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한국의 김치가 사스(SARS), 조류인플루엔자, 일반 독감 등 모든 종류의 질병에서 치료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일각에서 대체 치료법을 찾고 있다며 김치를 주요 사례로 들었다.
김치를 비롯해 홍삼이나 마늘 등 한국 식품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감염 예방에 도움되는 음식을 찾기 시작한 것이 그 배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17년 전 사스(SARS) 사태부터 나타났다. 전 세계 8000여명이 사스에 감염됐지만, 한국 감염자는 4명에 그쳤고, 이에 중국에서는 “한국인들은 김치를 먹어서 사스에 걸리지 않나 보다”는 말이 나오면서 때아닌 ‘김치 특수’가 일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돌았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식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한국전통김치 수출 행사는 높은 관심을 끌었으며, 행사 전부터 중국, 베트남 및 미국인들로부터 김치 구입 문의가 이어졌다. 행사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는 “조류독감 발생이후 미국인들이 면역력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김치 수요도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홍삼과 마늘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씨엔엔인도네시아(CNN Indonesia) 매체는 오렌지, 브로콜리, 생강, 등푸른생선과 함께 마늘을 '5대 면역력 향상 식품'으로 꼽았고, 이에 한국 마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이미 유명한 한국 홍삼의 경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 한국식품 수입업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최근 한국의 홍삼 제품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면서 판매량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최동은 aT 자카르타 지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식품인 홍삼, 김치, 차 등을 현지 유통매장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2월 셋째 주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인삼류(홍삼 포함)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 167% 증가했다.
한국의 전통 식품들이 이목을 끌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가 한국보건당국의 말을 인용해 덧붙인 말은 “김치를 먹는다고 해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김치나 홍삼을 먹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다만 유산균이나 항산화물질 등이 풍부해 면역력 관리에는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면역력 향상과 연관된 연구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김치 유산균 섭취시 백혈구 수가 회복됐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됐다. 백혈구는 면역 시스템의 핵심 세포다. 국제 학술지인 ‘기능성 식품 저널’에 실린 충북대 이완규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생쥐에게 김치 유산균(와이셀라 시바리아 JW15)을 먹인 결과, 유산균을 먹지 않은 생쥐에 비해 백혈구 수가 더 빨리, 더 많이 회복됐다. 이 교수는 “김치 유산균이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했다. 홍삼의 경우 ‘아시아약학대회’(2016 ACPS)에서 이동권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이 교수팀이 폐렴균에 감염된 실험쥐에게 홍삼농축액를 15일간 투여한 결과, 생리식염수만 먹인 쥐 그룹은 50%만 생존한 반면 홍삼농축액을 먹인 쥐 그룹은 100% 생존했다. 홍삼이 저항력을 북돋워주고 대식세포(면역세포)활동도 촉진해 면역체계를 굳건히 해준다는 분석이다. 이동권 교수는 “세계적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지만, 바이러스 질환은 치료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평상시 근본적인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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