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비만과 각종 성인병 심지어 암 유발까지 설탕과의 연관성이 지목되는 상황에서도 섭취량 조절이 어려운 이유에는 설탕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아무리 설탕이 달콤한 유혹을 해도 설탕을 직접 퍼먹는 이는 거의 없다. 어떤 음식에 얼만큼 설탕이 들어있는지를 잘 모르고 먹는다는 얘기다. 믹스커피 속 설탕이나 음식 조리시 넣는 소량의 설탕만이 눈으로 겨우 확인되는 정도다.
그렇다면 그 많은 설탕은 다 어디에 숨어있을까. 문제가 되는 설탕의 ‘당류’ 함량은 단순히 정제 설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로 가공된 ‘당류’ 성분의 문제이다. 설탕과는 이름이 다르지만 설탕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과일 등 천연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당’과 달리 설탕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첨가당’(added sugars)에 해당된다. 전 세계가 ‘노 슈가(NO SUGAR)’를 외치며 설탕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것은 가공식품의 ‘첨가당’이다. 첨가당은 다양한 이름과 형태를 가지고 제품속에 숨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단 음료에 들어간 ‘액상과당’이다. 정제 탄수화물을 피하는 다이어트가 유행을 끌고 있지만 단 음료는 여기에서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흰 쌀밥과 밀가루는 먹지 않으면서 단 음료를 마시는 부적절한 상황이다. 단 음료 역시 ‘탄수화물’이다. 그것도 건강하지 않은 ‘정제 탄수화물’인 설탕 혹은 액상과당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이다. 특히 물에 잘 녹는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액상과당은 옥수수 전분의 포도당을 과당 비율이 높아지도록 변환시킨 인공감미료이다. 즉 가공과정을 통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리된 상태이므로 체내 흡수가 설탕보다 빨라 혈당을 급하게 올리면서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 몸에서는 인슐린을 더욱 급하고 민첩하게 분비해야 하므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미국 유타대학 연구진의 쥐 실험에 따르면 전체 열량의 25%를 액상과당 당류로 섭취한 암컷 쥐는 설탕을 섭취한 경우보다 사망률이 1.87배 높았다.
액상과당은 단 음료 외에도 다양한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특히 자극적 맛을 가진 가공식품들은 당류 함유량이 실제보다 적게 느껴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단 맛이 잘 나지 않더라도 당류 함유량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맛이 나는 요거트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당류가 들어있으며, 플레인요거트보다 과일 첨가 요거트의 당류 함유량이 더 높다. 새콤한 맛의 샐러드 드레싱, 매운 맛이 나는 바비큐소스나 양념류도 함량 확인이 필요하다. 이 외에 수프나 에너지바, 시리얼, 건과일 등에도 당류가 많을 수 있다. 가공식품은 구입시 영양성분표에서 ‘액상과당’이나 ‘고과당콘시럽’, 또는 ‘옥수수시럽’의 표기를 찾거나 당류 함유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설탕·슈가프리’ 제품 또한 당류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영양성분표를 들여다보면 과당이 첨가된 경우가 있다. 설탕을 넣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당류가 없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뒷면 영양성분표에 적힌 당류 함유량의 확인이다. 가공식품은 제품의 앞 문구가 아닌, 제품의 ‘뒷면’이 핵심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당분 섭취량이 섭취 열량의 10%(50g)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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