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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맛이 바로 제주 생선조림이죠”…제주 ‘덕승 식당’
  • 2019.12.20.
-제주시 맛집으로 입소문 난 덕승식당, 생선조림 맛나 
-당일 잡은 생선으로 비린내 없는 생선 요리 선보여
-깔끔한 옥돔지리ㆍ칼칼한 아나고조림 등 차별화된 메뉴 구성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가시를 발라내다 먹기도 전에 지쳐버린 갈치, 생선 비늘에 숨어있던 비린내, 양념이 강해 속이 불편했던 생선조림…생선요리하면 떠오르는 기자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다. 부정적 경험 위주로 기억이 편집된 탓에 평소 생선을 즐기지 않던 기자에게도 생선요리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청정바다가 출렁이는 제주도에서다.

제주도는 흑돼지나 고기국수가 유명하지만 최근 SNS에서 핫한 은갈치조림처럼 생선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덕승식당’은 제주 생선조림의 진가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 중 한 곳이다. 관광객에게 유명하기보다는 현지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식당이다. 제주 바다에서 새벽에 잡아올린 ‘당일바리’(당일날 잡은 어획)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고중의 최고’라 불리는 생선의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은갈치조림은 물론, 옥돔지리(탕)나 아나고(붕장어)조림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도 다양하다. 생선요리에 대한 기자의 편견을 기분좋게 바꿔준 곳이기도 하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덕승식당’. 푸짐하게 한상 차려진 생선요리들[사진=육성연 기자]

덕승식당은 제주공항에서 자가용으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공항에 오고 가기 전, 한 끼를 먹으러 오기에도 편한 위치이다. 주변에는 한라수목원이나 도깨비도로, 무수천 등 볼거리가 많다. 여행후 맛집으로 들러보기 좋으나 대부분의 손님들은 현지인들이다. 가게 이전을 두 번이나 했어도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이 많을 정도로 제주 토박이에게는 맛집으로 통한다. 제주 고유의 맛을 느껴보기 원했던 기자가 이곳을 찾게 된 이유이다.

제법 쌀쌀했던 12월의 날,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식당을 찾았다. “덕승식당이요? 잘 알죠!” 택시기사의 친절한 설명때문에 더욱 부풀었던 기대와 달리, 막상 도착한 가게 입구는 생각보다 평범한 간판이 걸려있었다. 음식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흔한 동네식당의 외관과 규모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생선요리전문점다운 메뉴판이 보였다. 은갈치와 옥돔, 아나고, 우럭, 쥐치등 다양한 생선이 조림이나 구이, 탕, 무침의 형태로 제공된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나고 조림’과 ‘옥돔지리’를 주문한 후 ‘갈치조림’과 ‘우럭통구이’를 추가했다.

제철 무를 썰어놓은 인기메뉴 ‘옥돔지리’

테이블에는 밑반찬들이 먼저 올려졌다. 버섯볶음과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무김치 등 평범한 듯 보여도 하나하나 정갈한 맛이 났다. 밑반찬에서부터 음식을 만든 이의 내공이 느껴졌다. 주력 메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때쯤 옥돔지리가 등장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탕 안에서 옥돔이 채 썬 무를 이불마냥 덮고 있었다. 발그스레한 뺨의 옥돔 빛깔에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보기엔 좋아도 선뜻 먹기에는 망설여졌다. 유난히 비린 맛과 생선 가시를 싫어하는 식성 탓이다. 구이도 조림도 아닌 맑은 탕에 들어간 생선, 게다가 커다란 눈을 뜨고 있는 생선 머리가 그대로 올려져 있다니. 기자에겐 난이도 최상급의 요리였다. 하지만 조금의 용기를 보태어 한 입 떠먹은 그 맛은 그야말로 최고의 반전이었다. 신기하게도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한 맛이 느껴져 마지막에는 그릇째 들고 후루륵 국물을 마셨다. 특히 무는 예상외로 옥돔지리 맛을 완성해주는 ‘신의 한수’였다. 지금이 제철인 무는 은은한 달콤함과 시원한 국물맛을 내주며, 너무 아삭하지도 물컹거리지도 않은 식감을 더해준다.

