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손질이 어렵고, 비슷한 맛이 난다’ 봄나물 반찬이 점차 밥상에서 외면받는 이유다. 사실 나물은 한국인의 채소 섭취량을 높여주는 고마운 식재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채소 섭취량은 세계 1위다. 서양인도 놀라는 비결은 바로 다양한 나물반찬이다. 더욱이 항산화물질인 파이토케미컬도 풍부해 건강 식재료로 으뜸이다. 한국인의 건강 밥상을 지켜온 봄나물, 좀 더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샘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총 2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샘표 우리맛공간에서는 ‘우리맛워크숍-봄나물편’을 통해 봄나물 15종에 대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식품 기업이 왜 봄나물을 연구할까’라는 생각이 들수 있지만 이유는 충분했다. 이날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팀장은 “산업의 한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의 기초 연구가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상품들이 개발된다. 식품기업인 샘표 역시 매일 먹는 밥상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도록 음식 주제를 연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조직된 ‘우리맛 연구중심’은 과학적인 ‘요리과학연구방법론’을 도입해 우리 맛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한국인의 식생활문화발전 및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봄철을 맞아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한 마디로 봄나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자리가 됐다. 한식을 대표하는 식재료지만 그동안 체계적인 정보가 없어 잘못 알고 있었거나 좁은 시각으로만 봤던 인식이 해소됐다. 봄나물마다 다른 향과 맛, 라면처럼 쉽게 만드는 조리법, 버터나 살사로 만들어지는 활용도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봄나물의 세계는 꽤 매력적이었다.
1.봄나물은 모두 풀향→매운향ㆍ과일향 등 저마다 달라요
한쪽에 마련된 ‘향미존’에서는 종류별 나물의 향과 맛에 대한 과학적 분석결과가 전시됐다. 두릅에서는 멍게향도 났으며, 달래는 매콤한 향이 났다. 특히 머위잎에서는 예상과 달리 사과껍질과 비슷한 과일향이 풍겼다. ‘나물향은 모두 풀향’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최정윤 팀장은 “봄나물은 크게 채소향, 매운향, 과일향, 화학적 향, 고소한 향을 가지고 있다”며 “향미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하는 등 봄나물의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나물 맛은 비슷비슷→ 양념 공식으로 다양하게 즐겨요
봄나물이 억울한 건 향만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도 모두 ‘쌉싸름한 맛’으로 묶여진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양념탓이기도 하다. 양념이 많으면 나물의 향과 맛이 가려져 비슷한 맛이 난다. 나물에서는 장이 가장 중요하다. 최 팀장은 “장이 맛있으면 양념을 줄일 수 있다”며 “부재료없이 간장, 깨소금, 참기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파와 마늘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봄나물의 특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게다가 나물을 금방 시들게 하는 원인이다. 실제 파ㆍ마늘을 넣고 2일이 지난 나물은 누렇게 시들어진 상태였다. 반면 파ㆍ마늘을 넣지 않은 나물무침은 그대로 초록빛을 냈다. 또한 소금보다 ‘장’을 사용하면 양념을 보다 줄일 수 있다. 특히 콩발효 소스인 연두를 넣은 나물은 단맛이나 감칠맛 등의 풍미가 올라가면서 적은 양념으로도 나물 고유의 맛이 살아났다. 조리법도 더 간단해진다.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본 ‘고소한 맛’ 양념은 연두ㆍ깨ㆍ참기름만으로, ‘새콤한 맛’은 연두ㆍ설탕ㆍ식초만 넣으면 완성됐다.
