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형태보다 껍질째 씹어야 더 건강
늦은밤 과다섭취, 중성지방으로 쌓여
하루 200~300g, 다양한 종류로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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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푸드=육성연 기자] 과일과 채소는 모두 건강 식품이지만 과일 섭취 시엔 주의할 점이 있다. 채소와 달리 과일에는 당분이 많아서다.
과일의 건강한 섭취법은 ‘의외로’ 쉽지 않다. 생각 없이 먹으면 체중이 늘거나 혈당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영은 부산365mc병원 영양사는 “혈당 관리가 필요할 때는 과일의 종류와 섭취량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바나나, 망고 등 당도가 높은 과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어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일 속 당분은 천연당이다. 설탕처럼 몸에 해로운 정제당은 아니지만, 천연당도 당분이다. 과다 섭취하면 혈당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혈당 관리의 기준은 과일의 단맛이 아니다. 단맛이 강하다고 무조건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기준은 식품의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를 참고하면 된다.
혈당지수란 음식을 먹은 뒤 우리 몸에서 혈당이 상승하는 속도를 0~100으로 나타낸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 보통 혈당지수가 70 이상인 과일은 ‘고혈당’ 식품으로 분류된다.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포도, 수박, 홍시 등이다.
대부분 단맛이 높은 과일이 혈당지수가 높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일도 있다. 예컨대 수박과 사과는 모두 단맛이 강하지만, 사과의 혈당지수가 36인 반면 수박은 72로 높다.
‘저혈당’ 식품으로 분류되는 혈당지수는 50 이하다. 블루베리 등 베리류를 비롯해 키위, 자몽, 배, 체리, 석류 등이다.
혈당지수가 낮거나 특정 과일만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일은 종류마다 항산화 물질과 비타민 등 영양소가 다르다.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를 먹는 것을 권한다.
과일을 어떤 형태로 먹느냐도 중요하다. 혈당지수가 높지 않은 과일이라도 ‘건과일’ 형태로 먹으면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린다. 무화과가 대표적이다. 무화과의 혈당지수는 43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말린’ 무화과는 61이다. 건포도도 마찬가지다.
시럽에 절이거나 가공 통조림 형태로 먹어도 혈당 상승 속도가 빨라진다. 신선한 제철 과일을 ‘생과’ 형태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시중에 파는 가공주스 또는 믹서기에서 간 주스 역시 건강한 섭취법은 아니다. 당분은 액체 형태로 우리 몸에서 흡수될 때 혈당 속도가 더 빨라진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공중보건지침에는 과체중과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100% 과일주스 섭취를 제한하라고 명시돼 있다.
최영은 영양사는 “가공된 주스는 당분 함량이 높고, 섬유질이 적어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며 “주스보다 과일 그대로 씹어 먹는 것이 가장 건강하다”고 말했다.
껍질은 벗기지 않고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이 과육보다 많다. 배나 감 등 껍질이 비교적 얇은 과일은 사과처럼 껍질째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기농 제품을 사거나 베이킹소다, 식초로 깨끗하게 씻은 후 먹는다.
언제 먹느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잘못 먹으면 살이 찐다. ‘과일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늦은 밤에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열량을 소모하지 못한 채 잠들기 때문에 과일의 당분이 중성지방으로 쉽게 변한다. 바나나 한 개 열량은 90~110㎉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나 위장 장애가 있다면 오렌지, 자두 등 비교적 산도가 높은 과일을 피하는 것이 좋다. 먹게 된다면 저녁보다 ‘아침’에 소량 먹는다.
하루에 먹는 양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 과일의 영양소를 보충하는 정도로만 먹는 것이 좋다. 영양학자들이 권고하는 과일 섭취량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 하루 200~300g이다. 작은 바나나 1개, 큰 사과 반 개, 귤 2개, 딸기 5~6알 중 하나를 하루 2회 먹는 양이다. 2회 분량을 한꺼번에 먹기 보다 오전·오후로 나눠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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