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과메기는 추위에 떨어야 제 맛을 내는 식품이다. 첫 눈이 내리고 구정 전까지 먹어야 가장 맛있다. 바싹 말린 오징어와 달리 훨씬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을 가졌으며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하지만 과메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부분도 있다. 꽁치나 청어중 과메기의 원조가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과메기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과메기의 원조는 꽁치가 아닌 청어
과메기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 겨울 과메기의 출하 시기는 평년보다 한 달 이상 늦어졌다. 북태평양 수온이 올라가면서 수입산 꽁치의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어들어 어획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청어 역시 어획량이 떨어졌다.
과메기의 원조에 대한 질문도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 과메기는 이름에서부터 원조가 청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메기는 꼬챙이로 청어 눈을 꿰어 말린다는 뜻의 ‘관목 청어’에서 나온 말이다. 이 '관목'이 포항 방언의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늘날의 '과메기'로 바뀐 것이다. 어원과 달리 현재 과메기가 꽁치에서 더 많이 나오는 것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청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가성비’가 좋은 흔한 생선이었다. 가격도 싸고 잘 잡혔다. 하지만 수온 변화 등으로 인해 이후 청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청어 대신 꽁치가 과메기의 대표 원료로 자리잡았다.
꽁치의 경우 3일 정도면 기름이 적당히 빠진 반건조 상태가 되지만 몸집이 좀더 큰 청어는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 어민들이 꽁치 과메기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맛도 차이가 난다. 청어 과메기가 생선의 감칠맛이 더 강하며, 꽁치 과메기는 좀 더 부드럽다.
▶왜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유명할까
과메기하면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떠올려진다. 우리나라 과메기의 90%가 생산되는 포항 구룡포는 과메기가 맛있어지는 최적의 날씨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과메기가 쫀득하게 맛있어지는 조건은 최저 영하 10도에서 최고 영상 10도 사이로, 일교차가 나고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해야 수분함량이 35~40%가량 되면서 촉촉하게 마를 수 있다. 과거 왜적의 침입이 잦았던 어촌에서 청어를 지붕 위에 던져 올려놓아 자연스럽게 얼고 녹기가 반복됐다는 얘기도 있다.
▶과메기의 오메가 3, 자연 상태의 꽁치보다 많다
과메기는 수분이 날아가면서 영양성분이 농축된다. 과메기 100g에 들어있는 DHA와 EPA, 오메가-3는 약 7.9g으로, 이는 자연상태의 꽁치(5.8g)보다 약 36% 많다. 이러한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이나 심장질환 예방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도 많으며,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비타민E도 풍부해 피부관리에도 좋다.
▶최고 궁합은 마늘과 해조류
맛있게 마른 과메기는 살짝 노릇한 색을 띠며 살일 통통하고 단단하다. 과메기를 더욱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궁합이 좋은 마늘과 김을 곁들여 먹는 것이다. 과메기에는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물질이 들어 있어 마늘을 먹으면 이를 보충해 줄 수 있다. 김이나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 또한 비타민을 채워주며, 과메기의 비릿한 맛도 줄여준다. 특히 김의 향은 과메기와 잘 어울린다. 과메기를 물미역과 함께 초장에 찍어먹거나 마늘을 올려 김이나 쌈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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