3. 나물 요리는 복잡→원리를 알면 쉬워요
나물을 어떻게 손질해야 할 지, 얼마나 익혀야할 지도 고민되는 숙제다. 이에 최민제 연구원은 나물도 라면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소개했다. ‘라면만큼은 아니겠지’라는 의심이 들었으나 요리과정을 보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프라이팬 사용이 포인트였다. 최 연구원은 나물 100g을 넣은 프라이팬에 물 1ℓ와 소금 3g을 넣고 1분 30초 동안 데친 후 물을 따라버렸다. 이후 다시 볶아주면서 수분을 없애고 연두를 넣어 30초 볶으니 요리가 완성됐다. 프라이팬으로 데치고 볶는 과정을 한 번에 끝낸 것이다. 오일도 더 적게 사용된다. 또한 데친 나물의 물기를 짤때는 김밥용 김발을 이용하면 좋다. 직접 손으로 짜면 속안의 물기가 남겨지지만 김발로 살살 돌돌말아주면 골고루 빠진다.
4. 나물 요리는 뻔하다→살사, 버터, 김밥 등 새롭게 즐겨요
뻔한 봄나물 메뉴 대신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도 선보여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은달래(달래의 하얀 비늘줄기 부분을 키운 것)로 만든 버터였다. 달래에서 하얗고 동그란 부분은 원래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매콤한 향이 나는 달래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된장과 생크림을 넣어 버무리면 땅콩버터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은달래 버터’가 완성된다.
나물 특성을 꽤 흥미롭게 활용한 요리다. 참나물은 토마토, 양파와 섞여 상큼한 ‘참나물 살사’로 변신했다. 참나물의 향이 고수나 허브와 비슷해 나초에 찍어먹는 살사에 잘 어울린다.
냉이는 김밥 속으로 들어가 해산물 풍미가 가득한 ‘냉이 김밥’을 만들었다. 냉이를 기름에 볶으면 해산물향이 난다는 발견을 통해 만들어진 레시피다. 최정윤 팀장은 “원리를 이해하면 봄나물 만으로도 밥상이 다양해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봄나물 요리를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샘표 본사에서 열린 ‘샘표 우리맛연구 봄나물 연구 발표회’에서는 봄나물 15종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사진=샘표] |
샘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고민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총 2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샘표 우리맛공간에서는 ‘우리맛워크숍-봄나물편’을 통해 봄나물 15종에 대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식품 기업이 왜 봄나물을 연구할까’라는 생각이 들수 있지만 이유는 충분했다. 이날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팀장은 “산업의 한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꽤 오랫동안의 기초 연구가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상품들이 개발된다. 식품기업인 샘표 역시 매일 먹는 밥상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도록 음식 주제를 연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조직된 ‘우리맛 연구중심’은 과학적인 ‘요리과학연구방법론’을 도입해 우리 맛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한국인의 식생활문화발전 및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봄철을 맞아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한 마디로 봄나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자리가 됐다. 한식을 대표하는 식재료지만 그동안 체계적인 정보가 없어 잘못 알고 있었거나 좁은 시각으로만 봤던 인식이 해소됐다. 봄나물마다 다른 향과 맛, 라면처럼 쉽게 만드는 조리법, 버터나 살사로 만들어지는 활용도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봄나물의 세계는 꽤 매력적이었다.
1.봄나물은 모두 풀향→매운향ㆍ과일향 등 저마다 달라요
한쪽에 마련된 ‘향미존’에서는 종류별 나물의 향과 맛에 대한 과학적 분석결과가 전시됐다. 두릅에서는 멍게향도 났으며, 달래는 매콤한 향이 났다. 특히 머위잎에서는 예상과 달리 사과껍질과 비슷한 과일향이 풍겼다. ‘나물향은 모두 풀향’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최정윤 팀장은 “봄나물은 크게 채소향, 매운향, 과일향, 화학적 향, 고소한 향을 가지고 있다”며 “향미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하는 등 봄나물의 과학적 원리를 알고 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향을 맡을 수 있도록 전시된 봄나물들 [사진=육성연 기자] |
2. 나물 맛은 비슷비슷→ 양념 공식으로 다양하게 즐겨요
봄나물이 억울한 건 향만이 아니다. 저마다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도 모두 ‘쌉싸름한 맛’으로 묶여진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양념탓이기도 하다. 양념이 많으면 나물의 향과 맛이 가려져 비슷한 맛이 난다. 나물에서는 장이 가장 중요하다. 최 팀장은 “장이 맛있으면 양념을 줄일 수 있다”며 “부재료없이 간장, 깨소금, 참기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파와 마늘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봄나물의 특성을 사라지게 만든다. 게다가 나물을 금방 시들게 하는 원인이다. 실제 파ㆍ마늘을 넣고 2일이 지난 나물은 누렇게 시들어진 상태였다. 반면 파ㆍ마늘을 넣지 않은 나물무침은 그대로 초록빛을 냈다. 또한 소금보다 ‘장’을 사용하면 양념을 보다 줄일 수 있다. 특히 콩발효 소스인 연두를 넣은 나물은 단맛이나 감칠맛 등의 풍미가 올라가면서 적은 양념으로도 나물 고유의 맛이 살아났다. 조리법도 더 간단해진다.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본 ‘고소한 맛’ 양념은 연두ㆍ깨ㆍ참기름만으로, ‘새콤한 맛’은 연두ㆍ설탕ㆍ식초만 넣으면 완성됐다.