덕승식당의 대표메뉴인 ‘아나고조림’ [사진=육성연 기자]

옥돔지리와 함께 아나고(붕장어)조림은 이 집만의 대표 메뉴이다. 젓가락으로 집어올리면 탱글탱글한 조직감이 쫄깃한 식감의 매력을 눈으로 먼저 알려준다. 맛은 조림과 구이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국물이 안 보일정도로 양념을 바짝 조리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칼칼한 아나고조림은 첫 맛보다 먹을수록 더욱 끌리는 중독성이 있다. 특히 시원한 옥돔지리와는 최고의 궁합이다. 콩나물무침과 함께 밥에 비벼먹어도 좋다. 술안주로는 더할나위 없다.

두툼한 속살의 ‘제주 은갈치조림’(좌)과 바삭한 ‘우럭통구이’ (우) [사진=육성연 기자]

갈치조림 또한 서울서 보던 날씬한 갈치들과 달랐다. 반짝거리는 은빛 비늘에 두툼하게 살이 오른 큰 갈치이다. 제법 굵은 가시는 쉽게 발라져서 먹기에 간편했다. 숟가락으로 몇 번 긁어도 뽀얀 속살이 우수수 떨어진다. 당일바리 제주 생갈치만의 매력이다. 여러 마리를 한 번에 낚아 올려 선상에서 급속냉동하는 갈치도 있지만 인근 바다에서 한 마리씩 낚시로 잡은 당일바리 생갈치는 가장 맛이 달고 부드럽다. 더욱이 제주 은갈치는 겨울이 되면 그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시원한 탕과 칼칼한 조림을 맛봤다면 이젠 고소한 구이 차례다. 우럭통구이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우럭 3마리가 나온다. 생선스테이크처럼 꽤나 두툼한 살점에 감탄하고, 식감에 또 한번 감탄한다. 뽀얀 속살은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하다. 젊은층에게 인기인 일명 ‘겉바속촉’이다. 보슬보슬한 쌀밥위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음식 맛의 비결은 역시 식재료였다. 덕승식당 관계자는 “모든 생선은 ‘당일바리’로 제주 새벽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것을 들여온다”고 했다. 신선한 생선을 센 불에서 잘 끓여내면 비린내가 안 난다는 설명이다.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우럭의 꼬리는 크게 휘어져 있었다. 생선은 꼬리가 올라가야 신선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식재료가 신선하기 때문에 양념도 자극적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과한 양념이 최고 식재료의 고급스러운 맛을 해친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이 집 양념의 비법이다. 옥돔지리의 경우 무와 생선육수, 소금이 전부이다. 음식비결에는 조리법도 한 몫한다. 이 관계자는 “옥돔지리는 살이 너무 부드러워 탕으로 끓이기 어려운 요리”라고 했다. 연한 생선의 모양을 지켜내면서도 깊은 국물을 우려내는 것이 관건이다. 마늘, 간장 등 다른 식재료들도 최고 품질만을 고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옥돔지리는 1만3000원(1인분), 우럭통구이(3마리)는 3만원 정도이다. 단골 고객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식당에서 만난 양미선 씨는 “가성비가 좋은데 맛도 있다. 특히 옥돔지리는 시원하고 담백해서 남녀노소 잘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했다. 제주 토박이라는 전영식 씨는 “잡내나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자주 온다”며 “제대로 맛있는 제주도 생선조림은 바로 이 맛”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선한 재료에 주인의 음식솜씨가 더해진 밥상은 제주 겨울의 청량함이 담겨진 한 상이었다. 소박해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깊은 맛은 제주 향토음식의 매력과 닮아있었다. 눈으로 감상한 제주 에메랄드빛 바다를 입안에서도 청정하게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음식점 정보

위치: 제주 제주시 연화로2길 24 덕승식당

영업시간: 10:00~ 22:00 (월요일 휴무)

메뉴: 옥돔지리, 아나고조림, 우럭조림, 쥐치조림, 갈치조림, 우럭매운탕, 아나고김치탕, 옥돔구이, 우럭통구이, 갈치구이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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