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일상화로 복합 조미료 인기
-동네에서 식료품 구입하고 마트 방문시간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
[리얼푸드=육성연 기자]그야말로 거침없이 진행되는 ‘집콕 피보팅’(pivoting)이다. ‘축을 옮긴다’라는 경제용어 ‘피보팅’은 트렌드 분석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올해의 키워드로 꼽은 단어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식품업계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옮겨진 축의 방향은 바로 ‘집콕’(집에서 머무르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집에서 식료품을 주문하고, 집에서 만들며, 요리가 쉽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구매한다. 모든 것이 가정으로 들어온 ‘집콕으로의 피보팅’은 올해 어떠한 트렌드를 만들어낼까. 리얼푸드가 각종 시장조사기관의 자료 및 트렌드 분석가의 전망을 토대로 2021 식료품 쇼핑 트렌드를 짚어봤다.
▶“가정 내 요리는 계속 이뤄질 것”=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던 생활이 바뀌어질까. 미국 식품컨설팅업체 헌터(HUNTER)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1%는 “전염병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집에서 요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충분했다. 응답자들은 가정에서 요리를 하면 “돈이 절약되고”(67 %),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으며”(56 %), “기분이 좋아진다”(56 %)고 답했다. 계란후라이 밖에 못했던 요리초보일지라도 이제는 어느정도 실력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른 자신감과 즐거움도 맛봤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코리아 측은 2021년 국내 트렌드로 ‘집콕 챌린지’를 꼽으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요리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는 손쉬우면서도 즐거운 ‘집콕 챌린지’ 분위기가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바구니엔 장기보관 식품·복합 조미료=요리 횟수가 많아질수록 서툰 요리 솜씨와 복잡하고 긴 요리시간을 책임져줄 해결사는 절실해진다. 이에 따라 외식때 먹던 메뉴나 요리를 간편하게 도와줄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주방에서 요리를 해보고 싶은 젊은층의 동경을 툭하고 건드리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을 제안한다. 홈베이킹을 쉽게 도와주는 냉동 생지나 복합 조미료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냉동 생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3억 원(유로모니터코리아)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63% 성장하는 인기를 누렸다. 복합 조미료나 소스 역시 각국의 젊은층 부엌에 차곡차곡 진열되는 중이다. 이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음식들이 복합조미료 하나로 요리 양념이 끝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누카즈케(쌀겨 절임)를 집에서도 만들수 있는 튜브형조미료가 호평을 받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훠궈 소스나 지역 특식 소스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소스류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코리아 바비큐 소스나 불고기 소스, 비빔밥 양념등 한국 소스류 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파스타 면처럼 장기보관이 가능한 식품도 여전히 온라인 장바구니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슬리퍼 신고 산다, ‘슬세권’ 식문화=‘집콕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외출거리도 짧아진다. 슬리퍼를 신고 다닐 정도의 거리가 주무대가 되는 셈이다. 이른바 ‘슬세권’ 식문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2021년 외식산업 전망’ 5개 핵심어중에는 ‘동네 상권의 재발견’이 포함돼있다. 이는 거주지 인근의 배달 음식점이나 마트, 편의점등을 이용하면서 동네 상권의 소비가 늘어난 현상을 말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역시 올해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서 더 자주 쇼핑을 하면서 보다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오래·다른 시간대 이용…‘미션 클리어’ 쇼핑=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마트의 사용 방식도 바꿔놓았다.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는 ‘미션 중심의 쇼핑’ 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트 방문 횟수가 줄어들는 대신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진 것을 의미한다. 사야할 식품 목록을 한 꺼번에 구입하는 미션 중심이다. 또한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서 주말 대신 주중 쇼핑, 아침 이른 시간대로 방문 시간이 바뀌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난해 ‘집콕 식문화’가 시작됐다면 올해는 이를 간편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바꿔줄 소비 형태가 트렌드로 정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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