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열도를 휩쓸면서 일본의 ‘집밥’ 열풍이 심상치 않다. 특히 갓 구운 고급 식빵의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밥 베이킹이 유행을 끌면서 버터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일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이후 일본 열도에는 ‘내식(외식의 반대말로 집에서 먹는 밥을 의미)’ 열풍이 불고 있다. 라이프스케이프마케팅사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5월 7~13일 기준으로 일본 소비자가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비중은 65.9%(전년 동기 대비 39.5% 상승), 저녁의경우는 88.4%(전년 동기 대비 14.6% 상승)로 나타났다. 저녁 식사의 내식 비중이 80%를 초과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집밥 횟수가 늘면서 눈에 띄게 판매가 많아진 식재료는 가정용 버터이다. 닛케이POS정보에 의하면, 지난 4월과 5월의 일본 내 가정용 버터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배, 1.5배 증가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을 맞이해 많은 사람이 초콜릿, 케이크 등을 굽는 시기인 12월이나 2월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이에 유제품 제조사들은 서둘러 4~6월에 버터의 생산량을 전년동기대비 28.8% 확대했다. 그러나 생산 설비의 대부분이 업소용 대용량 제품(450g) 중심이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 소용량 제품(200~250g)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도쿄에 위치한 한 슈퍼마켓의 관계자는 코트라를 통해 “여전히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1명 당 버터 1개로 제한하여 팔고 있다”고 했다.
밀가루의 경우도 비슷하다. ‘닛신제분’ 그룹의 모리 아키라 재무본부장은 ‘업소용 제품의 수주는 대폭 줄어든 반면 가정용 제품은 5배 정도 늘어났기 때문에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빵 열풍은 비단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외출 금지령(stay-home order)’ 시기에 슈퍼마켓에서 밀가루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SNS에 ‘스트레스 베이킹’, ‘코로나19 베이킹’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관련 사진을 공유했으며, 유명 베이커리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라이브 기능을 이용하여 ‘온라인 베이킹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베이킹이 소일거리를 주는 동시에 손을 직접 움직이면서 불안함을 치유해 주기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족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몇 년 동안 일본에서 계속되어 온 ‘고급 식빵’ 붐도 베이킹의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가진 일본 내 고급 식빵은 지난 2013년 세븐일레븐에서 처음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 프랜차이즈가 다수 생겨났다. 지난 2018년 도쿄에 1호점을 오픈한 고급 식빵 전문점 ‘긴자니시카와’는 1년도 안되어 전국에 17개의 점포를 내는 등 빠르게 사업을 확장중이다. 또한 오사카에 본점을 둔 고급 식빵 전문점 ‘노가미’는 2017년과 2018년에 연속으로 ‘Yahoo! 검색’에서 식품 부문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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