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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코스에 2600칼로리 태우는…마라토너가 ‘먹는’ 방법
  • 2018.10.10.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마라톤을 뛸 때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태울까?’. 정확히 4년 전 이맘때, 미국의 운동ㆍ건강 온라인 매거진 액티브 타임스(The Active Times)에 이런 제목이 달린 기사가 실렸습니다. 개인차는 있지만 사람이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면 통상 2600㎉ 가량을 태운다는 내용이었죠.

기사엔 흥미로운 그래프가 딸려있습니다. 그해 11월 열린 뉴욕마라톤대회 출전자(약 5만명)들이 모두 풀코스를 완주한다면 소모하는 총열량이 1억3000만㎉에 달한다는 그림이었죠. ‘300㎉짜리 피자 조각 43만개, 245㎉짜리 플레인 베이글 53만개를 먹어치웠을 때와 같은 열량’이라는 계산도 덧붙였습니다.

운동 종목으로서 마라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다리와 팔을 움직여 42.195㎞를 최단 시간 안에 나아간다’는 게 전부죠. 복잡한 규칙이나 전술이 관여할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스포츠 과학자들의 ‘탐구 욕구’를 자극합니다. 아마도 그 어떤 종목보다 인간의 체력과 체격, 심리적 요인들이 순수하게 작용하는 운동이라서겠죠.

장시간 뛰어야 하는 만큼 영양학적 부분도 중요합니다. 수천㎉를 소모하면서 달려나가려면 일단 제대로 먹는 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운동 선수의 퍼포먼스는 결국 근육이 만들어냅니다. 특히 마라토너에겐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힘보다는 2~3시간 이상을 버티는 꾸준한 힘이 필요합니다. 이래저래 충분한 영양분 보충이 필수.
지난달 리얼푸드와 만난 최경선 선수.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현역 마라톤 선수는 어떻게 먹을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마라톤에 출전했던 최경선 선수(제천시청)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4위(2시간 37분 49)로 골인했습니다. 비록 시상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자카르타의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역주를 펼치며 “한국 마라톤의 희망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범한 가정식

지난달 말 충북 제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최 선수는 제99회 전국체전(오는 12일 개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체전에는 10000m와 5000m 장거리 트랙 경기에 출전합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며 “풀코스는 내년에 다시 나서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하루에 훈련은 오전, 오후로 나뉩니다. 아침 7시에 공복 상태에서 달리는 새벽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습니다. 식사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동료들과 소속팀 숙소에서 해결합니다. 밥과 국, 몇몇 반찬으로 꾸민 평범한 가정식 차림이죠. 
최경선 선수와 팀 동료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 밥과 국에 반찬을 곁들인 차림이다. [사진=윤병찬 기자]

“평소 훈련하는 기간에는 끼니마다 골고루 잘 먹는 게 최선”이라고 최 선수가 설명했습니다. 

운동 전후엔 분말 형태로 나온 아미노산 보충제를 챙겨 먹습니다. 근육에 쌓인 피로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고강도 훈련을 마친 뒤에는 단백질을 맘껏 먹습니다. 장어, 낙지는 최 선수가 즐겨찾는 메뉴들이죠.

대표팀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도 식단은 비슷했습니다. 최경선 선수는 6월 중순 대표팀에 합류해 2달간 일본 홋카이도에서 전지훈련을 벌였습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한식 위주로 고루 먹었다”며 “다만 감독님이 채소를 충분히 먹으라고 하셔서 샐러드 등을 더 챙겨 먹었다”고 했습니다.

▶대회 앞두고…

마라톤 선수의 훈련과 식단은 대회 당일에 최상의 몸상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짜입니다. 평소엔 평범한 한식이었더라도, 레이스에 임박해선 특별한 식이요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목표는 하나, 근육 에너지의 근간이 되는 글리코겐(일종의 포도당)을 충분히 쌓아두기 위해서죠.

식이요법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일단 대회 일주일 전, 고강도 운동으로 글리코겐을 최대한 몸에서 빼냅니다. 이후 2~3일간 저탄수화물-고단백질 식사를 실시하죠. 이게 끝나면 식단을 극적으로 바꿉니다. 밥, 국수, 빵 등이 중심이 된 고탄수화물 식사를 대회 전까지 하는 겁니다. 이런 식이요법의 효과는 1980년대 이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마라톤 식이요법의 ‘정석’으로 통합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마라톤 경기에서 결승선에 들어오는 최경선 선수.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

다만 짧은 기간에 극단적인 고단백 식사와 고탄수화물 식사를 넘나드는 방식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특히 위장이 약한 선수들에겐 오히려 경기를 그르치는 지름길.

최경선 선수도 과거엔 대회를 앞두고 글리코겐 식이요법을 했지만 지금은 관뒀습니다. “헛구역질 나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는 대신 훈련 막바지에도 늘 먹던 식사를 유지하되, 탄수화물 음식의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글리코겐을 확보합니다.

최 선수를 비롯한 마라톤 대표팀 선수들은 자카르타 현지에서 선수촌 식당을 이용했습니다. 한식 메뉴가 턱없이 부실했죠. 최 선수는 “한국에서 즉석밥하고 검은콩 조림, 멸치조림, 김, 참치 같은 찬거리를 좀 싸갔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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