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로소아민 성분을 형성하면서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
-녹색 채소에 든 식이 질산염은 건강에 도움
-“가공육의 발암 가능성 낮춰주는 최고의 식품은 김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질산염이 많이 든 채소를 먹으면 혈전을 억제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보고한 연구 (2014)결과이다. 이 쯤에서 적지 않은 이들은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질산염은 많이 먹지말라고 한 성분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가공육의 첨가 성분으로 잘 알려진 질산염(nitrate)은 일반적으로 발암물질로 간주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 위험이 18%로 높아진다”고 경고하며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Group1)로 지정했다. 하지만 발암물질로 낙인찍힌 질산염은 분명 우리가 흔히 먹는 배추나 무, 시금치 등의 채소에도 들어있다. 건강 식품인 반면 해로운 물질이라고 지목당하는 질산염, 무죄일까 유죄일까
▶가공육 질산염은 왜 낙인 찍혔을까=가공육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것은 가공과정에서 첨가되는 질산염 화합물에 있다. 이는 식육제품에서 발색제나 보존제 역할로 사용된다. 문제는 붉은고기의 적혈성분과 만난 질산염의 일부가 아질산염으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공육에 첨가된 아질산염은 위에서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을 형성하는데, 이 물질이 발암물질로 작용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육이 암을 일으키는 과정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공과정에서 생성된 유해물질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아질산염의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협회는 가공육의 섭취를 최대한 피할 것을 권고하는 실정이다. 최근의 식품연구 결과들도 부정적 영향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 연구(2008)에서는 아질산염이 폐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질소종을 만들며, 가공육을 매달 14회 이상 먹은 사람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률이 78%나 높다고 보고돼있다. 지난해에는 가공육의 질산염 함량에 따라서 암 위험성이 달라진다는 연구도 나왔다. 영국 퀸스 대학교 벨파스트의 국제식량연구소 연구팀은 ‘영양학(Nutrients)’ 저널을 통해 질산염을 함유한 가공육 섭취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18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자료를 메타 분석한 결과 “가공육에 첨가되는 질산염 등의 성분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질산염 많은 채소는 ‘녹내장·심혈관질환’ 예방=놀랍게도 질산염은 채소에서도 검출되는 성분이다. 채소 속 질산염의 소량은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변화되는데, 채소 반찬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질산염 섭취량이 유럽의 3배 정도 된다는 연구도 있다. 실제 김치 일일섭취량인 91.9g에 포함된 아질산염은 349.2㎍(마이크로그램)이다. 햄 2.9g에 포함된 48.1㎍나 소시지 1.2g의 17.5㎍ 수치와 비교하면 꽤 높다. 이외에 시금치나 상추, 근대, 비트 등의 채소에도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 심지어 슈퍼푸드로 알려진 비트나 시금치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 일리가 없다.
질산염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고기에 결합되어있지 않은 질산염 그 자체는 발암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에서도 녹색 채소 속의 질산염이 적혈구 수를 조절하면서 혈전을 막아준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연구에서도 채소 속 질산염이 짠 음식을 먹을 때 칼륨보다 100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비트나 셀러리 등 녹색 채소에서 추출한 식이 질산염이 나트륨 배출을 도와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눈 건강에도 좋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의 연구(2016)에 따르면 녹색 잎채소 섭취 최상위 그룹은 최하위 그룹보다 녹내장 발생률이 20~30% 낮게 나타났다. 이외에 간에 쌓인 지방을 낮춰준다는 논문이나 대사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채소에 든 질산염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특히 김치는 가공육으로 인한 발암 가능성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 연구진은 논문에서 “ 가공육을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이면 김치 속 유산균이 아질산염 자체를 파괴하므로 섭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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