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육성연 기자]한국인의 콜레스테롤 문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상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남녀 각각 21.0%, 23.1%로 10년 전에 비해 약 2배 증가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나쁜’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식탁에서 계란이나 새우, 오징어 음식부터 줄이는 경우가 흔하다. 일명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음식’으로 낙인 찍힌 식품들이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먹는 계란은 저격 대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식품’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중’ 콜레스테롤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콜레스테롤이 들어있는 식품을 먹어도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바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계란의 경우 하루 한 개를 매일 섭취해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영국과 중국 공동 연구팀이 성인 46만 명을 대상으로 약 9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그리고 국내 경일대 식품산업융합학과 김미현 교수가 성인 여성 123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계란 노른자 대신 따가운 지목을 받고 있는 것은 ‘포화지방’이다. 포화지방은 LDL 콜레스테롤의 분해를 방해해 결국 혈액속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박유경 경희대학교 의학영양학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간담회에서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환자는 기존처럼 콜레스테롤을 줄여야 하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콜레스테롤 섭취보다 포화지방산 과다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이나 새우 등은 콜레스테롤이 들어있지만 포화지방 함유량이 낮기 때문에 이러한 식품 섭취는 허용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정부의 식사지침제정위원회는 지난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 계란 등 콜레스테롤 함유 식품의 과잉 섭취에 대한 경고 문구를 지우는 대신 “총 열량 중 포화지방섭취를 10% 미만”으로 제한했다. 영국 공공보건서비스(NHS) 역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달걀 섭취량보다는 포화지방 섭취량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또한 포화 지방이 많은 식품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는 데 더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지목한 대상은 아이스크림·붉은색 고기·버터가 많이 든 페이스트리 등이다.
삼겹살과 달리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나 페이스트리 등의 음식들은 포화지방과의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쉽다. 맛 역시 기름진 맛 대신 달콤하거나 고소한 맛을 지녀 자주 먹게 되는 음식들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통 중인 아이스크림·빙과 936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2019) 아이스크림 752개 중 포화지방 기준(4g)을 초과한 제품은 84개 였으며, 수입 아이스크림의 포화지방 함량은 국내 제품보다 평균 0.9g 높았다.
포화지방과 함께 몸에 좋지 않은 지방으로 손꼽히는 트랜스지방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지방은 마가린·감자튀김·냉동피자·전자렌지 조리용 팝콘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이나 페이스트리와 같은 가공식품들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함량이 모두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섭취량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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