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전 세계 장수 마을을 연구한 댄 뷰트너(Dan Buettner) 박사는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높은 지역을 ‘블루존’이라고 불렀다. 그리스 이카리아섬, 이탈리아 사르디나,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와 일본의 오키나와가 바로 ‘블루존’이다.
그 중 일본 오키나와는 과거부터 ‘장수 마을’로 명성을 날렸다.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 마을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받아 1993년 ‘일본 제일 장수선언촌’ 기념비를 세웠다. 이 선언비에는 “80살은 사라와라비(오키나와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는 오키나와의 옛 속담이 써있다.
■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단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탁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전통적인 오키나와 식단은 칼로리가 낮고,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한다. 특히 식단에서 58~60%는 채소로 채운다. 채소의 종류는 다양하다. 고구마, 죽순. 무, 양배추, 당근, 호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또한 ‘건강한 탄수화물’로 불리는 통곡물의 섭취와 콩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
오키나와의 전통 식단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식물식’을 따른다는 점이다. 가공하거나 정제된 음식, 각종 화학물질 등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은 피한다.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통조림이나 운송거리가 먼 식품보다는 지역 내에서 자란 제철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이 지역 사람들의 특징이다. 또한 베이컨, 햄,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과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를 자제하고,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의 섭취도 줄인다.
■ 오키나와 식탁의 대표 식재료와 식습관
오키나와의 대표 식재료는 여주와 바다포도, 에다마메(풋콩)가 있다.
오키나와에선 ‘고야’라고 불리는 ‘쓴 맛’나는 채소인 여주는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다. 오키나와에는 ‘고야 참푸르’라는 향토음식이 있다.
여주는 당뇨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채소다. 여주 속 ‘카란틴(Charantin)’ 성분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리핀 의학계 저널(The Philippine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선 가공한 여주는 당뇨병 치료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태국 나라수완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4주간 2000㎎의 여주 가루를 당뇨병 환자에게 제공한 결과, 혈당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캔자스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주는 트리테르페노이드,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과 같은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해 암 세포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미부도’(바다포도) 역시 오키나와 식탁에 많이 오르는 식재료다. 바다포도는 오키나와의 5대 해초 중 하나다. 알알이 맺힌 모습이 청포도를 연상시켜 우리나라에선 바다포도라고 불린다. 바다포도는 미네랄과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고, 각종 영양소가 피를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해조류에 많은 후코이단 성분이 풍부하다. 후코이단은 해독 작용에 도움을 준다.
성숙하지 않은 ‘풋콩’인 에다마메는 다 자란 콩과 달리 싱그러운 연두빛을 나타낸다. 미국인과 오키나와 노인의 식단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은 전체 식단에서 콩 제품이 고작 0.5%에 그쳤으나, 오키나와는 12%에 달했다. 풋콩 반컵에는 단백질이 무려 11g, 식이섬유 9g이 들어있다.
식단과 더불어 오키나와 사람들이 장수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식습관에 있다. 오키나와에선 비만인 노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곳에는 ‘하라하치부’라는 말이 있다. 포만감 중 80%가 찰 때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식을 하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최근의 오키나와는?
오키나와는 여전히 ‘장수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오키나와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어린이 빈곤율은 일본 전국 1위에 해당하는 30%에 달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1위, 실업률 1위, 이혼율 1위, 이직률 1위, 고등학교, 대학 진학률 전국 최하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1인당 현민 소득 전국 최하위다.
지역 사람들의 식단도 달라지고 있다. 서구식 식생활이 오키나와를 점령했다. 자연식물식을 섭취하던 과거와 달리 패스트푸드와 통조림 캔의 섭취가 급증했다. 값이 비싼 건강한 채소를 살 수 없어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오키나와 사람들의 하루 야채 섭취량은 일본 내 최하위다. 오키나와 남성의 1일 야채 섭취량은 266g이다. 이는 나가노현 남자 1일 야채 섭취량 379g의 약 70%에 해당한다. 지금의 오키나와는 높은 빈곤율과 서구화된 식습관이 ‘전통식단’을 밀어내며, ‘장수마을’로의 명성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shee@heraldcorp.com
그 중 일본 오키나와는 과거부터 ‘장수 마을’로 명성을 날렸다.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 마을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받아 1993년 ‘일본 제일 장수선언촌’ 기념비를 세웠다. 이 선언비에는 “80살은 사라와라비(오키나와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는 오키나와의 옛 속담이 써있다.
