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 세븐틴…아이돌이 사랑한 샌드위치
- 하루에 계란 1000개 껍질 벗겨 만든 100% 수작업
- 대만 팝업스토어엔 1500명 운집…K-푸드 등극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이모! 샌드위치요. 일주일 동안 너무 생각났어요.“
지난 몇 년 사이, 난데없이 등장한 ‘샌드위치’가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음악방송이 있는 날이면 ‘우리 아이돌’이 즐겨먹던 샌드위치. 이름 역시 프로그램을 따 ‘인기가요 샌드위치’로 불렸다. SBS 등촌동 공개홀의 매점에서만 팔았다.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샌드위치는 아니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아이돌 그룹 사이에선 ‘전설의 샌드위치’다. 선배 아이돌은 갓 데뷔한 아이돌에게 이 샌드위치를 권했다. 걸그룹 체리블렛은 “데뷔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먹는 일”이라고 꼽았을 정도. ‘장수 아이돌’ 신화부터 블랙핑크까지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K-팝스타들의 별식이었다. 샌드위치의 인기가 치솟자, 연예계에선 “뒤늦게 가수 데뷔를 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급기야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가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따라 만들었다. ‘오빠들의 샌드위치’는 10대 소녀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편의점마다 이어진 ‘품절 대란’. 이름과 레시피를 살짝 바꾼 샌드위치였음에도 ‘팬심’은 요동쳤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역사가 길다. 소녀시대가 데뷔하기도 전인 2006년이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SBS 등촌동 공개홀 매점을 지키는 서미혜 씨의 손에서 태어났다. ‘원조의 맛’은 방송국 밖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남 신세계 백화점 팝업스토어. 매장 앞으로 길어진 행렬은 줄어들기 무섭게 늘어나기를 반복한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개발한 서미혜 씨를 만나 ‘원조의 비밀’을 들어봤다.
■ 아이돌 가수 끼니 걱정한 ‘엄마의 마음’=샌드위치의 탄생은 아이돌 그룹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 당시 매점엔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없었어요. 라면도 팔지 않았고, 즉석 덥밥류가 전부였거든요. 제때 밥을 못 먹고, 식사시간 맞추기도 어려운 어린 친구들이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은 샌드위치였다. 보통의 샌드위치는 햄, 치즈, 양상추가 들어가지만,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레시피는 ‘독특한’ 조합이 특징이었다.
“무대에 올라야 하는 아이들을 관찰하니 햄이나 돈까스처럼 칼로리가 높고, 소화가 오래 걸리는 음식은 잘 먹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단맛을 좋아해 초콜릿은 먹고요.”
레시피는 철저하게 ‘아이돌 입맛’을 공략했다. 초창기엔 샌드위치에 오이를 넣었으나, 이 레시피는 버려졌다. “샌드위치를 사러 오는 아이들마다 오이가 들어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오이를 못 먹는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완성된 레시피는 친숙하지만 색다른 맛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삶은 달걀을 넣은 샌드위치와 아삭한 양배추 무침이 들어간 샌드위치로 만든 뒤 딸기잼을 추가했다. 딸기잼은 전혀 다른 두 샌드위치의 ‘오작교’였으며, ‘화룡점정’이었다. 딸기잼의 달콤함이 담백한 샌드위치에 새 옷을 입혔다.
맛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영양’이었다. 이름 있는 셰프들처럼 음식에 조예가 깊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씨는 자식같은 아이들의 건강까지 생각했다.
“달걀도 영양란, 잼도 뭉치지 않는 국산 제품, 속재료도 모두 국내산을 썼어요. 무조건 최고급으로 만들었어요. 간편하면서도 건강하게 먹이고 싶었거든요.”
