 수로에 따라 움직이며 선별 과정을 거친다. 제프 웹 디렉터는 “40개의 수로에서 1분 동안 45만 개의 체리가 지나간다”고 말했다. 수로를 거친 뒤엔 대형 이미지 판독 기계 안으로 실려간다. 사람의 눈으로 등급을 분류했던 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작업도 정확해졌다. 기계에선 체리 한 알마다 35~40개의 사진을 찍어 강도, 크기, 색깔 등의 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분류한다. 흠집이 나거나 크기가 작은 체리는 비행기에 실리지 못 한다. 잼이나 주스를 만드는 용도로 보내진다.
제프 웹 디렉터는 “기계로 바꾼 이후 노동력이 절감되고, 각 나라마다 원하는 체리의 기준에 맞춰서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계 사용 이후 노동력은 50%나 줄었다. 하지만 최종 단계의 선별은 역시 사람이 한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모든 과정을 마치는 시간은 오후 1~2시. 수확 이후 두 시간 만에 포장까지 완벽하게 마친 체리는 전 세계로 항공 배송된다. 한국에선 오전 11시 수확한 체리를 12시간 이내에 맛볼 수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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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레이니어 산은 미국 북서부 지역의 농업을 떠받치는 주요 수원이다. |
“바로 이 곳, 레이니어 산에서 워싱턴 체리가 시작되고 있어요.” (키이스 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국제 이사)
레이니어 산에서 흘러 내린 차가운 빙하수는 미국 북서부 지역의 농업을 떠받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체리’ 역시 마찬가지다. ‘워싱턴 체리’로 대표되는 미국 북서부 체리는 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 유타, 몬태나 등 5개 주에서 생산된다.
키이스 휴(Keith Hu) 이사는 “레이니어 산에서 흘러내린 차가운 빙하수는 콜롬비아 강으로 흘러 체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한여름에도 충분한 물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야키마’로 미국 북서부 체리의 최대 산지다. 1년 생산량은 평균 230만 톤. 전체 생산량의 9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야키마를 비롯한 북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체리를 만날 수 있는 기간은 석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이르면 6월 중순 수확을 시작해 8월 중순이면 체리 시즌은 끝이 난다. 이 짧은 기간 생산되는 미국 북서부 체리엔 특별한 것이 있다.
▶ 사람의 손으로 조심스럽게…야키마 체리 농장 가보니=미국 워싱턴주 야키마에 위치한 체리 농장 ‘윈디 포인트’(Windy Point). 미국 톱5에 꼽히는 과일 생산ㆍ수출업체인 ‘도멕스 슈퍼프레시 그로어스’(DOMEX Superfresh Growers), 미국북서부체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달 이 농장을 찾았다.
야키마 시내를 벗어나 십여분을 달리면 ‘과실수의 천국’다운 지역의 풍경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윈디 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이른 시간에도 농장은 분주했다. 흥겨운 음악이 과수원을 가득 채웠고, 농장 직원 20여명은 빠른 손놀림으로 체리 수확에 몰두했다.
윈디포인트의 농장주 제임스 포먼 씨는 “6월 중순 체리 수확을 시작하는데, 본격적인 수확 시즌인 7월이 되면 더욱 바빠진다”고 말했다. |
“보통 6월부터 체리를 따기 시작해요.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오전 11시면 수확을 마쳐요.” (윈디 포인트 농장주 제임스 포먼)
멕시코에서 넘어온 일꾼들은 5kg 짜리 바구니를 메고 하루 6~7시간 동안 작업한다. 한낮으로 접어들면 기온은 35℃ 이상으로 치솟는 탓에 오전 중 체리 수확 작업을 마친다.
체리 나무의 열매가 익어가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본격적인 수확 시즌인 7월이 되면 윈디 포인트는 더욱 바빠진다. 농장의 일손은 100여명으로 늘어난다. 윈디 포인트의 젊은 농장주인 제임스 포먼(James Foreman) 씨는 “하루 하루 지날수록 수확할 수 있는 체리의 양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수확량이 많을 때는 하루에 30만 파운드를 수확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포먼 씨가 방금 수확해 300파운드 짜리 박스를 가득 채운 체리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이 곳 야키마는 체리 재배의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키이스 휴 이사는 “과거 화산재로 뒤덮였던 땅이기 때문에 영양분이 풍부하고, 체리가 잘 자라는 데 기온도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여름 낮 기온은 35℃지만 밤이 되면 17℃로 뚝 떨어진다. 18℃까지 벌어지는 일교차는 체리 생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엔 5분만 서있어도 얼굴이 붉게 그을릴 정도로 강렬한 햇빛은 체리의 당도를 높이는 강력한 힘이다.
