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바나나, 저항성 녹말 풍부해 포만감
-"너무 익은 바나나는 안 먹는 게 좋다”
[리얼푸드=민상식 기자] 바나나의 숙성이란 전분이 당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수확 후에도 계속 숙성돼 단맛이 강해지고 점점 물러진다. 너무 숙성될 경우 먹을 수 없어 버리게 되거나 날파리가 생기는 현상이 생긴다.
바나나는 초록색의 덜 익은 상태로 수입해 평균 5~6일 정도의 후숙 공정을 거친다. 일반적으로 껍질이 노란빛이 들 때 또는 노란빛이 더욱 많아지는 후숙 단계에서 시장에 출고하는데, 유통 과정에서 후숙돼 소비자가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지난해 한 대형마트는 바나나의 후숙 정도를 다르게 한 제품을 내놓아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근 호주의 한 스포츠 다이어트 전문가 라이언 핀토(Ryan Pinto)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통해 바나나 숙성도에 따른 영양성분 변화를 소개했다. 운동선수의 영양섭취를 돕는 클리닉을 운영하는 그는 “지나치게 익은 바나나는 대부분 당 성분이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핀토에 따르면 덜 숙성된 단단한 녹색 바나나는 포드맵(FODMAP) 성분의 함유량이 적다. 포드맵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아 과민성 장증후군을 악화시키는 탄수화물이다.
녹색 바나나는 저항성 녹말이 풍부해 포만감을 주지만, 이 성분은 소화를 어렵게 만들어 더부룩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당 성분을 적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쓴맛이 날 수 있다.
약간 숙성된 노란색 바나나는 녹말이 당으로 바뀌면서,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또 분해할 녹말이 줄어들면서 우리 몸이 영양분을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 색이 진해질수록 비타민 C와 E 같은 산화방지 성분이 높아지고 섬유질의 양도 풍부한 상태가 유지된다.
바나나에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줄어든다. 당 성분이 이전보다 많아지면서 맛도 더 달아진다.
인스타그램 highperformancenutritionau 캡처 |
핀토는 “갈색 반점은 바나나가 오래됐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바나나에 들어있던 탄수화물 상당 부분이 당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산화방지 성분은 풍부하며 이는 암 예방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반점이 많아질수록 기존의 저항성 녹말 성분은 대부분 당으로 변하고 섬유질은 줄어든다.
이처럼 바나나는 후숙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게 난다.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이 바나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후숙 기술 개발에 나선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은 내년 12월까지 제주산 바나나의 적정 후숙 방법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최근 밝혔다.
기술원은 온도 처리별로 입고에서부터 노랗게 후숙이 잘돼 먹기 적당한 단계까지의 수분감량, 색상변화, 과육경도(단단한 정도), 과육당도를 조사하고 비교 분석해 좋은 후숙 온도 조건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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