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 뉴스레터
  • 모바일
  • Play
  • 헬스
  • [갑상선암, 얕보면 큰일 ①] ‘착한 암’이라고요? 방치하면 사망률 높아져
  • 2018.11.19.
not
-갑상선암은 ‘흔하지만 예후가 좋은 암’
-발생률 3위ㆍ5년 생존율 100.3% ‘1위’
-증상 없어…목서 혹이 만져지는 정도
-조기 발견해 수술 여부 빨리 결정해야

주부 류모(46) 씨는 지난해 8월 국가 암 검진을 받을때 추가로 갑상선암 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갑상선암 초기 판정이 나왔다. ‘암’이라는 진단에 류 씨와 가족 모두 놀랐다. 하지만 그는 이내 ‘예후가 좋은 암’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의사는 “초기라 지켜봐도 된다”고 했지만, 류 씨는 고심 끝에 수술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계속 약(갑상선호르몬제)을 먹어야 하지만 하루 한 알이라 부담이 없다”며 “수술 후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목에 혹이 만져지는 정도가 전부다. ‘착한 암’이라지만 방치하면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조기에 발견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럴드경제DB]


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이라고 불린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5년 국가 암 등록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흔하지만 예후가 좋은 암’이다. 2015년 갑상선암 발생률은 11.7%(2만5029명)로, 위암(13.6%ㆍ2만9207명), 대장암(12.5%ㆍ2만6790명)에 이어 3위였다. 최근 5년간(2011~2015년) 환자의 상대 생존율도 100.3%로 모든 암 중 1위로, 예후가 안 좋다는 췌장암(10.8%)의 10배 가까이 됐다.

하지만 ‘착한 암’이라도 암은 암이다. 방치하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암협회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에 대해 병기 1ㆍ2 는 100%지만, 병기 3은 93%, 병기 4는 51%라고 발표했다. 갑상선암도 진행될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수술 등 적극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상태 심해지면 쉰 목소리, 삼킴 장애 등 나타나=갑상선 질환은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이 중 악성 질환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은 다시 현미경적인 소견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가장 흔한 형태가 갑상선 유두암이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대부분 목에서 혹이 만져지는 것이다. 쉰 목소리, 삼킴장애 등은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만 나타난다. 이진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유방ㆍ갑상선외과 교수는 “심한 경우 암이 진행되면서 신경을 침범, 쉰 목소리나 만성 기침을 보이기도 한다”며 “식도를 침범해 음식을 삼키기 어렵게 하고 기도를 침범해서 호흡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갑상선암의 발생원인은 현재 잘 모르는 상태다. 40~50대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20~30대 등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에게도 비교적 자주 발견된다.

배자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센터장(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은 “갑상선암이 대체로 젋은 사람에게 발생할 경우 예후는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젊은 사람은 림프절 전이가 흔히 발생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갑상선암의 확실한 위험인자는 갑상선의 방사선 노출이다. 이 교수는 “15세 이전에 방사선을 쬐면 갑상선암의 발생률이 증가한다”며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민감하게 증가한다”고 했다. 이어 “30년이 지난 후에도 위험도는 약간 감소하지만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며 “소아기에 비대 흉선, 편도, 아데노이드로 방사선을 쬔 경우 갑상선암의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력, 갑상선의 양성 종양, 갑상선염, 여성호르몬도 갑상선암의 위험인자로 꼽힌다. 이 교수는 “초경이 늦을수록 위험도가 증가하고 첫 출산이 늦을수록 갑상선암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며 “출산 횟수가 증가할수록 갑상선암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했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 여부 결정해야=암은 스스로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 때문에 갑상선암의 기본적인 완치법도 수술이다. 수술할 수 있는 상태라면 더 커지기 전에 암세포를 제거해야 수술 범위를 줄일 수 있고 합병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여포암, 유두암, 수질암 등 종류에 따라 수술 방법은 약간 다르나 기본은 원발 암이 있는 갑상선과 주위로 퍼진 암 병소를 완전하게 절제해야 한다”며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반대쪽 갑상선까지 같이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위험군은 국소 또는 원격 전이가 있을 때, 반대편 엽에 악성이 의심되는 결절이 있을 때, 두경부에 방사선을 죈 경력이 있을 때, 가족력이 있을 때 등”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 센터장은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갑상선 유두암의 진행 속도가 다른 암보다 느릴 뿐 아니라 특정 환자군에서는 공격적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는 관찰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수술 대신 관찰을 하기로 결정한 환자는 정기 검진이 필수다.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관찰 중 변화 양상이 나타나면 바로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배 센터장은 “수술을 안해도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작은 범위의 수술로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던 환자의 수술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 수가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미루거나 하지 않아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환자의 잦은 검진이나 암 세포를 갖고 있다는 불안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기 갑상선암이면서 여러 조건이 충족된다면 수술을 일단 미룰 수 있다. 배 센터장은 “전문의라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만약 당장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결정 배경을 환자와 잘 공유하고 관찰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암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지런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갑상선암의 치료 원칙은 수술적 제거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서두르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며 수술 여부를 나중에 결정할 수 있다”면서도 “증상이 나타난후 수술하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수술하게 돼 수술 범위가 넓어지고 추가적인 다른 치료도 필요한 사례가 많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암은 수술을 통해 제거가 됐어도 재발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에,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배 센터장은 “만일 갑상선암이 재발해서 재수술이 필요하다면 가능하면 처음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에게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