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의 기본은 ‘진짜 과일’ 바나나
- 인공 첨가물, 유제품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아이스크림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이건 미친 맛이야!”
한국계 미국인 한나 홍(Hannah Hongㆍ33) 씨는 15년 지기이자 동업자인 몰리 차(Mollie Chaㆍ31) 대표가 만들어준 바나나 아이스크림을 처음 맛보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This is Banana!(디스 이즈 바나나!)”
바나나로 만든 아이스크림이었다. 바나나 시럽 정도가 첨가됐던 기존의 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달랐다. ‘미친 맛’이라는 표현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미국을 사로잡은 아이스크림 ‘하쿠나 바나나’(Hakuna Banana)가 태어날 조짐을 보이던 날이다.
UC버클리 대학 동창이자 15년지기인 한나 홍ㆍ몰리 차 공동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아이스크림 업체 ‘하쿠나 바나나’는 지난해 본격적인 제품판매를 시작하며 미국 식품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미국 식품 매체인 푸드 내비게이터를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서 하쿠나 바나나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리며 화제가 됐다.
미국 아이스크림 업체 하쿠나 바나나의 공동 설립자인 한나 홍(Hannah Hong, 왼쪽), 몰리 차(Mollie Cha) 대표 |
소규모 아이스크림 업체이지만 ‘하쿠나 바나나’가 주목받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전 세계 식품업계에 불고 있는 ‘건강’ 트렌드 때문이다. 일반 아이스크림보다 당도가 낮은 데다, 현지에선 하쿠나 바나나처럼 천연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울러 하쿠나 바나나는 일체의 유제품을 넣지 않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아이스크림이기도 했다.
최근 하와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나 홍 대표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쿠나 바나나는 ‘수공업 브랜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직원들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던 데엔 이유가 있었다. 한나 홍 대표는 “몰리와 저는 둘 다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유당 불내증이 심해 자주 먹지 못했다”며 ”우리 몸에 더 맞고 건강한 아이스크림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바나나를 으깨서 만든 하쿠나바나나는 도매로 시작,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
하쿠나 바나나는 지금 전 세계 식품 트렌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제품이다.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았고, 미국에서 늘고 있는 유당 불내증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다. 철저하게 ‘재료’에 차별화를 뒀다는 점은 하쿠나 바나나만의 강점이었다.
시작은 몰리 차 대표가 집에서 즐겨 만들던 아이스크림이었다. “바나나로 맛을 낸 이 놀라운 아이스크림을 기본 사이즈인 파인트 안에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 것이 하쿠나 바나나의 출발이었어요.”
미국 매체에서 하쿠나 바나나를 주목한 첫 번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의 바나나 아이스크림이 설탕과 바나나 시럽, 바나나 향을 첨가한 것과 달리 하쿠나 바나나는 원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나 홍 대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자연에 가깝고, 집에서도 찾을 수 있는 익숙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하쿠나 바나나의 모든 제품과 아이스크림은 바나나에서부터 시작해요.” 한나 홍 대표는 시럽이나 향이 아닌 ‘진짜 바나나’를 넣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진짜 과일을 넣었어요! 대부분의 달콤한 맛은 사실 바나나에서 나오게 돼요. 거기에 대추야자를 더했고요. 그래서 정제된 설탕을 넣지 않고도 달콤한 맛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유제품을 넣지 않은 만큼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질감을 살리기 위한 시행착오는 많았다. 크림의 질감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배합과 실험을 거듭했다.
“저희 남편들이 너무 불쌍해요. 실험 과정에서 최소 50개나 넘는 버전들이 있었어요. 그걸 일일이 다 먹어봐야 했죠. 사실 다 맛있지는 않았어요. 기본 재료법에서 조금씩 바꿔가면서 맛에 차이가 나기 시작했어요.”
바나나는 이 과정에서도 강점을 발휘했다. 한나 홍 대표는 “바나나엔 펙틴 다당류가 많아 자연적인 크림 질감이 있다”고 말했다. 잘 으깬 바나나는 단지 맛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난류와 유제품의 기능까지 대체했다. 크림 질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코코넛 우유도 추가하자, 바나나는 보다 아이스크림에 가까워졌다.
두 사람 모두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이라는 점도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든 이유가 되기도 했다. 몰리 차 대표는 5년, 한나 홍 대표는 3년 째 플렉시테리안으로 지내고 있다. 플렉시테리안 식단은 채식을 고수하면서 경우에 따라 육류나 생선도 먹는 식생활을 말한다.
”건강을 위해 플렉시테리안 식단을 선호하게 됐어요.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땅히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종류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 부분 역시 창업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됐죠. 그리고 실은 많은 비건들은 이미 집에서 이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고 있었어요.“
현재 미국에선 많은 소비자들인 ‘식물 기반’(Plant based) 식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극적인 흐름은 아닐 지라도 작은 변화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한나 홍 대표의 설명이다.
“월요일엔 고기를 먹지 않거나(Meatless Monday), 호박으로 만든 파스타를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그들의 식습관이 자신들의 삶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깨닫고 있어요. 그런 만큼 동물성 성분을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고요.”
하쿠나 바나나의 모든 제품에는 천연 재료 이외에 인공 감미료를 비롯한 첨가물은 어떤 것도 들어가지 않는다. 한나 홍 대표는 “모든 제품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건강한 재료들로만 만든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이름을 ‘하쿠나 바나나’로 정한 것도 그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하쿠나 바나나의 ‘하쿠나’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도 등장했던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 Hakuna matata)에서 따왔다. 스와힐리어로 ‘걱정 없음’이라는 뜻이다.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건강한 재료로 만들었으니 걱정 없이 먹어도 된다는 의미예요. 이렇게 강조하는 데엔 이유가 있어요.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자연에 가깝고, 집에서도 찾을 수 있는 눈에 익숙한 재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 하쿠나 바나나의 이념이기 때문이에요.”
shee@heraldcprp.com
[사진=하쿠나 바나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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