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와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음료)’, ‘부먹(소스에 부어먹기)’ 또는 ‘찍먹(소스에 찍어먹기)’에 이어 ‘민초단(민트초코맛을 좋아하는 사람)’과 ‘반(反)민초단’까지 등장했다. 모두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이슈이다. 최근에는 제철인 고구마에서도 논쟁이 시작됐다. 바로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를 두고 벌어지는 ‘밤파’ 대 ‘호박파’의 신경전이다.
두 고구마를 구분짓는 기준은 전분 함유량이다. 고구마는 통상 전분 함유량이 20%가 넘어가면 밤고구마, 그 이하면 물고구마(호박고구마)로 본다. 시장에 나온 시기는 밤고구마가 먼저다. 밤고구마는 지난 2005년 이전부터, 호박고구마는 그 이후부터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했다.
영양소에도 차이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자료에 따르면 호박고구마는 비타민C, 칼슘,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밤고구마보다 다소 높다. 호박고구마 ‘찐 것(이하 기준 동일)’ 100g에는 탄수화물 37.91g, 단백질 1.1g, 비타민 C 30.62 ㎎, 칼슘 23㎎, 칼륨 394㎎ 이 들어있다. 고구마의 대표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의 경우 노란빛이 진한 호박고구마가 553㎍(익힌 것 기준)으로 밤 고구마(37㎍)보다 훨씬 많다. 반면 밤고구마는 칼륨과 탄수화물 함량이 다소 많다. 밤고구마 100g에는 탄수화물 40.92g, 단백질 1.07 g, 칼슘 17.㎎, 칼륨 461㎎, 비타민 C 15.36㎎가 들어있다.
열량의 경우 호박고구마 141 ㎉, 밤고구마는 이보다 높은 169㎉ 이다. 체중감량의 목적으로 식단에 고구마를 추가할 경우에는 수분은 많고 열량이 낮은 호박고구마가 ‘살짝’ 유리한 셈이다. 반면 포만감을 높이고 장 운동을 촉진하는 식이섬유의 경우 밤고구마가 100g당 4.2g으로 호박고구마(3.4g)보다 많이 들어있다.
하이라이트인 ‘맛 대결’에서는 조리법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분 함유량에 따라 최적의 조리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밤고구마는 삶았을 때 퍽퍽한 맛이 나고, 호박고구마는 물컹한 맛이 난다. 즉 전분 함유량이 낮은 호박고구마는 구워야 가장 맛있고, 전분이 많은 밤고구마는 쪄야 그 맛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품종별로 맛 차이가 있지만 조리법에 따라서도 가장 뛰어난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다만 생고구마의 혈당지수는(GI, 55)로 보통이지만, 고구마를 구웠을 때 혈당지수(90)는 이보다 높아지므로 섭취량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고구마의 단 맛 또한 조리법에 영향을 받는다. 단 시간에 고온에서 익히면 고구마의 당분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 저온에서 오래 가열을 하면 고구마의 당도가 높아져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보관법도 맛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추위에 약한 구황작물인 고구마는 냉장보관 보다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싼 후, 베란다나 어둡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국산 품종에서도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가 있다. 기존에는 일본 품종의 비율이 높았으나 국내 연구진이 10년간의 노력끝에 국산 품종을 개발하면서 지난 2015년 이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그 중 ‘호감미’는 단 맛이 강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호박고구마’이다. ‘진율미’는 지난 2016년부터 국내에서 육종된 ‘밤고구마’ 품종이다.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를 비롯해 자색고구마 꿀고구마 등 각자의 입맛에 따라 선호하는 종류가 다르지만 모든 제철 고구마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먹기 좋은 슈퍼푸드이다. 항산화물질과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면역력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와 미국 매체 타임·허핑턴포스트 등 각종 기관과 매체에서 슈퍼푸드로 선정한 영양 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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