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시간을 요리하는 곳’. 메인셰프인 안백린(26) 씨는 사찰음식점 ‘소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곳의 음식은 한국에서 익히 봐온 사찰음식과는 다르다. 소식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찰음식의 정신은 살리되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에 가진 편견을 깨려는 셰프의 묘를 발휘했다.
“사찰음식은 요리 하나에 철학이 담겨있어요. 사찰음식에서는 어떤 요리를 할 때 내가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식재료가 교류해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버섯이든, 당근이든 식재료 하나 하나를 존중하면서 다룬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귀하게 여긴 식재료는 안백린 셰프<사진>의 손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안 셰프는 “식재료 하나 하나가 고유의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복잡하고 긴 시간을 들여 요리한다”고 말했다.
“버섯을 요리할 때는요. 그걸 일일이 다 찢어서 말리고, 물에 적시고, 볶고, 소스에 담고, 꼬치에 꽂고, 아욱을 데쳐 싼 다음에 숯불에 구워요. 닭꼬치를 떠올려 보세요. 닭, 파 닭, 파로 이어지는 단순한 순서에 양념을 발라 금방 구워내잖아요. 정성을 들여 시간을 가지고 요리하면 버섯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요리가 나올 수 있어요.”
식재료 하나 하나도 허투루 선정하지 않았다. 소식의 ‘주지스님’을 자처하고 있는 전범선 대표는 최근 소금투어를 다녀온 뒤 ‘소식’의 철학과 가장 어울릴 만한 소금으로 ‘자염’을 골라왔다. 소식의 모든 요리에는 ‘자염’을 사용한다.
전범선 씨는 “우리의 철학과 가장 맞는 것이 자염이었다”며 “수백년 내려온 조선 전통의 방식으로 생산된 소금”이라고 말했다. 잊혀졌던 우리 전통 문화와 역사를 ‘소식’이라는 공간을 통해 되살리려는 것 역시 이들의 추구하는 철학 중 하나다. 자염은 일본에서 들여오거나 일본을 거쳐 들어온 정제염, 천일염과 달리 우리 고유의 역사를 가진 고유의 소금이라고 한다.
안백린 셰프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만드는 자염은 시간을 요리한다는 소식의 철학에 맞게 생산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소식에서 태어나는 모든 음식은 이곳의 철학을 담아 사찰음식을 재해석해 태어났다. 젊은 채식주의자들이 같은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만든 ‘사찰음식점’답게 그들이 가치있다고 믿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도 음식은 훌륭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음식은 먹는 것은 물론이고, 땅과 농부에게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모든 과정 역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알게 되면 공장식 축산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그 모든 과정을 알리기 위해 메뉴에 오르는 음식의 이름을 짓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들 중엔 메뉴가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산속’, ‘바닷속’과 같은 광범위한 이름이나 음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외강내유’라는 사자성어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찰음식점인데 ‘문어와 노루’라는 메뉴도 있다.
“외강내유라는 메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순두부를 사용했어요. 겉은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울 수 있다는 스토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붙인 거예요. ‘문어와 노루’라는 메뉴도 있어요. 사실 그건 문어와 노루가 아니에요. 이 친구들은 자연에 있고, 우리가 먹는 것은 채소니까요.”
자연에서 난 건강한 식재료, 게다가 채소와 곡류가 주인공이 된 상차림은 흥미롭게도 다양한 전통주와 함께 선보인다. 전범선 씨는 “채식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술을 먹냐고 물어보지만, 소식은 파격적인 사찰이니 우리의 철학에 맞는다면 무엇을 먹든 괜찮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해줘요. 음식과 술을 곁들이고 소통하면서 삶의 변화를 느낀다는 말도 해요. 조선 반도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엔 그 어떤 편견도 없어 해방감을 주거든요. 저희가 개발 중인 탁주 중엔 자유와 해방이라는 술이 있어요. 자유를 느끼면서 마시고, 해방을 느끼면서 가라는 의미예요.” (전범선, 안백린)
불교 문화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안백린 셰프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맛’의 가치도 꾸준히 강조했다.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리얼푸드, 진정한 음식은요, 음식으로의 가치를 담으면서도 미식의 욕구를 포기하는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몸에 들어오는 감각, 먹기 전과 먹은 이후까지의 윤리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 자신이 행복한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리하고 있어요.”
■ 소식의 ‘당근 말랭이’
당근말랭이는 3일간의 ‘시간의 맛’을 담아 요리한다. 쫄깃한 당근 말랭이를 참숯에 구웠다. 특히 소식에서 요리하는 모든 바비큐는 토분 위에서 굽는다. 안백린 셰프는 “토분에는 식물이 자란다”며 “그 땅에서 자란 식물을 토분 위에서 구워 먹으며,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고 말했다.
<당근 말랭이 꼬치 만드는 법>
1. 당근을 손가락 크기로 자른다. 태안 자염을 뿌리고 버무린 후, 식품 건조기에 2일간 말린다.
2. 건조된 당근을 물에 약 5분간 잠시 담궈서 겉만 쫄깃하게 만든다. 겉에만 수분기가 있는 당근을 하룻밤을 냉장고에 넣어서, 당근 안까지 쫄깃하게 만든다.
3. 이렇게 만든 당근을 해바라기씨유에 볶는다. 꼬치에 10개 정도 꽂는다.
4. 마늘, 해바라기씨유, 파주 DMZ 장단콩으로 직접 짠 두유, 태안 자염을 섞어 만든 마늘 크림 소스를 당근 꼬치에 바른다.