■ 한국 넘어 대만으로…1500명 소녀팬 움직이게 한 K-푸드=2006년 처음 선보인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가요계에선 진작부터 유명했지만, 전국적 인기를 얻은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한 번에 서너 개씩 먹었고, 세븐틴은 팬들에게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역조공하기도 했다. 인기를 얻은 뒤로 서 씨의 일상도 달라졌다.
“보통 새벽 한 시에 리허설이 있으면 전날 밤 11시 ~12시 사이에 문을 열었어요. 새벽 두 시에 있으면 1시 전에 열고요. 리허설 한두 시간 전에 준비했던 것이 유명해지고 난 뒤부턴 전날 출근해 밤을 꼬박 세워 재료를 준비했어요. 신선도가 핵심이라 미리 만들어 놓지 않았거든요.”
샌드위치는 평균 200~400개, 많게는 500개까지 나갔다. 만드는 과정은 고되다.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완전한 ‘수작업’. 날달걀을 구매해 몇 시간 동안 삶아낸 뒤 일일이 껍질을 깠다. “하루에 1000개 넘게 깔 때도 있었어요. 하루종일 달걀을 까다 보니 아침 6시까지 깐 적도 있어요.(웃음) ”
이제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위상은 한국을 넘어섰다. 최근 대만의 백화점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 행사는 현지를 발칵 뒤집어놨다. 1500여 명의 소녀팬들이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이 먹던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섰다. 현지 매체에서도 이 기현상을 놓치지 않고 취재했다.
서 씨의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최근 방송국을 떠났다. 강남역 지하상가에 매장을 오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4월 중엔 홍콩 하버시티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연다. ‘전국구’ 샌드위치가 아닌 K-푸드의 대명사가 됐다. 서씨의 목소리엔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모, 이거 먹고 싶어서 빨리 컴백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마마무의 화사도 한 번씩 오면 어찌나 맛있게 잘 먹고 가던지…전 그냥 아이들하고 이야기하는게 좋았어요.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었고요. 맛있게 먹어주고,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shee@heraldcorp.com
- 하루에 계란 1000개 껍질 벗겨 만든 100% 수작업
- 대만 팝업스토어엔 1500명 운집…K-푸드 등극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개발한 서미혜 씨 |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이모! 샌드위치요. 일주일 동안 너무 생각났어요.“
지난 몇 년 사이, 난데없이 등장한 ‘샌드위치’가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음악방송이 있는 날이면 ‘우리 아이돌’이 즐겨먹던 샌드위치. 이름 역시 프로그램을 따 ‘인기가요 샌드위치’로 불렸다. SBS 등촌동 공개홀의 매점에서만 팔았다.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샌드위치는 아니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아이돌 그룹 사이에선 ‘전설의 샌드위치’다. 선배 아이돌은 갓 데뷔한 아이돌에게 이 샌드위치를 권했다. 걸그룹 체리블렛은 “데뷔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먹는 일”이라고 꼽았을 정도. ‘장수 아이돌’ 신화부터 블랙핑크까지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K-팝스타들의 별식이었다. 샌드위치의 인기가 치솟자, 연예계에선 “뒤늦게 가수 데뷔를 하고 싶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급기야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가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따라 만들었다. ‘오빠들의 샌드위치’는 10대 소녀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편의점마다 이어진 ‘품절 대란’. 이름과 레시피를 살짝 바꾼 샌드위치였음에도 ‘팬심’은 요동쳤다.
하지만 원조는 따로 있다. 역사가 길다. 소녀시대가 데뷔하기도 전인 2006년이었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SBS 등촌동 공개홀 매점을 지키는 서미혜 씨의 손에서 태어났다. ‘원조의 맛’은 방송국 밖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강남 신세계 백화점 팝업스토어. 매장 앞으로 길어진 행렬은 줄어들기 무섭게 늘어나기를 반복한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개발한 서미혜 씨를 만나 ‘원조의 비밀’을 들어봤다.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100%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
■ 아이돌 가수 끼니 걱정한 ‘엄마의 마음’=샌드위치의 탄생은 아이돌 그룹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 당시 매점엔 끼니를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없었어요. 라면도 팔지 않았고, 즉석 덥밥류가 전부였거든요. 제때 밥을 못 먹고, 식사시간 맞추기도 어려운 어린 친구들이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은 샌드위치였다. 보통의 샌드위치는 햄, 치즈, 양상추가 들어가지만,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레시피는 ‘독특한’ 조합이 특징이었다.
