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ㆍ술 구매 늘어난 반면 숙면 돕는 식품도 매출 상승
-긴장완화나 숙면에 좋은 영양소 첨가가 트렌드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웰빙을 넘어 ‘멘탈 웰니스 경제’(mental wellness economy)시대이다.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주요 키워드에도 면역력과 함께 정신건강이 떠올랐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 Monitor)는 최근 보고서에서 “모든 기업이 면역력과 정서적 웰빙에 중점을 둔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정서적 웰빙 분야를 강조했다. 이미 식품 기업들은 긴장 완화나 수면개선기능의 식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 스트레스를 위로해줄 초콜릿이나 홈술, 커피 등의 소비도 늘렸지만 정서안정과 숙면을 위한 기능성 식품들도 집어들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해소의 이중성: 커피·술 vs 숙면 돕는 식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후 상승세를 보이는 식품 목록을 살펴보면 잠을 깨우면서도 숙면을 취하려는 소비 이중성을 발견할 수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역대 최대치(약 8100억 원)를 기록했다. 숙면을 방해하는 알코올 역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의 계층이나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와인의 경우 지난해 수입액(약 2624억 원)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우울함의 ‘초코 처방’인 초콜릿도 소비가 늘어났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초콜릿 매출이 떨어지는 여름에도 지난해 6~8월 판매액은 전년 대비 25.3% 증가했다. 특히 카페인이 더 많은 다크초콜릿은 프리미엄급으로 음료나 간식류에 활용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반대로 ‘잠을 잘 재우는’ 식품 또한 코로나 특수를 기대하는 분야로 자리잡았다. 숙면이 면역력에 도움을 준다는 각종 매체의 보고도 영향을 미쳤다. 식품 업계는 불안과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음료기업인 펩시의 경우 지난해 말 ‘드리프트웰(Driftwell)을 선보이면서 수면 전에 섭취하면 긴장을 완화해준다고 홍보중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 경제) 트렌드로 ‘꿀잠 음료’가 인기이다. 중국 왕왕그룹은 수면개선음료인 ‘몽몽수’ 를 출시했으며, 유제품에서도 쥔러바오의 ‘잠자기 1시간 전 우유’ 처럼 수면개선 기능을 갖춘 우유나 요거트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졸리요요의 ‘심야식당’ 등 수면개선 캔디 또한 젊은층의 호응을 받는 제품이다.
수면개선 음료들. 펩시 ‘드리프트웰’(좌)와 중국 왕왕그룹의 ‘몽몽수’(우) |
▶‘테아닌·가바(GABA)’ 트렌드 된 힐링 성분들=이러한 ‘정서적 웰빙’ 식품에도 핫한 성분이 있다. 식품업체들이 홍보 전반에 내세우는 성분으로는 가바(GABA)와 테아닌이 대표적이다. 의학 전문가에 따르면 가바는 스트레스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주며, 뇌가 충분한 가바 성분을 얻지 못할 경우 불안과 불면증이 증가할 수 있다. 가바는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능성 첨가 스낵이 다양한 일본에서는 최근 가바 마케팅 전략이 활발하다.
신경계를 안정시킨다는 테아닌도 주목받는 트렌드이다. 펩시의 ‘드리프트웰’도 테아닌이 첨가됐으며,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풀무원로하스가 내놓은 ‘스펙업’에도 함유돼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녹차에서 발견되는 테아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제품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이외에 ‘기타 영양소’ 자리에만 머물렀던 마그네슘도 포장지에서 제법 굵은 표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주며 수면 보조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 성분이지만 환각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칸나비디올(CBD)이 불안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지면서 초콜릿이나 젤리, 맥주 등에 활용한 제품이 많아졌다.
가바(GABA)가 첨가된 일본 졸리요요의 ‘심야식당’(좌), 테아닌 함유의 풀무원로하스 ‘스펙업’ (우) |
▶음식으로 스트레스 풀려면…=지난해 유로모니터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스트레스로 나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말했으며, 71%는 “수면의 질이 나빠 일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불안감 해소가 중요한 시대에서는 초콜릿이나 커피, 술 또는 기능성 식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신선한 식품의 섭취에 있다.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과 원장은 “음주는 당장의 기분을 고양시킬수 있으나 과도할 경우 수면을 분절시켜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문제 회피의 심리가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자체를 직면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식품 역시 보조 역할로 이용하고 천연 영양소를 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신재현 원장은 “바나나나 달걀 등은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는 트립토판이 들어있어 우울이나 불안 등에 도움이 된다”며 “특정 음식보다 골고루 균형잡힌 음식을 먹되,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