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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젓갈 빠진 비건 김치, 발효와 맛의 비결은 따로 있어요”
  • 2019.01.30.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발효식품의 인기로 전 세계 식품업계에서 ‘김치’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포브스는 2019년 식품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신맛’을 선정, 대표적인 식품으로 한국의 김치를 언급했다. 올해 미국인의 식탁에서 한국의 김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음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다.

김치는 한두 해에 머문 ‘반짝’ 트렌드가 아니다. 이미 북미와 유럽에선 김치가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김치 업체들의 수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 달러에 육박했다. 2018년 수출액은 9750만 달러로 전년(8139만 달러) 대비 20%나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은 김치는 최근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식품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떠오른 ‘채식’과 만나며 ‘비건(Veganㆍ완전 채식)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 바이어의 제안으로 ‘비건 김치’를 개발한 강원도 인제군의 브랜드 하늘내린김치는 오는 2월 국내 최초로 비건 김치 수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엔 ‘한식 대가’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김치를 생산하는 나베 에스앤에프(NAVE S&F)와 비건 김치를 발전시켰다. 

김정학 하늘내린김치 대표는 “해외에선 채식 시장이 워낙에 큰 데다, 김치의 인기가 높아 5개월에 걸쳐 비건 김치를 개발했다”며 “사찰 김치에서 착안해 젓갈 등 모든 동물성 재료를 빼고 만들었는데, 나베 측과 손을 잡고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막내딸인 장윤정 나베 에스앤에프 대표는 “하늘내린김치와 함께 7~8개월에 걸쳐 비건 김치를 개발해 심영순 비건 맛김치, 심영순 비건 섞박지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늘내린김치는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도 받았다. 

[사진=장윤정 나베 에스앤에프 대표가 심영순 비건 김치를 만들고 있다]

▶ 비건 김치, 젓갈 없이도 맛있을까?=비건 김치가 일반 김치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젓갈을 넣지 않는다는 점, 고춧가루를 절이는 육수로 멸치나 황태를 쓰지 않고 채소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나베 에스앤에프의 비건 김치는 심영순 씨의 김치 연구 연장선에서 완성됐다. 장윤정 대표는 “기존에도 비건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여름에는 젓갈을 넣지 않고 김치를 담갔다”며 “여름철엔 사람들의 기호와 관능 자체가 깨끗하고 시원한 맛을 선호해 여름 김치에는 젓갈을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어떤 동물성 재료도 넣지 않기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맞춤형’이지만,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는 일반인이 가진 ‘편견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장  대표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김치 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다”며 “비건인이 아니고는 젓갈이 빠진 김치를 선뜻 시도하고,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크다. 발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감칠맛이 없을 거라는 짐작이다. 장 대표는 하지만 “유산균의 발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젓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차이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고, 젓갈을 넣지 않아도 감칠맛은 살아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브라운대학 분자생물학과 면역학과 피터 벨렌키 교수 연구팀은 해산물 성분 대신 된장 등을 사용해 비건 김치를 만들고, 김치 발효 과정에서 어떤 미생물(유산균 등)이 주류를 이루는지 추적ㆍ관찰했다. 그 결과 새우젓 등 젓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김치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근 김치와 동일한 종류의 유산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 대표는 “발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마늘이었다”며 “마늘이 유산균 발효를 증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마늘로 인한 관능이 우리에게 가장 먼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영순 비건김치’에는 일반 김치에서 새우젓이 차지했던 부분을 마늘로 대체했다. 김정학 대표는 “일반 김치에서 마늘은 1.5% 정도 들어가는데, 비건 김치에선 1.8%로 늘렸다”고 말했다. 또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는 향신즙(마늘, 양파, 무, 배를 갈아 만든 즙)이 김치에 첨가되며 기존 김치보다 마늘의 양은 더 늘었다. 

[사진=심영순 비건 김치는 젓갈은 물론 어떤 동물성 식재료도 들어가지 않는다]

▶ 비건 김치, 어떻게 만들까?=비건김치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젓갈이 빠졌기에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과정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장윤정 대표는 심영순 비건김치 레시피로 쉽고 빠르게 비건 김치 만드는 법을 상세히 공개했다. 동물성 재료 없이 만들어진 김치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장 대표는 “비건은 물론 젓갈의 숙성된 맛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나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비건 김치”라고 말했다. 

[사진=비건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아 일반 김치보다 깔끔하고 깨끗하며 시원한 맛을 낸다]

<비건김치 만드는 법>

■ 배추 절이기

1. 배추를 반으로 가른 뒤, 윗부분에 칼집을 낸다.

2. 물 네 컵에 소금 한 컵 분량으로 소금물을 만든다. (맛을 볼 때 짜다 싶을 정도의 소금물이다.)

3. 배추를 세워 사이사이로 소금물을 잘 뿌려 준다. 겨울철 무와 배추의 경우 유독 단단해 소금에 잘 절여지지 않으니 줄기 쪽으로 소금을 넣고 3시간 이상 절인다.

4. 1차 절임 이후 물로 씻어낸다. 절인 배추는 삼투압 작용으로 씻을 물을 다시 먹는 현상이 나타나 반드시 물을 빼주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줄기 쪽으로 향신즙을 뿌려주면 물을 다시 토해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팁) 향신즙으로 물을 빼내면 김치 맛이 훨씬 깔끔해진다. 

[사진=비건 김치를 생산하는 하늘내린김치는 최근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 양념 만들기

1. 염도가 없는 상태에서 고춧가루와 채소 우린 육수, 사과주스, 찹쌀 풀을 넣고 저은 뒤 30분 이상 불린다.

2. 마늘과 생강을 넣고, 국 간장으로 염도를 맞춘다.

■ 김치 버무리기

완성된 김치 소스를 절인 배추에 넣고 버무려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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