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효능 인지ㆍ식물성 식품 열풍으로 인기 상승중
-서양 셰프들이 주목하는 식재료, 음료ㆍ스낵 제품에도 첨가
-‘풍부한 영양ㆍ지속가능성’ 미래 식품으로도 주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식욕이 당기지 않은 색감과 꾸불한 모양새, 미끈거리는 식감은 분명 유쾌하지 않았다. 해조류를 바라보던 서양인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해조류는 중요한 식량 자원인 동시에 최고의 웰빙 식품이었지만 서양에서는 ‘가축의 사료’ 쯤이나 ‘잡초’ 수준으로 인식돼왔다.이러한 인식은 명칭에서도 드러난다. 해조류의 영문명은 ‘seaweed’ 즉 ‘바다의 잡초’이다. 그만큼 푸대접의 역사가 길었던 해조류였지만 최근에는 슈퍼푸드급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각종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재배가 환경문제와 맞물리면서 ‘미래 식품’이라는 칭송까지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해조류의 신분 격상에 어리둥절한 반응도 나오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식품업계와 새로운 식재료 찾기에 바쁜 셰프들은 해조류의 다양한 활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케일 효과’·효능 인식 확산=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전 세계 해조류 시장이 지난 2018년~2024년까지 8.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조류 시장의 성장은 식물성 기반 식품의 인기에 편승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녹색 슈퍼푸드 열풍을 몰고온 ‘케일 효과(The Kale Effect)’와도 연결된다. 해조류는 칼로리가 낮은 천연 식물성인 동시에 색감도 케일 등과 같은 녹색 슈퍼푸드와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최근 해조류가 음식점 등에서 많이 사용되면서 매년 7% (제임스 그리핀 오브 존슨 앤 웨일즈 대학 자료) 소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에서는 해조류 성분이 약 5% 정도 상품구매를 돕는다는 조사결과(2019)도 나왔다. 해조류가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이 서양에서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해조류의 영양학적 가치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부터 두드러졌다. 최근까지 식품 연구를 통해 보고된 해조류의 영양 효능은 신진대사와 뇌건강을 돕고, 혈당·혈압·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기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시마와 미역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각각 42%, 18% 낮춘다는 국내의 국립암센터 연구도 있다. 장수촌으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의 경우 다시마 소비량이 해조류를 기본적으로 많이 먹는 일본 전국 평균보다 1.5~2배 높다.
요리에 사용하는 해초 오일과 해초 캡슐 제품 (Seaweed & Co.) |
서양에서는 ‘바다의 잡초’에서 ‘바다의 채소(Sea Vegetable)’로 명칭을 바꿔 부르려는 시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꿈틀대는 식품 산업의 분위기도 트렌드에 나타난다. 미국의 식품 유통 체인 ‘홀푸드(Whole Foods)’는 지난해 가장 주목해야 하는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해조류를 지목했다. 특히 홀푸드는 단순한 식재료인 해조류를 넘어 ‘해산물 스낵’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김이나 다시마 등을 활용한 해조류 스낵이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전망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Innova Market Insights)’는 지난 2018년 해조류를 사용한 가공식품의 출시가 21%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미국의 김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에서 오는 2024년에는 220억 달러(한화 약 26조 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맛의 김스낵 |
미국 ‘시위드앤코’(Seaweed & Co.)사의 로즈 매니저는 “해조류는 클린 라벨과 환경보존, 식물성 원료의 혜택을 제공하며, 요오드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어린이들의 스낵·스무디 등의 음료, 스프레드로 사용하기에 훌륭한 재료”라고 설명했다. 해조류 특유의 냄새와 기피되는 맛을 보완하기 위해 무미의 해조류 가루 제품이 나오는가 하면, 매운 맛에 이어 트렌드로 떠오른 우마미(umami, 감칠만) 맛에도 사용되고 있다. 많은 상품개발자들은 우마미 맛을 개발하기 위해 버섯이나 간장, 토마토 페이스트과 함께 해조류 추출성분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유럽이나 북미 셰프들에게는 블루오션인 동시에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해조류로 만든 전채 요리 또는 디저트로도 제공되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브라우니 라자냐로, 호주에서는 맥주로도 활용된다.
▶지구를 위한 ‘미래식품’으로 각광=해조류는 미래 식품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은 스피룰리나(Spirulina)의 경우 사막 같은 곳에서도 바닷물과 태양광만 있으면 배양할 수 있어 대표적인 미래의 대체 식품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주범중 하나로 꼽히는 축산업의 메탄가스 발생을 줄여준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국 부스베이와 버몬트 대학의 해양과학연구소에서는 해조류를 동물 사료에 첨가함으로써 소의 메탄 생산량을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해조류를 ‘인류의 6 가지 20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르몽드는 ‘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전남 완도를 직접 취재한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해조류가 ‘미래식품’으로 언급되자 푸드테크 (Food-Tech)산업에서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실리콘밸리의 투자 귀재들도 해조류 상품의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승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지사 관계자는 “해조류를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낯설음과 육류 중심의 식문화로 인해 그동안은 소비가 적었으나 최근들어 김, 다시마, 부각 등 해조류의 영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며 “현재는 다양한 맛을 가진 김 스낵이나 해조류 샐러드 등 건강에 이로운 해조류 스낵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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