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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루쌀이면 못 만드는 빵 없어요”…가루쌀의 혁신, 두 마리 토끼 잡을까
  • 2022.10.20.
가루쌀 품종, 식량안보ㆍ쌀 수급균형 해결사로 주목
밀가루처럼 물에 불리지 않아
비용 감소ㆍ품질 향상ㆍ이모작 가능
정부,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 대체할 계획

가루쌀로 만든 카스텔라(왼쪽),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오른쪽) [홍윤베이커리 제공]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가루쌀로는 못 만드는 빵이 없어요. 일반 쌀로는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어렵지만, 가루쌀은 어떤 빵도 맛있게 만들 수 있죠.”

전북 군산에서 홍윤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홍동수 대표는 ‘건강하고 맛잇는 빵’에 대한 오랜 고민을 ‘가루쌀(분질미)’ 사용으로 해결했다. 그는 우리 땅에서 자란 가루쌀로 40여 가지의 빵을 만든다. 이는 가루쌀이 기존 쌀가루와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루로 만들 때 ‘물에 따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쌀 품종은 이 같은 쌀 가공식품 활용에서 나아가, 식량 안보와 쌀 수급 균형 문제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루쌀, 식량안보 · 쌀 공급과잉 동시에 잡는다
가루쌀 품종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우리 쌀은 현재 위기상태에 놓여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공급 과잉으로 쌀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급락했으며, 한국인의 인당 연간 쌀 소비량(56.9㎏, 2021년 기준)은 지난 2000년 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더욱이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도 치솟았다.

그렇다고 쌀의 규모를 줄일 수는 없다. 정지웅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연구관은 “잘 정비된 논을 없애고 쌀 생산을 줄인다면 미래의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현재 쌀 공급과잉의 문제는 ‘밥으로 먹는 쌀’의 문제이므로, 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공산업을 활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한국인의 쌀 소비 방식은 가루 기반으로 변하고 있다. 밥 대신 간편한 한 끼를 먹으려하고, 밀가루 보다 글루텐프리(Gluten Free, 밀가루 등에서 발견되는 불용성 단백질 형태) 식품을 선호하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제 쌀을 ‘쌀밥’으로만 먹던 시대가 지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루쌀은 쌀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는 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루쌀은 ‘밥쌀’과 대비되는 용어로, ‘가공용’으로 개발된 품종이다. 분질미, 가루미 등으로 불려왔으나 최근 ‘가루쌀’로 통일됐다.

물에 불릴 필요 없어…맛·비용·환경성 우수
가루쌀은 일반 쌀과 다르게 밀처럼 전분 구조가 성글어 가공이 쉽다. (왼쪽부터) 밀, 가루쌀, 일반 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가루쌀의 특장점은 밀가루처럼 바로 가루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쌀의 경우,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어 가루로 만들려면 한 두시간 물에 불린 후 빻아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분이 손상돼 품질이 떨어지고 비용도 추가된다. 많은 양의 물을 폐수로 버려야하는 환경적 부담도 있었다.

반면 가루쌀은 밀처럼 전분이 성글게 배열되어 물에 불리는 과정이 필요없다. 공정이 간소화되고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재배 시기가 늦어 이모작도 가능해 식량 자급율에 도움된다.

활용성은 매우 높다. 현재 가루쌀로 제품화된 쌀가공식품은 각종 빵과 케이크, 면 종류, 맥주, 아이스크림, 튀김가루, 어묵 등 다양하다. 전북 고창에 위치한 파머스 맥주는 가루쌀을 사용한 수제 쌀맥주를 편의점에 유통중이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가루쌀 빵, 확실히 다르다 “부드럽고 잘 부풀어올라”
가루쌀로 만든 빵[농림축산식품부 제공]

특히 베이커리류는 최근 빵 소비 증가에 따라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는 “일반 쌀로 만들 수 있는 빵 종류는 한정돼 있고 밀가루나 보리 등을 섞어야 했지만, 가루쌀은 확실히 달랐다”며 “밀가루보다 식감이 부드럽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밀가루 섭취를 피하려는 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또한 현미만 사용해도 빵을 만들 수 있다. 홍 대표는 “일반 쌀은 백미로만 제빵이 가능한 반면, 가루쌀은 100% 현미를 사용해도 까끌거림이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고급화 전략도 가능하다. 기존의 쌀 가공식품은 묵은쌀, 수입쌀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정지웅 연구관은 “사실 쌀가루는 물에 불려서 빻고 건조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저렴한 쌀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가루쌀은 햅쌀을 사용하면서 보다 품질이 좋은 가공식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우리미 카스텔라’의 경우, 이러한 고품질 가루쌀을 활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가루쌀 재배 면적을 4만 2000헥타르(ha)로 늘려, 오는 2027년에는 20만 톤(t)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연간 수입 밀가루 수요(약 200만 톤)의 10%를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 생산단지를 확대하고, 식품기업의 제품 개발 및 수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소비자들도 보다 쉽게 가루쌀 제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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