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민상식 기자] 수산 분야에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도입해 허술한 수산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수산물 이력 확인 시간이 크게 줄고 정보 위·변조가 어려워진다.
고동훈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어업자원연구실 전문연구원은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지속가능 국제어업관리를 위한 컨퍼런스’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수산물 이력 정보에 대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고 연구원은 이어 “수산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가공·양식 수산물의 원산지 증명, 신속한 이력 추적, 안전사고 대응, 수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 지속가능 국제어업관리를 위한 컨퍼런스 [민상식 기자/mss@] |
국내에서 수산업에 블록체인이 처음 도입된 사례는 삼진어묵의 블록체인 기반 이력추적시범사업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삼진어묵이 일본에서 원재료를 수입한다는 악성 루머가 퍼졌다. 삼진어묵은 어묵원료를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일을 계기로 삼진어묵은 원산지 등 원료 수입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을 벌였다.
제품 포장지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스캔하면 소비자가 제품의 제조 및 유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청산바다’와 ‘대일수산’ 등 수산물 유통업체들도 전복과 굴 양식 이력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청산바다는 완도산 활전복의 양식 관리에서부터 해외 수출까지 생산과 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전복의 이력 정보를 블록체인기술을 통해 관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블록체인 기반 수산물 정보관리 시스템 구축은 어묵, 전복 등 일부 수산물에만 국한되고 대기업의 투자가 없다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해외의 경우에는 월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앞장서 다양한 수산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블록체인 기반 어묵이력추적 시범 사업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우려했던 부분 중 하나가 ‘블록체인기술이 과연 매출액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가’였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상품에 대한 경제성 평가 등 경제·경영적 연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산물은 특히 종류가 다양하며, 동종의 수산물도 건어·활어·냉동·냉장에 따라 다시 세분화된다. 이에 한 종의 수산물에 대한 성공사례 모형을 구축하더라도 이를 수산물에 대해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고 연구원은 “수산물에 대한 성공사례 모형을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실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테스트베드 마련과 관련 전문가 양성, 산·학·연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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