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쌈소스(쌈장)는 새로운 케첩.” “한국의 발효된 장과 김치는 장 건강의 핫 아이템.” (미국 USA투데이)
지금 한국식 ‘소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핫’하다.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며 고추장이나 쌈장과 같은 한국식 ‘소스’를 찾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고추장과 된장은 세계 시장에서 건강한 ‘천연’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장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대세가 된 ‘발효음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식 소스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인기 높은 ‘에스닉 푸드’(Ethnic Food, 이국적인 느낌의 제3세계 전통 음식) 열풍의 주역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K-푸드의 인기에 고추장 수출액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까지만 해도 710만 달러에 불과했던 고추장 수출액은 2014년 2871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6년 3132만 달러로 3000만 달러 선을 넘어섰다. 2018년엔 3681만 달러를 기록하며 해마다 기록 경신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고추장은 ‘차세대 소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전통장을 수출하는 업체들도 현지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국내 장류 최초로 할랄 인증으로 받아 전 세계로 고추장, 된장을 수출하는 옹고집 영농조합법인의 이기원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고추장 기반의 바비큐 소스를 개발해 관능 테스트를 한 결과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다”라며 “고추장 소스는 한국에서처럼 덜어먹는 것이 아니라 칩이나 윙에 찍어먹으며 디핑 소스로 활용하는 등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인즈의 쌈소스 |
‘한국식 소스’의 인기로 현지 소스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리안 칠리 페이스트(Korean Chili paste)로 불렸던 고추장은 이제 당당히 ‘GOCHUJANG(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현지에서 유통 중이다. 아마존이 인수한 미국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은 고추장에 대해 “스리라차는 가고, 이제 미국인의 주방은 고추장 소스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현지에선 이미 '한국 소스' 대전이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의 제품은 물론 미국에서 만든 ‘한국식 소스’가 한 매대에서 경쟁 중이다.
국내 식품 기업 청정원은 미국 현지에서 고추장을 활용한 ‘만능 소스’인 ‘프리미엄 BBQ 소스’를 출시했고, CJ 제일제당도 고추장에 마요네즈와 바비큐 소스 등을 첨가한 핫 소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홀푸드마켓에는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출시되는 PB상품이 등장, ‘미국산’ 한국 소스가 저렴한 가격으로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식품 회사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는 한국계 스타 셰프인 데이비드 장과 협업, ‘쌈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 쌈장과 고추장을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개발한 ‘쌈소스’는 홀푸드마켓은 물론 아마존을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되고 있다. 쌈소스 출시 당시 현지 언론들은 “쌈소스는 제 2의 스리라차 소스‘, ’쌈소스는 새로운 케첩”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선 현지화된 ‘미국산’ 한국 소스가 K-푸드를 위협할 만큼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오리지널’ 한국 소스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현지인의 입맛을 겨냥한 데다, 현지인이 주로 사용하는 편리한 패키징으로 만들어져 미국인들의 지갑은 ‘미국산’ 고추장, 쌈장에 열리고 있는 추세다.
한국 식품의 해외 시장 진출 컨설팅을 하고 있는 푸드컬처랩(Food Culture Lab)의 안태양 대표는 “K-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한국 소스의 등장으로 정작 K-푸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금의 상황을 언급했다. 미국에서 만든 제품이 물류 유통과 마케팅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데다, 맛과 퀄리티도 현지인의 기준에 맞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에 “K-푸드가 인기라고 한국산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며 “한국 식품만의 가치와 특이점을 주지 못하면 현지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호하진 않을 것이다. 한국의 맛을 이해하고 담아낼 수 있는 기술력과 가치의 부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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