화산재로 뒤덮인 땅, 큰 폭의 일교차, 강렬한 태양은 야키마 체리를 최상급으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
사실 체리는 귀한 과일이다. 수확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체리 수확 3~4일 전에는 체리나무 아래에 반사판과 같은 은박지를 깔아 체리를 잘 익게 하고, 기온이 32℃ 이상으로 올라가면 나무 위를 하얀 천으로 덮어둔다. 기온이 높아지면 과육이 세포 성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게다가 체리의 피부가 연약해 화상을 입기 쉬워 소중히 관리해야 한다.
농장 직원들의 손이 빨라 무작정 체리를 따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령은 있다. 제임스 포먼은 “체리를 딸 때는 줄기를 아래로 당기면 안 된다”며 “꼭지를 위로 휙 비틀어서 따야 체리의 모양이 예쁘고, 내년에도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작업은 100% 사람이 한다. 체리가 값비싼 과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체리 농장에선 100% 사람의 손으로 체리를 수확한다. 최근 이 지역 일대에선 노동력 절감을 위한 고심에 한창이다. |
체리 농장에선 100% 사람의 손으로 체리를 수확한다. 최근 이 지역 일대에선 노동력 절감을 위한 고심에 한창이다. |
최근 미국 북서부 지역의 체리 농장에선 노동력 보호와 절감을 위한 신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비제이 썰바이 미국북서부체리협회 회장은 “옛날 나무는 키가 커서 수확을 하던 중 낙상하는 사고가 많았다”며 “신기술로 나무를 작게 개량해 사고를 줄였고, 그러면서도 같은 생산량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력 절감을 위해 체리 수확 기계도 개발 중이다.
수확을 마친 체리는 냉장트럭을 타고 패킹하우스로 이동한다 |
▶깨끗한 지하수로 세척한 체리…12시간 이내 운송 작전=수확을 마친 체리는 ‘패킹 하우스’(Packing Houseㆍ포장 공장)로 실려간다. 윈디 포인트의 거래처인 도멕스 슈퍼프레시 그로어스는 이 지역 최대 패킹 하우스로 꼽힌다. 패킹 하우스 안에서 체리를 다루는 모든 과정엔 ‘기술’이 더해졌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트럭에 실린 야키마 전역의 체리는 정오까지 패킹 하우스에 도착한다. 공장 내부는 최첨단 설비로 기계화가 완성됐다. 과거엔 사람이 하던 일들이 이젠 기계가 대신한다. 작업속도는 빨라졌고, 과정은 정교해졌다.
패킹하우스에선 섭씨 1~2℃의 깨끗한 물로 체리를 세척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
패킹하우스에선 단지 체리를 포장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곳에선 섭씨 1~2℃의 깨끗한 물로 체리를 세척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제프 웹(Jeff Webb) 도멕스 슈퍼프레쉬 그로어스 디렉터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깊은 땅에서 나오는 지하수로 막 수확한 체리를 수차례 씻어낸다”며 “수온을 1~2℃로 맞추는 이유는 운송할 때와 똑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세척부터 운송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척을 마친 체리는 40개의 수로를 따라 이동, 선별 과정을 거친다. |
몇 차례 세척을 반복한 체리는 수로에 따라 움직이며 선별 과정을 거친다. 제프 웹 디렉터는 “40개의 수로에서 1분 동안 45만 개의 체리가 지나간다”고 말했다. 수로를 거친 뒤엔 대형 이미지 판독 기계 안으로 실려간다. 사람의 눈으로 등급을 분류했던 과정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작업도 정확해졌다. 기계에선 체리 한 알마다 35~40개의 사진을 찍어 강도, 크기, 색깔 등의 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분류한다. 흠집이 나거나 크기가 작은 체리는 비행기에 실리지 못 한다. 잼이나 주스를 만드는 용도로 보내진다.
수확 이후 두 시간 만에 포장까지 완벽하게 마친 체리는 전 세계로 항공 배송된다. |
수확 이후 두 시간 만에 포장까지 완벽하게 마친 체리는 전 세계로 항공 배송된다. |
제프 웹 디렉터는 “기계로 바꾼 이후 노동력이 절감되고, 각 나라마다 원하는 체리의 기준에 맞춰서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계 사용 이후 노동력은 50%나 줄었다. 하지만 최종 단계의 선별은 역시 사람이 한다.
‘첨단 기술’을 탑재한 모든 과정을 마치는 시간은 오후 1~2시. 수확 이후 두 시간 만에 포장까지 완벽하게 마친 체리는 전 세계로 항공 배송된다. 한국에선 오전 11시 수확한 체리를 12시간 이내에 맛볼 수 있다.
shee@heraldcorp.com
[지금 뜨는 리얼푸드]
▶ 태양에 지친 피부, 이런 음식을 먹어라
▶ '혈관의 적', 콜레스테롤 낮추는 방법은?
▶ 요즘 '핫'한 패션후르츠 청을 먹어봤다
▶ 참기름이 열을 만나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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