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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도 테이크아웃·온라인 술자리’ 술 문화가 변했다
  • 2020.06.15.
-코로나19 위기 이후 점차 달라지는 전 세계 술 문화
-미국에선 집에서 마시는 ‘RTD 칵테일’ 수요 폭증
-‘술 기피 문화’가 확산된 일본, 논알코올 음료와 온라인 술자리 확산
-국내에선 젊은층 중심으로 온라인 구매 가능한 전통주 인기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술도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주류를 매장에서 가져오거나 캔에 담긴 ‘RTD(Ready To Drink) 칵테일’을 구입한다. 장소는 집이지만 온라인상에서 모인 술 친구도 있다. 술은 도수가 낮고 내가 원하는 맛으로 즐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술 문화이다.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취하는 맛으로 들이켰던 술자리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대신 원하는 맛과 섭취량, 알코올 도수, 시간과 장소 등을 제한받지 않는, 그야말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술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로 주류 구매· ‘RTD 칵테일’의 치솟는 인기

코로나 19 이후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는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고 있으나 주류 업체는 새로운 방향에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포장된 주류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를 계기로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 등이 술 포장 판매와 배달을 허용한 것도 영향이 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3월 셋째 주 미국의 온라인 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으며, 4월 말에는 무려 477% 상승했다. 일찌감치 주류 가정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온 주류 플랫폼 드리즐리(Drizly)는 지난 5월 둘째 주 판매율이 지난 4월 첫 째주에 비해 350% 늘었다. 이외에도 ‘미니바’(Minibar)등 고객이 근처 소매점에 주문한 주류를 집앞까지 배달해주는 배달앱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다국적 조사전문 기업 칸타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술을 구매한 고객의 30 %가 장기 사용자로 남을 것이며, 이러한 소비 행태는 단기적 변화가 아닌 장기적 추세”라고 분석했다.

미리 혼합돼 바로 마실 수 있는 ‘RTD 칵테일’ 또한 코로나19 수혜품목 중 하나이다. 주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마시던 칵테일을 이젠 캔으로 포장된 제품으로 즐긴다. 냉장고에서 언제든지 꺼내 마실 수 있으며, 더 저렴한 가격과 쉬워진 구매, 낮은 알코올 도수가 인기 요인이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RTD 칵테일이 불과 몇 년 만에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품목으로 자리잡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RTD 칵테일의 인기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RTD 와인칵테일 브랜드 ‘라모나’(Ramona)의 경우 지난 3월 한 달간 매출은 전 년 대비 232% 폭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미국 RTD 알코올 음료 시장이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17.1%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RTD 와인칵테일 브랜드 ‘라모나’(Ramona) 제품
‘팁 탑 프로퍼 칵테일’(Tip Top Proper Cocktails)의 RTD 와인칵테일 제품들

▶‘게코’ 부상한 일본, 논알코올 음료·온라인 술자리가 트렌드

일본에서는 이미 몇년 전부터 새로운 술문화가 꿈틀거렸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뜻하는 ‘게코’가 새로운 문화·경제권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논알코올 음료(무알코올 맥주나 저알코올 음료 포함)를 즐기는 ‘게코’ 문화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가열되고 있다. 안성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쿄지사 담당자는 “젊은세대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술을 기피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논알코올 맥주나 츄하이(저알코올 음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고급 논알코올 제품들도 기호식품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일본의 주류업체인 산토리홀딩스(HD) 조사결과, 지난해 논알코올 음료의 시장 규모는 10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저알코올 음료인 ‘레몬사와’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도수가 낮으면서도 상큼한 맛의 레몬사와는 RTD 주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츄하이 제품들
다양한 개성의 '레몬사와'

‘온라인 술자리’ 문화도 흥미롭다. 이는 그룹 영상통화기능을 활용해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원하는 시간대에 부담없는 술자리를 즐길 수있으며, 술에 취해도 귀가 걱정은 필요없다. 술이 빠지지 않는 회사 내 회식자리도 ‘온라인 회식’이 가능하다. 일본 뮤런(Meuron)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술자리에 참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7%에 달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아사히맥주는 지난 4월 연예인과 함께하는 온라인 술자리 이벤트를 벌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에선 전통주 온라인 구매 확대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의 온라인 구매가 눈에 띈다. 다른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으며, 복고 열풍과 맞물리는 주류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처럼 저알코올을 찾는 젊은층이 증가하면서 전통주에 사이다나 과일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조합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전통주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으며, 특히 막걸리 판매는 324% 증가했다.

다양한 전통주 제품들 [사진=픽사베이]

와인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온라인 주문후 매장 방문을 통해 수령이 가능해지면서 백화점 와인 매출도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류 스마트오더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백화점 와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9% 늘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와인 역시 온라인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뉴노멀’(Corona NewNormal)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술문화가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며 “온라인 주문·간편 포장·취향 존중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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