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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해진 국내 대체육 시장, 한국인 특성 겨냥한 전쟁 시작
  • 2022.02.16.
늦게 출발한 국내 대체육 시장, 한국인 특성에 맞춘 트렌드 형성
한국, 돼지고기 소비 높고 대체 가공육 관심 증가
돼지고기 가공육으로 익숙하게
제육볶음ㆍ불고기 등 한식 고기 양념으로 거부감 줄여
주 소비층인 MZ세대 겨냥, 샐러드전문점 등 트렌디 공간 활용

[리얼푸드=육성연 기자]“2040년, 전 세계 육류 소비의 60%는 대체육이 차지할 것” (AT Kearney 보고서)

10년 전만 해도 최신 트렌드로만 여겼던 대체육이 향후 육류 시장을 이끈다는 것은 ‘설마’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만한’ 전망이 됐다. 국내 시장의 성장세를 봐도 그렇다. ‘속도’ 만큼은 자신있는 한국인 답게 국내 대체육 시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 특성에 맞춘 트렌드도 두드러지고 있다.

  

MZ세대 10명 중 4명 “대체육 경험”·재구매 망설이는 요인은 ‘맛‘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5% 성장(155억 원)했다. 아직 작은 규모이지만 소비자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한 식품 선택을 넘어, 건강과 동물복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치 소비’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최근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보고서(2021)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언급된 12만 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에는 농산물 관련 ‘개인 가치’ 키워드에서 ‘가격’, ‘브랜드’ 등 비용 측면의 언급량이 많았으나, 2021년에는 ‘채식’, ‘동물 복지’ 등이 더 주목을 받았다. 특히 소고기 돼지고기 등 대체육 중심의 언급이 주를 이뤘던 2019년과 달리, 2020년에는 치즈나 우유 등 대체 유제품, 그리고 2021년에는 소시지나 햄 등의 대체 가공식품 언급량이 크게 늘어났다. 2년 동안 빠르게 변화된 모습이다.

젊은 층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예상보다 꽤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MZ세대(1980~2000년대생) 10명 중 7명이 “환경을 생각해 대체육으로 식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MZ세대 10명 중 4명은 “대체육을 먹어봤다”고 답했다. 채식 식당을 찾아야 했던 소비 공간도 달라졌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대형마트(37.6%)나 일반 식당(33.6%)에서 대체육을 소비했다고 답했다. 대체육의 장애물은 여전히 ‘맛’이었다. 구입해봤지만 ‘앞으로 대체육을 찾을 의향이 없다’고 말한 응답자 중 72.3%는 “맛과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에 맞춘 트렌드…돼지고기 가공육부터·트렌디한 공간·한식 활용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콜드컷(대체육 햄)[신세계푸드 제공]

업체들은 이러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와 고기 사용에 대한 한국인 특성을 겨냥해 새로운 대체육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체육하면 햄버거 패티나 스테이크가 떠올려질 만큼 소고기 대체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세계푸드는 ‘돼지고기’와 ‘가공육’을 선택했다. 베러미트 브랜드를 통해 독자기술 개발로 첫 선을 보인 것은 돼지고기 햄인 ‘콜드컷’이었다. 신세계푸드 측은 “국내 육류 소비량이 가장 높은 돼지고기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2021)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간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 비중은 돼지고기가 49.1%로, 이는 닭고기(27.1%)와 소고기(23.8%)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또한 대체 가공육의 경우,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진짜’ 가공육의 낙인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섭취가 가능하다. 더욱이 농정원의 빅데이터에서도 알수 있듯이 대체 가공육은 최근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맛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소고기 패티의 경우 고기의 씹히는 식감과 육즙을 통해 ‘진짜’ 고기와의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지만 한번 가공과정을 거친 가공육은 이보다 덜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돼지고기로 만든 햄·소시지 대체육은 보다 익숙한 느낌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콜드컷 햄을 넣은 스타벅스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지난 1월까지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대체육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전문점 뿐 아니라 베이커리와 샐러드전문점, 핫한 레스토랑에서도 등장한다. 모두 핵심 소비자층인 MZ세대가 자주 방문하는 곳으로, 이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체육의 트렌디한 이미지도 부각할 수 있다. 미국의 달걀 대체품 ‘저스트 에그(Just Egg)’의 경우, 파리바게뜨에 이어 최근에는 샐러드전문점 피그인더가든에서도 모습을 보였다. 젊은 층에게 인기인 샐러드 메뉴에 살포시 ‘식물성 계란’이 올려진다.

피그인더가든 '저스트에그 보울 샐러드' (좌), 풀무원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 (우)

 

대체육의 최대 난관인 ‘맛’ 해결을 위해 한국인 입맛에 맞춘 경우도 늘고 있다.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등의 한식 고기 양념을 통해 보다 친숙함을 주는 방식이다. ‘언리미트 슬라이스 매콤제육’이나 ‘풀무원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 등은 매콤달콤한 양념을 통해 대체육의 거부감은 줄이고 조리를 하지 않는 간편성을 더했다.

다양한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한 국내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이번 엠브레인 조사에서 대체육 경험이 없는 응답자중 78.2%는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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