■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단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탁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전통적인 오키나와 식단은 칼로리가 낮고,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한다. 특히 식단에서 58~60%는 채소로 채운다. 채소의 종류는 다양하다. 고구마, 죽순. 무, 양배추, 당근, 호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또한 ‘건강한 탄수화물’로 불리는 통곡물의 섭취와 콩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
오키나와의 전통 식단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식물식’을 따른다는 점이다. 가공하거나 정제된 음식, 각종 화학물질 등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은 피한다.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통조림이나 운송거리가 먼 식품보다는 지역 내에서 자란 제철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이 지역 사람들의 특징이다. 또한 베이컨, 햄,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과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를 자제하고,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의 섭취도 줄인다.
■ 오키나와 식탁의 대표 식재료와 식습관
오키나와의 대표 식재료는 여주와 바다포도, 에다마메(풋콩)가 있다.
오키나와에선 ‘고야’라고 불리는 ‘쓴 맛’나는 채소인 여주는 이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다. 오키나와에는 ‘고야 참푸르’라는 향토음식이 있다.
여주는 당뇨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채소다. 여주 속 ‘카란틴(Charantin)’ 성분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리핀 의학계 저널(The Philippine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선 가공한 여주는 당뇨병 치료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태국 나라수완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4주간 2000㎎의 여주 가루를 당뇨병 환자에게 제공한 결과, 혈당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캔자스 대학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주는 트리테르페노이드,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과 같은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해 암 세포의 성장 속도를 늦추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미부도’(바다포도) 역시 오키나와 식탁에 많이 오르는 식재료다. 바다포도는 오키나와의 5대 해초 중 하나다. 알알이 맺힌 모습이 청포도를 연상시켜 우리나라에선 바다포도라고 불린다. 바다포도는 미네랄과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고, 각종 영양소가 피를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해조류에 많은 후코이단 성분이 풍부하다. 후코이단은 해독 작용에 도움을 준다.
성숙하지 않은 ‘풋콩’인 에다마메는 다 자란 콩과 달리 싱그러운 연두빛을 나타낸다. 미국인과 오키나와 노인의 식단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은 전체 식단에서 콩 제품이 고작 0.5%에 그쳤으나, 오키나와는 12%에 달했다. 풋콩 반컵에는 단백질이 무려 11g, 식이섬유 9g이 들어있다.
식단과 더불어 오키나와 사람들이 장수를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식습관에 있다. 오키나와에선 비만인 노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곳에는 ‘하라하치부’라는 말이 있다. 포만감 중 80%가 찰 때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식을 하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최근의 오키나와는?
오키나와는 여전히 ‘장수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오키나와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어린이 빈곤율은 일본 전국 1위에 해당하는 30%에 달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1위, 실업률 1위, 이혼율 1위, 이직률 1위, 고등학교, 대학 진학률 전국 최하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1인당 현민 소득 전국 최하위다.
지역 사람들의 식단도 달라지고 있다. 서구식 식생활이 오키나와를 점령했다. 자연식물식을 섭취하던 과거와 달리 패스트푸드와 통조림 캔의 섭취가 급증했다. 값이 비싼 건강한 채소를 살 수 없어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오키나와 사람들의 하루 야채 섭취량은 일본 내 최하위다. 오키나와 남성의 1일 야채 섭취량은 266g이다. 이는 나가노현 남자 1일 야채 섭취량 379g의 약 70%에 해당한다. 지금의 오키나와는 높은 빈곤율과 서구화된 식습관이 ‘전통식단’을 밀어내며, ‘장수마을’로의 명성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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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