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우유 대신 식물성 원료로 제조한 우유 대체품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 식품업계에서는 유제품이 들어있지 않은 '데어리 프리(Dairy Free)' 제품 수요가 빠르게 상승 중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인의 연간 우유 소비량은 점차 감소중인 반면, 유제품을 배제하고 식물성 재료를 주 원료로 하는 제품의 호감도는 크게 높아지고 있다. 유제품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증가도 데어리 프리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지테리언 리소스그룹' (Vegetarian Resource Group)의 지난 2016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성인의 3%가 채식주의자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유제품과 달걀도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낙농업과 축산업으로 야기되는 환경 오염과 윤리적인 가축 사육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데어리 프리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데어리 프리 수요 확대로 인한 관련 제품의 지속적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데어리 프리 제품의 매출 규모는 24억7040만 달러(한화 약 2조 7668억원)로, 2012~2017년 동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6.2%를 기록했다. 특히 데어리 프리 아이스크림과 우유 대체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미국 데어리 프리 시장은 우유 대체품이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우유 대체품 시장 규모는 21억8920만 달러(한화 약 2조 4519억원)로 전체 데어리 프리 시장에서 약 89%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우유 대체품인 두유의 경우 매출이 지난 5년 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두유를 제외한 우유 대체품은 동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22%를 기록했다. 데어리 프리 아이스크림과 두유 요거트를 제외한 데어리 프리 요거트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식물성 식재료를 활용한 아이스크림의 2017년 시장 규모는 1억9720만 달러이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데어리 제품들 (아몬드, 캐슈넛, 귀리를 활용한 식물성 우유) |
이러한 추세에 따라 식물성 우유 대체품의 다양화는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민텔(Mintel)에 따르면 2017년 식물성 우유 대체품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제품은 아몬드 밀크로 전체 시장의 64%에 달한다. 두유와 코코넛이 각각 13%와 12%로 2위와 3위에 올랐으며, 나머지 10%는 견과류, 곡물 등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식물성 우유 대체품의 인기가 커지면서 퀴노아, 마데미아넛, 귀리 등 수퍼 푸드로 각광 받는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민텔의 음료 전문 애널리스트인 메건 햄블턴은 “올해 식물성 우유 대체품의 종류와 시판 브랜드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캐슈와 쌀로 만든 우유 대체 음료가 점유율 2위인 두유보다 더 많이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벤앤제리스의 데어리 프리 제품 |
주요 아이스크림 생산 업체들도 데어리 프리 제품 개발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벤앤제리스(Ben & Jerry’s)는 2017년 2월부터 아몬드 우유 대체품을 이용한 데어리 프리 아이스크림을 론칭했다. 아이스크림 업계 공룡인 브레이어(Breyers)와 하겐다즈(Haagen-Dazs)도 견과류 우유 대체품을 이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인드레더블 푸드(Incredible Foods)도 우유를 비롯해 글루틴, 땅콩, 해산물, 콩이 함유되지 않은 냉동 디저트를 개발해 판매 중이며, 할로탑(Halo Top) 역시 데어리 프리 제품 라인을 론칭했다.
할로 탑의 데어리 프리 제품 |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데어리 프리 시장은 오는 2022년 28억839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어리 프리 아이스크림과 두유를 제외한 식물성 우유 대체품의 인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두유와 두유를 활용한 유기농 요거트의 판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낙농업계는 식물성 우유 대체품들이 ‘우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식물성 우유 대체품 생산 업체들은 음료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우유(milk)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낙농업계는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료는 우유로 칭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의 곡류 음료를 미국 시장에서 데어리 프리 드링크로 진출시에는 밀크라는 단어 대신 드링크(drink), 비버리지(beverage) 등의 단어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데어리 프리 제품인 경우 제품 포장에 ‘Dairy Free’, ‘Non Dairy’ 식으로 표기한다면 유제품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