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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뇌전증의 날 ①] 편견 심한 ‘뇌전증(간질)’, 소아 100명 중 3명은 걸린다
  • 2019.02.11.
-2월 둘째주 월요일 ‘세계 뇌전증의 날’
-과거 ‘간질’이라 불리며 편견 심했던 질환
-전 세계 환자 6500만명, 국내 30만명 추정


[사진설명=뇌전증은 인구의 1~3%가 겪는 질환이지만 소아기에 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2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 모군은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놀던 중 갑자기 발작 증상이 났다. 손발이 떨리고 입과 눈이 돌아가면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온 뒤 검사를 받은 결과 ‘난치성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군은 그동안 대학병원과 한의원 등을 다니며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봤지만 별다른 효과 없이 부작용에만 시달리고 있다. 현재도 평균 한 달에 한번 꼴로 발작 증상이 계속되고 있어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군과 같이 어릴 때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을 두고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뇌전증은 소아 100명 중 3명꼴로 겪는 질환으로 결코 적은 확률의 질환이 아니다. 또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치료가 완전히 불가능하지도 않다.

▶인구 1~3%가 평생 1번 정도 앓아=‘뇌전증(epilepsy)’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이 담겨 의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의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그릇된 선입관으로 아직까지 사회적 편견이 심한 병이다. 더구나 가끔씩 뇌전증 환자가 저지른 범죄 소식이 전해지면서 뇌전증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뇌전증학회는 질환의 인식 개선을 위해 2009년 ‘간질’이라는 용어를 ‘뇌전증’이라고 정식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뇌전증이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를 나타내면서 정상적인 뇌기능의 마비를 일으키는 만성적인 신경 질환이다. 뇌전증은 일반 사람 1~3% 정도가 살면서 1회 이상의 발작을 경험할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에 속한다. 전세계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6500만명에 달하며 미국에서만 약 340만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환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된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유병율은 영유아기 때 높고 청장년기에 가장 낮았다가 60세 이상에 다시 급격히 증가한다”며 “뇌전증 원인은 연령에 따라 다양하며 50~60%정도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영유아기 때는 선천성 기형, 주산기 뇌손상, 감염과 열성경련 등이 원인이 되며 청장년기와 노년기에는 뇌 외상, 뇌졸증, 뇌종양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소아기때 많이 발생하는 뇌전증=뇌전증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눈다. 부분발작은 다시 의식유무에 따라 단순부분발작과 복합부분발작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부분발작은 의식이 유지되지만 한쪽 얼굴, 팔이나 다리 등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합부분발작은 의식의 장애를 보이며 멍하거나 입맛을 다시면서 주변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전신발작에는 수초간 행동을 멈추거나 멍하게 앞을 바라보는 소발작, 빠르고 순간적인 근육의 수축으로 깜짝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근육간대경련발작, 순간적인 의식소실과 함께 전신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무긴장발작 등이 포함된다.

특히 뇌전증은 앞선 김군처럼 소아기에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 발작 또는 경련은 대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돌발적이고 일시적인 운동, 암각 또는 행동 변화 증상을 말하는데 발작은 소아에서 흔한 증상이다. 소아의 약 10% 정도에서 발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채수안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에서 발작은 발열, 감염증, 두부 외상, 저산소증, 중독증 또는 부정맥과 같은 신경계 외적인 신체 질환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간혹 호흡중지 발작, 실신, 위식도 역류와 같은 돌발 행동들도 이 시기에 발작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소아에서 발생하는 발작의 3분의 1 정도가 뇌전증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은 두 번 이상의 비유발 발작이 적어도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재발할때로 정의된다. 일생 동안 간질의 누적 빈도는 3%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반 정도가 소아 연령에서 발생한다. 채 교수는 “소아 뇌전증의 경우 예후는 비교적 좋지만 약 10~20%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간질의 경과를 가지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작시 인공호흡하지 말고 기도 유지해야=뇌전증은 발작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미리 숙지해야 한다. 주변에서 전신 발작을 하는 환자를 목격했다면 우선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작을 멈출 때까지 장애물 등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팔다리를 붙잡거나 인공호흡을 시도하면 안 되며 타액으로 기도가 막힐 수 있기 때문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벨트나 넥타이, 꽉 끼는 단추 등을 풀어주는 것도 환자가 호흡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주용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관리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약물 치료를 잘 받아야 하며 음주, 피로, 불규칙하고 부족한 수면 등은 발작 유발 요인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음식은 특별히 주의할 것은 없지만 운동 중 수영, 암벽타기 등은 발작이 일어나면 위험하므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빈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상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입안에 아무것도 넣지 말고 움직임을 막지도 말아야 하며 발작이 10분 이상 지속되거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때, 또는 의식의 회복이 없이 2차 발작이 올 경우에는 빨리 병원으로 옮겨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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