5. 참숯불을 지피고, 그위에 숯향을 입히며 천천히 굽는다.
shee@heraldcorp.com
이 곳의 음식은 한국에서 익히 봐온 사찰음식과는 다르다. 소식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찰음식의 정신은 살리되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에 가진 편견을 깨려는 셰프의 묘를 발휘했다.
“사찰음식은 요리 하나에 철학이 담겨있어요. 사찰음식에서는 어떤 요리를 할 때 내가 그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식재료가 교류해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버섯이든, 당근이든 식재료 하나 하나를 존중하면서 다룬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귀하게 여긴 식재료는 안백린 셰프<사진>의 손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안 셰프는 “식재료 하나 하나가 고유의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복잡하고 긴 시간을 들여 요리한다”고 말했다.
“버섯을 요리할 때는요. 그걸 일일이 다 찢어서 말리고, 물에 적시고, 볶고, 소스에 담고, 꼬치에 꽂고, 아욱을 데쳐 싼 다음에 숯불에 구워요. 닭꼬치를 떠올려 보세요. 닭, 파 닭, 파로 이어지는 단순한 순서에 양념을 발라 금방 구워내잖아요. 정성을 들여 시간을 가지고 요리하면 버섯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요리가 나올 수 있어요.”
식재료 하나 하나도 허투루 선정하지 않았다. 소식의 ‘주지스님’을 자처하고 있는 전범선 대표는 최근 소금투어를 다녀온 뒤 ‘소식’의 철학과 가장 어울릴 만한 소금으로 ‘자염’을 골라왔다. 소식의 모든 요리에는 ‘자염’을 사용한다.
전범선 씨는 “우리의 철학과 가장 맞는 것이 자염이었다”며 “수백년 내려온 조선 전통의 방식으로 생산된 소금”이라고 말했다. 잊혀졌던 우리 전통 문화와 역사를 ‘소식’이라는 공간을 통해 되살리려는 것 역시 이들의 추구하는 철학 중 하나다. 자염은 일본에서 들여오거나 일본을 거쳐 들어온 정제염, 천일염과 달리 우리 고유의 역사를 가진 고유의 소금이라고 한다.
안백린 셰프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만드는 자염은 시간을 요리한다는 소식의 철학에 맞게 생산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소식에서 태어나는 모든 음식은 이곳의 철학을 담아 사찰음식을 재해석해 태어났다. 젊은 채식주의자들이 같은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만든 ‘사찰음식점’답게 그들이 가치있다고 믿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에도 음식은 훌륭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음식은 먹는 것은 물론이고, 땅과 농부에게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모든 과정 역시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을 알게 되면 공장식 축산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그 모든 과정을 알리기 위해 메뉴에 오르는 음식의 이름을 짓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들 중엔 메뉴가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산속’, ‘바닷속’과 같은 광범위한 이름이나 음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외강내유’라는 사자성어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찰음식점인데 ‘문어와 노루’라는 메뉴도 있다.
“외강내유라는 메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순두부를 사용했어요. 겉은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부드러울 수 있다는 스토리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붙인 거예요. ‘문어와 노루’라는 메뉴도 있어요. 사실 그건 문어와 노루가 아니에요. 이 친구들은 자연에 있고, 우리가 먹는 것은 채소니까요.”
자연에서 난 건강한 식재료, 게다가 채소와 곡류가 주인공이 된 상차림은 흥미롭게도 다양한 전통주와 함께 선보인다. 전범선 씨는 “채식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술을 먹냐고 물어보지만, 소식은 파격적인 사찰이니 우리의 철학에 맞는다면 무엇을 먹든 괜찮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해줘요. 음식과 술을 곁들이고 소통하면서 삶의 변화를 느낀다는 말도 해요. 조선 반도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엔 그 어떤 편견도 없어 해방감을 주거든요. 저희가 개발 중인 탁주 중엔 자유와 해방이라는 술이 있어요. 자유를 느끼면서 마시고, 해방을 느끼면서 가라는 의미예요.” (전범선, 안백린)
불교 문화의 철학과 가치를 담고, 건강한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안백린 셰프는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맛’의 가치도 꾸준히 강조했다.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리얼푸드, 진정한 음식은요, 음식으로의 가치를 담으면서도 미식의 욕구를 포기하는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 몸에 들어오는 감각, 먹기 전과 먹은 이후까지의 윤리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 자신이 행복한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리하고 있어요.”
■ 소식의 ‘당근 말랭이’
당근말랭이는 3일간의 ‘시간의 맛’을 담아 요리한다. 쫄깃한 당근 말랭이를 참숯에 구웠다. 특히 소식에서 요리하는 모든 바비큐는 토분 위에서 굽는다. 안백린 셰프는 “토분에는 식물이 자란다”며 “그 땅에서 자란 식물을 토분 위에서 구워 먹으며,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고 말했다.
<당근 말랭이 꼬치 만드는 법>
1. 당근을 손가락 크기로 자른다. 태안 자염을 뿌리고 버무린 후, 식품 건조기에 2일간 말린다.
2. 건조된 당근을 물에 약 5분간 잠시 담궈서 겉만 쫄깃하게 만든다. 겉에만 수분기가 있는 당근을 하룻밤을 냉장고에 넣어서, 당근 안까지 쫄깃하게 만든다.
3. 이렇게 만든 당근을 해바라기씨유에 볶는다. 꼬치에 10개 정도 꽂는다.
4. 마늘, 해바라기씨유, 파주 DMZ 장단콩으로 직접 짠 두유, 태안 자염을 섞어 만든 마늘 크림 소스를 당근 꼬치에 바른다.
5. 참숯불을 지피고, 그위에 숯향을 입히며 천천히 굽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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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