“무대에 올라야 하는 아이들을 관찰하니 햄이나 돈까스처럼 칼로리가 높고, 소화가 오래 걸리는 음식은 잘 먹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단맛을 좋아해 초콜릿은 먹고요.”
레시피는 철저하게 ‘아이돌 입맛’을 공략했다. 초창기엔 샌드위치에 오이를 넣었으나, 이 레시피는 버려졌다. “샌드위치를 사러 오는 아이들마다 오이가 들어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오이를 못 먹는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서미혜 씨는 “식사 거르는 아이들, 먹이려고 만든 것이 인기가요 샌드위치”라고 말했다 |
완성된 레시피는 친숙하지만 색다른 맛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삶은 달걀을 넣은 샌드위치와 아삭한 양배추 무침이 들어간 샌드위치로 만든 뒤 딸기잼을 추가했다. 딸기잼은 전혀 다른 두 샌드위치의 ‘오작교’였으며, ‘화룡점정’이었다. 딸기잼의 달콤함이 담백한 샌드위치에 새 옷을 입혔다.
맛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영양’이었다. 이름 있는 셰프들처럼 음식에 조예가 깊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씨는 자식같은 아이들의 건강까지 생각했다.
“달걀도 영양란, 잼도 뭉치지 않는 국산 제품, 속재료도 모두 국내산을 썼어요. 무조건 최고급으로 만들었어요. 간편하면서도 건강하게 먹이고 싶었거든요.”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 진행된 인기가요 샌드위치 팝업 행사에는 1500여 명의 소녀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
“보통 새벽 한 시에 리허설이 있으면 전날 밤 11시 ~12시 사이에 문을 열었어요. 새벽 두 시에 있으면 1시 전에 열고요. 리허설 한두 시간 전에 준비했던 것이 유명해지고 난 뒤부턴 전날 출근해 밤을 꼬박 세워 재료를 준비했어요. 신선도가 핵심이라 미리 만들어 놓지 않았거든요.”
대만 매체에 소개된 서미혜 씨 |
샌드위치는 평균 200~400개, 많게는 500개까지 나갔다. 만드는 과정은 고되다. 재료 손질부터 포장까지 완전한 ‘수작업’. 날달걀을 구매해 몇 시간 동안 삶아낸 뒤 일일이 껍질을 깠다. “하루에 1000개 넘게 깔 때도 있었어요. 하루종일 달걀을 까다 보니 아침 6시까지 깐 적도 있어요.(웃음) ”
이제 ‘인기가요 샌드위치’의 위상은 한국을 넘어섰다. 최근 대만의 백화점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 행사는 현지를 발칵 뒤집어놨다. 1500여 명의 소녀팬들이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이 먹던 샌드위치를 맛보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섰다. 현지 매체에서도 이 기현상을 놓치지 않고 취재했다.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천안 야우리 백화점은에서도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
서 씨의 인기가요 샌드위치는 최근 방송국을 떠났다. 강남역 지하상가에 매장을 오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4월 중엔 홍콩 하버시티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연다. ‘전국구’ 샌드위치가 아닌 K-푸드의 대명사가 됐다. 서씨의 목소리엔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모, 이거 먹고 싶어서 빨리 컴백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마마무의 화사도 한 번씩 오면 어찌나 맛있게 잘 먹고 가던지…전 그냥 아이들하고 이야기하는게 좋았어요.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었고요. 맛있게 먹어주고, 좋아해줘서 고마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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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