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후 밀키트 급성장ㆍK-푸드 열풍으로 ‘한식 밀키트’ 주목
한국산 식재료에 간편한 조리로 한식 체험 가능
‘한국 전통 지역의 맛’ 구현한 ‘백년가게’와도 협업
홍콩, 미국 등 지속적인 수출 증가
현지 생산ㆍ할랄푸드 등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계획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신림동에서나 맛보던 ‘백순대 볶음’이 홍콩 마트에 진열돼 있다. 심지어 옆에는 낙지곱창전골이나 우삼겹 순두부찌개까지 보인다. 모두 조리 음식이 아닌, 집에서 해먹는 ‘프레시지’ 밀키트(식재료와 양념 등이 손질돼있는 간편식 종류) 제품들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후 전 세계적으로 간편식 수요 증가에 에스닉푸드(이국 음식)트렌드가 일고 있다. 간편식 중 밀키트의 성장세는 우세하며, 에스닉푸드에서는 케이푸드(K-푸드)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이 두 가지 흐름을 조합하면 ‘한식 밀키트’라는 단어가 나온다. ‘프레시지’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한식 밀키트의 수출에 뛰어든 업체이다. 정수호 프레시지 제조수출팀장은 “현시대의 유행과 트렌드가 반영된 ‘바로 오늘의 한국 맛’을 해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정수호 팀장은 14년 차 경력을 가진 식품 수출 전문가로, 현재 프레시지에서 수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정수호 프레시지 제조수출팀장. |
업계가 추산하는 지난해 밀키트 시장은 약 2000억 원이며, 프레시지는 1271억 원 매출로 시장점유율 1위(60%)를 차지한다. 지난 2016년 론칭한 이후 올해 2월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한식 메뉴의 전망이 밝았기 때문이었다.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해외 한인마트에는 현지인 비중이 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밀키트는 가장 한국적인 맛의 구현에 최적화돼있죠. 다른 수출품의 경우 현지 식재료를 첨가하면서 맛이 변형될 수 있지만 밀키트는 국산 식재료와 소스를 온전히 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며, 현지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매력적으로 여깁니다.”
정 팀장은 “‘한식 밀키트’는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 식재료로 간편하게 한식을 만들 수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
‘한식 밀키트’는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 식재료를 통해 어려운 한식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정 팀장은 특히 해외 방문이 어려운 시기에 이러한 요소는 더욱 이점으로 작용된다고 했다. 국내 밀키트만의 첨단화된 제품 특징도 한몫한다.
“우리나라 밀키트는 소비자 편의성이 극대화돼있어요. 이커머스, 새벽 배송의 성장 등으로 가정간편식의 생산·유통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해외보다 다양하고 세련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죠. 예를 들어 해외 밀키트의 경우 장보기 대체 수단으로 손질되지 않은 원재료를 그대로 배송하는데 반해 국내 제품은 이미 손질된 상태로, 가열만 하면 되는 제품을 출시하는 편입니다.”
프레시지가 현재 5개국(미국, 호주,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총 30여 종의 밀키트 중 한식 메뉴는 25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 찌개, 반찬 등 전통 한식을 비롯해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분식류까지 메뉴 구성은 다양하다. 인기 메뉴를 물어보자 그는 ‘백년가게’의 ‘낙지볶음·낙지전골’ 등을 언급했다.
“대표 수출 제품인 ‘백년가게 밀키트’는 한국적인 맛을 구현하여 수출에 성공한 사례로, 한국 지역 맛집의 메뉴를 그대로 즐길 수 있어 교포를 비롯해 현지인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30년 이상 업력 보유의 지역 맛집’ 백년가게 밀키트, 낙지볶음과 낙지전골[프레시지 제공] |
‘백년가게’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3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지역 맛집’을 말한다. 프레시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백년가게의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들어 판매중이다. 정 팀장은 “화정떡갈비, 들깨 순두부찌개, 대구식 육계장 등 총 12종이 있지만 낙지볶음이나 낙지곱창전골과 같은 해산물 제품이 수출시 통관이 쉽고, 낙지처럼 해외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들어있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현지 반응도 좋다. 정 팀장은 특히 홍콩의 경우 1인 가구가 많고 간편식 선호도가 높아 한국 밀키트 기업이 주목하는 지역이라고 했다.
“홍콩은 ‘더이지(the EASY)밀키트’ 의 재 발주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요.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조리 시간을 반 이상 줄인 ‘1인가구 특화 제품’이죠. 싱가포르는 온라인 한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은 가장 큰 한인마트인 H마트에서 ‘백년가게’ 테스트 상품들이 한 달도 안되어 품절됐습니다. 현재는 초기 수출량의 6배가 넘는 물량을 미국에 보내고 있어요.”
홍콩 마트에 진열된 프레시지 한식 밀키트[프레시지 제공] |
정 팀장은 밀키트가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한국 고유의 맛을 전하는 효과적인 전파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인이 원하는 특색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프레시지는 현지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할 계획도 있으며, 할랄 인증 등의 절차가 필요한 지역을 위해 맞춤형 상품도 개발중이다.
정 팀장과의 대화는 한식 밀키트에 대한 시각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한식의 가장 큰 단점은 한국 식재료의 구입과 복잡한 조리이다. 한식이 주목받는 시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라는 수단이 생겼다면 지금은 판매 증가 뿐 아니라 지역상황에 맞는 제품 개발에도 힘써야 할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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