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지난 2월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 조치로 인해 당분간 학교 급식에서 고기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급식을 배분하고 먹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 방역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였으나 이를 두고 사회 각층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해당 정책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환경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녹색당 소속인 그레고리 두세(Gregory Doucet) 리옹 시장이 이데올로기적인 결정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관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무부 장관 제랄드 다르마낭(Gerald Darmanin)은 이러한 결정이 “축산업과 정육업에 대한 모욕”이고 “녹색당의 도덕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줄리앙 드노르망디(Julien Denormandie) 농식품부 장관도 “그들(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걸 줍시다, 고기도 그 일부”라고 말했다.
리옹시의 고기 없는 급식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농민연합, 시의원들은 행정 재판소에 해당 정책을 철회시켜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2일 리옹 행정 재판소는 한시적인 식단 변경은 아이들의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며, 이 진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추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식단 유지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일단은 리옹시가 고기 없는 급식을 의무화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반면 바바라 퐁피리(Barbara Pompili) 생태전환부 장관은 생선, 달걀 및 콩류의 음식으로 고기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음에도 채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시대에 뒤떨어진” 논쟁이 발생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랑스 학교 급식에서 육류를 줄이려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에 제정된 법안 EGalim(에걀림, 농업 및 식품 산업 균형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9년 11월부터 최소 일주일에 1회 이상 학교 급식에서 채식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이 시작되므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 급식까지 이 법안의 적용을 받는다.
주 1회 채식 메뉴 의무 제공 법안은 국가영양계획(PNA3)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계획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단체 급식을 통한 식물 단백질 섭취를 장려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 200인 이상 단체 급식을 시행하는 모든 시설(학교, 양로원, 병원 등)이 의무적으로 ‘식물성 단백질 사용 메뉴 다양화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법안도 신설했다. 프랑스 농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집단 급식은 연간 35억 회 이상의 식사를 제공하므로, 국민 식습관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프랑스 고등보건국이 발표한 권고 사항에 따르면, 만 3~17세 아동과 청소년들이 육류나 생선 또는 달걀을 매끼 섭취할 필요는 없다. 때에 따라 콩류, 견과류, 정제하지 않은 곡물 등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고, 가금육류 이외의 육류는 주당 500g 미만만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경향은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월 말 발표된 통계 전문 기업 해리스인터렉티브(Harris interactive)의 자료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프랑스인 중 48%가 최근 3년 동안 육류 섭취량을 줄였다고 답했고, 30%는 향후 3년간 육류 섭취량을 더 줄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육류 섭취를 줄인 주요 이유는 건강(43%), 동물복지(36%), 비싼 가격(33%), 환경문제(3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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