3. 나물 요리는 복잡→원리를 알면 쉬워요
나물을 어떻게 손질해야 할 지, 얼마나 익혀야할 지도 고민되는 숙제다. 이에 최민제 연구원은 나물도 라면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소개했다. ‘라면만큼은 아니겠지’라는 의심이 들었으나 요리과정을 보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프라이팬 사용이 포인트였다. 최 연구원은 나물 100g을 넣은 프라이팬에 물 1ℓ와 소금 3g을 넣고 1분 30초 동안 데친 후 물을 따라버렸다. 이후 다시 볶아주면서 수분을 없애고 연두를 넣어 30초 볶으니 요리가 완성됐다. 프라이팬으로 데치고 볶는 과정을 한 번에 끝낸 것이다. 오일도 더 적게 사용된다. 또한 데친 나물의 물기를 짤때는 김밥용 김발을 이용하면 좋다. 직접 손으로 짜면 속안의 물기가 남겨지지만 김발로 살살 돌돌말아주면 골고루 빠진다.
프라이팬을 이용해 쉽게 나물을 조리하는 모습[사진=육성연 기자] |
연두를 넣고 조리한 봄나물과 봄나물덮밥 [사진=육성연 기자] |
4. 나물 요리는 뻔하다→살사, 버터, 김밥 등 새롭게 즐겨요
뻔한 봄나물 메뉴 대신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도 선보여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은달래(달래의 하얀 비늘줄기 부분을 키운 것)로 만든 버터였다. 달래에서 하얗고 동그란 부분은 원래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매콤한 향이 나는 달래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된장과 생크림을 넣어 버무리면 땅콩버터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은달래 버터’가 완성된다.
새로운 봄나물 메뉴로 구성된 밥상. (왼쪽 위부터) 은달래 버터, 참나물 살사, 두릅미역냉채, 봄나물 3분수프, 냉이 김밥 [사진=샘표] |
땅콩버터맛이 나는 ‘은달래 버터’[사진=샘표] |
나물 특성을 꽤 흥미롭게 활용한 요리다. 참나물은 토마토, 양파와 섞여 상큼한 ‘참나물 살사’로 변신했다. 참나물의 향이 고수나 허브와 비슷해 나초에 찍어먹는 살사에 잘 어울린다.
상큼한 ‘참나물 살사’ [사진=육성연 기자] |
냉이는 김밥 속으로 들어가 해산물 풍미가 가득한 ‘냉이 김밥’을 만들었다. 냉이를 기름에 볶으면 해산물향이 난다는 발견을 통해 만들어진 레시피다. 최정윤 팀장은 “원리를 이해하면 봄나물 만으로도 밥상이 다양해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이들이 봄나물 요리를 쉽고 맛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해산물 풍미의 ‘냉이 김밥’ [사진=샘표] |
gorgeous@heraldcorp.com
Most Read Stories
REAL FOODSPREMIUM
MARKET TRENDS
October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