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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행 빵 쏟아져도…10년 전과 같은 빵집 베스트셀러
  • 2024.04.18.
뚜레쥬르·파리바게뜨 베스트셀러는 ‘단팥빵·소보로빵’
10년 전 판매 순위도 동일
“친숙한 맛·가성비·트렌디한 변주로 인기 지속”

더현대서울 백화점 내 베이커리 매장 모습. 최근 유행인 소금빵이 다양한 종류로 진열돼있다. 육성연 기자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소금빵, 크로플(크로아상+와플), 크림베이글…. 빵 소비의 증가로 수많은 빵들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우리나라 빵집의 베스트셀러는 예상 외로 옛날빵들이 차지한다.

리얼푸드가 국내 대표 베이커리점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인 TOP4 품목에는 단팥빵과 소보로빵(곰보빵)이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순위가 10년 전에도 동일했다는 대목이다.

파리바게뜨의 지난해 판매량 순위는 ▷단팥빵▷소보로빵▷정통우유식빵 순이다. 2013년에도 ▷단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순으로, 모두 단팔빵과 소보로빵이 1·2위를 차지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평범해 보일 수 있으나, 어릴적부터 먹었던 추억이 담겨 있고 ‘아는 맛’이 주는 친근함이 크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뚜레쥬르 역시 2013년 매출 순위는 ▷단팥빵 ▷소보로빵 ▷슈크림빵 ▷피자빵 순이다. 2023년에는 ▷단팥빵 ▷소금빵 ▷피자빵 ▷소보로빵 순으로 모두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올라와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의 베스트셀러 빵은 단연 단팥빵”이라며 “20세기 초 여러 빵집들이 생겨나며 단팥빵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으로 든든하게 달콤한 간식을 즐길 수 있어 빵집의 대표 메뉴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뚜레쥬르 순위에는 ‘소금빵’이 2위에 오르긴 했으나,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한다. 이 관계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적인 맛으로 지금까지 지속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는 지난해 3424개, 뚜레쥬르는 1316개로 국내 베이커리점 시장에서 1·2위 규모를 차지한다.

단팥빵(왼쪽)과 소보로빵 [뚜레쥬르 제공]

대한민국 제과명장(국가가 인정한 제과분야 명장) 7호인 안창현 ‘안스 베이커리’ 대표는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전 인기 순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단팔빵과 소보로빵은 제과점에서 매일 만드는 가장 기본 품목인 동시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친숙한 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과 달리 한·중·일 국가에선 팥을 이용한 디저트가 발달해왔다”고 설명했다. 팥은 아시아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도 팥앙금을 이용한 떡이나 죽, 붕어빵 등의 간식 종류가 많다.

그렇다고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지루하게 옛 모습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안창현 대표는 “주로 중년층이 많이 사가지만 최근엔 약과 유행처럼 단팥빵과 소보로빵을 찾는 젊은 층도 늘어났다”며 “팥과 버터가 결합된 ‘앙버터’, 생크림이 어우러진 ‘생크림 팥빵’, ‘생크림 소보로’ 등 트렌디하게 변주된 빵들도 꾸준히 인기”라고 말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베이커리 트렌드에 맞춰 견과류나 크림을 첨가하는 등 다양한 레시피가 변화해 온 것도 인기 요소중 하나”라고 말했다.

크림 단팥빵 [123RF]

사실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우리나라 전통빵이 아닌, 일본에서 건너온 빵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통해 제빵 기술을 받아들였다. 안 대표는 “단팥빵은 일본 도쿄 긴자의 빵집에서 개발한 것이며, 소보로빵은 일본 메론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에는 소보로빵이 없는 대신 메론빵이 있다. 그는 “바삭한 비스킷 토핑은 둘다 동일하지만, 소보로빵에만 베이킹파우더·베이킹소다가 들어가기 때문에 메론빵과 달리 비스킷 외형이 갈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커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빵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새로운 빵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어릴적 추억의 과자들이 현재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듯, 단팥빵과 소보로빵 또한 한국인이 즐겨찾는 인기 품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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